축구 국가대표팀을 둘러싸고 갑론을박이 무성하다. 월드컵이 코앞이라 축구가 사람들 입에 자주 오르내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조 편성부터 맞붙을 상대팀까지, 과거에도 월드컵을 앞두고는 온통 축구 얘기뿐이었다.
하지만 이번에 불거진 이슈는 논점이 과거와 조금 다르다. 선수 선발과 관련해 온갖 추측과 억측이 난무하고 있고, 일부에서는 특혜 의혹까지 제기하고 있을 정도다. 홍명보 감독이 대표팀에 부임하면서 밝힌 선수 선발의 원칙은 ‘소속팀 경기에 나서지 못하는 선수는 선발하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이 원칙은 그동안 잘 지켜졌고, 덕분에 홍 감독은 ‘소신의 아이콘’으로 불리며 한국축구의 미래를 짊어질 지도자로 각광받았다. 그런데 박주영 선수를 선발하면서 상황이 180도 바뀌었다. 소속팀 주전 경쟁에서 밀리고 부상당해 경기에 나서지 못한 선수를 선발했기 때문이다.
한편 그동안 대표팀의 주전으로 급부상했던 김신욱 선수는 졸지에 후보로 전락했다. 소속팀에서 매 경기 주전으로 나섰고, 골 감각도 물이 올라 최근 1년간 뛴 리그 44경기에서 24골을 기록한 선수가 벤치만 달구던 선수에게 밀려난 셈이다. 이때부터 언론과 인터넷을 중심으로 논쟁이 일기 시작했고, ‘소신의 아이콘’이었던 홍 감독은 일순간 ‘타협의 대명사’로 전락해 버렸다. 그렇다면 홍명보 감독이 자신이 세운 원칙을 스스로 깨뜨리면서까지 박주영 선수를 선발한 이유는 무엇일까?
팀 전력 극대화가 우선
홍 감독은 골키퍼를 제외한 10명의 선수를 ‘4-2-3-1’ 형태로 배치하는 포메이션을 주로 사용한다. 수비에 4명이 서고, 그 위로 수비형과 공격형 미드필더를 각 2명과 3명 배치하는 형태다. 그리고 1명의 공격수로 하여금 최전방에서 상대 골문을 노리게 한다. 따라서 포지션 1에 해당하는 박주영과 김신욱 선수는 시스템 상 한 자리를 두고 경쟁해야 하는 처지다. 그렇다면 풀어야 할 숙제는 간단하다. 팀 전력을 극대화하는 동시에 골을 넣을 가능성이 높은 선수를 주전으로 삼는 것이다. 즉, 두 선수 중 상대적으로 우수한, 다시 말해 비교우위에 있는 선수가 포지션 1의 위치에 서는 것이 합리적이다.
여기서 비교우위란 무엇인가? 비교우위는 한 경제주체가 특정 행위를 다른 주체보다 상대적으로 잘하는 상황을 의미한다. 달리 말해 특정 행위를 할 때 포기해야 하는 기회비용이 낮은 경우 비교우위에 있다고 표현한다. 경제학에서는 무역이 발생하는 원인을 비교우위의 개념에서 찾는다.
예를 들어보자. A는 하루에 책상 1개와 의자 2개, B는 책상 2개와 의자 10개를 만들 수 있다. 즉, B가 두 가지 일 모두를 잘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보았을 때 B는 A보다 의자를 더 잘 만든다. A는 의자 1개를 만들기 위해 0.5개의 책상을 포기해야 하지만, B는 0.2개만 포기하면 되기 때문이다.
반면 A는 두 가지 일 모두에서 절대열위에 있지만 책상을 만드는 일을 상대적으로 잘한다. A가 책상을 만들 때 포기해야 하는 의자의 수가 B보다 적기 때문이다. 즉, 모든 일을 상대보다 못하더라도 조금 덜 못하는 일이 있다면 그 일에 비교우위가 있는 것이다. 이를 무역의 상황에 적용하면 후진국이라 할지라도 선진국에 비해 기회비용이 낮은, 다시 말해 비교우위에 있는 상품을 특화하여 수출하면 이득을 볼 수 있다.
절대우위 vs 절대열위
절대우위에 있는 선진국과 절대열위에 있는 후진국이 서로 무역을 하는 이유도 이러한 논리로 설명할 수 있다. 축구 얘기로 돌아오면, 홍 감독이 박주영 선수를 선발한 이유도 비교우위의 관점에서 살펴볼 수 있다. ‘4-2-3-1’ 포메이션에서 포지션 1의 선수에게 주어진 가장 중요한 임무는 득점에 성공하거나 동료에게 골을 넣을 찬스를 만들어주는 것이다. 이를 위해 포지션 1은 수비와의 몸싸움을 이겨내야 하고 측면에서 올라오는 크로스를 처리해야 한다. 따라서 포지션 1의 선수는 대부분 키가 크고 체격이 좋은 경우가 많다. 이런 점에서 보면 신체 조건이 월등한 김신욱 선수가 유리한 입장에 서 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경기에 꾸준히 출전해 온 김신욱 선수가 컨디션과 골 감각 면에서 박주영 선수보다 앞서 있는 것이 사실이다.
반면 박주영 선수는 과거 대표팀에서 많은 골을 기록했고, 유럽에서 뛰며 월드컵에서 만날 수비수들과 비슷한 수준의 선수들과 경기를 해왔다. 또한 월드컵에 주전으로 나설 이청용, 기성룡 같은 선수들과 동료로서 여러 대회를 함께 하며 호흡을 맞춰왔다. 홍 감독과도 대표팀 동료로, 또 감독과 선수로 연을 맺으며 그가 추구하는 축구에 대해 이해해왔다. 뿐만 아니라 체격이 작은 대신 스피드와 민첩성이 좋아 돌파와 수비 전환에 있어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다. 결론적으로 현재의 컨디션과 신체 조건이 좋은 김신욱은 골 감각과 몸싸움 그리고 헤딩에서 우월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경험과 조직력, 공수 전환과 침투 능력에서는 박주영 선수가 비교우위에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결코 누가 더 낫다고 속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렇다면 판가름은 잠재력의 측면에서 내리는 것이 바람직하다.
상호 비교열위 보완이 목적
월드컵에서 만날 상대팀의 전력을 감안하여 주전으로 나설 선수를 결정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보면 박주영 선수가 조금 유리한 입장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선 유럽 축구에 대한 경험이 월등하고, 대표팀의 주요 전술인 압박축구를 구사하는 데 필요한 스피드에서 앞서 있기 때문이다. 또한 벨기에나 러시아 수비수들과 비교할 때 몸싸움과 헤딩에서는 불리하지만 체격이 큰 선수들이 느리다는 단점을 활용한 돌파와 배후 침투가 가능하다.
한편 부족한 골 감각은 경력을 감안하면 언제든 회복 가능하고, 부족한 몸싸움과 헤딩도 경험과 스피드를 활용한 위치 선정으로 극복할 수 있다. 즉, 서로가 가진 비교열위의 측면을 보완할 잠재력 면에서 박주영 선수가 우위에 있다고 볼 수 있다.
홍 감독도 이러한 점을 고려하여 박주영 선수를 선발한 것은 아닌지 생각된다. 지금까지 박주영 선수의 선발을 비교우위의 관점에서 바라보았다. 비교우위는 경제학에서 태동했지만 선수 선발과 관련하여 여러 스포츠 종목에서 활용되고 있는 개념이다. 야구에서 왼손잡이 1번 타자가 많은 것도 비교우위에 입각한 것이고, 1루수를 제외한 내야수들이 오른팔로 공을 던지는 이유도 비교우위로 설명할 수 있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홍 감독도 일부에서 주장하는 학연이나 사제 간의 정에 이끌려 박주영 선수를 선발한 것은 아닐 것이다. 비교우위에 근거해 판단하고 결정했을 것임에 분명하다. 그런 점에서 축구대표팀의 선수 선발과 관련한 불필요한 논란은 잠시 접어두는 것이 좋을 듯하다.
이에 대한 비판과 비난은 월드컵이 끝난 후에 해도 충분하기 때문이다. 모든 스포츠가 그러하듯 축구 역시 결과에 대한 책임은 감독에게 있다. 홍명보 감독의 선택을 존중하고 결과를 기다려보자.
● 절대우위
한 경제주체가 다른 주체보다 적은 양의 생산요소를 사용하여 상품을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쉽게 말해 남보다 더 어떤 일을 잘하면 절대우위에 있다고 한다.
● 비교우위
상대적으로 적은 생산요소를 투입하여 상품을 생산할 수 있는 능력으로, 비교우위는 상품을 생산하는 데 있어 포기해야 하는 비용, 즉 기회비용이 낮은 경우를 말한다.
정원식 < KDI 전문연구원 kyonggi96@kdi.re.kr</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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