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8개월 동안 딱 2건 팔렸다는 관치 금융상품

입력 2014-04-18 20:30   수정 2014-04-19 05:40

정부가 의욕적으로 내놓은 정책 금융상품들이 금융소비자에게 외면당하고 있다는 어제 한경 보도다. 전세금 부담을 덜어준다며 야심차게 선보인 ‘목돈 안 드는 전세대출1(집주인담보대출)’은 출시 후 8개월간 달랑 2건, 8000만원이 전부다. 가계대출의 구조개선을 목표로 이달 초 선보인 5년·7년 만기 분할상환형 주택담보대출(적격대출)은 3건, 5억6000만원이 나갔을 뿐이다. 월세전용대출도 1년이 넘도록 15건, 1억7100만원에 그쳤다. 시장 현실과 동떨어졌거나 대출금리가 싸지 않고, 자격요건이 까다로운 탓이다.

저축상품도 마찬가지다. 작년 3월 내놓은 재형저축은 최근 6개월 새 13만계좌가 줄었다. 비과세 혜택을 보려면 7년간 돈을 묻어둬야 하고 금리도 은행 적금보다 나을 게 없어서다. 3000억원을 예상한 소득공제장기펀드는 출시 한 달이 지났는데 226억원에 그치고 있다. 연봉 5000만원 이하 근로자들이 5년 이상 투자할 여유자금이 없기 때문이다.

정부가 서민을 위해 정책 금융상품을 내놓는 취지를 이해 못 하는 바 아니다. 그러자면 팔릴 상품을 만들어야 한다. 그러나 사전 수요조사를 제대로 한 것 같지도 않다. 이런 판매실적이면 인건비, 광고비나 빠질지 의문이다. 소비자들이 정책 금융상품을 외면하는 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 이유를 모른다면 무능한 것이요, 알고도 그런다면 보고용일 뿐이다. 탁상공론으로 만든 관제 금융상품은 오래 갈 수 없다. 지난 정부에서 우후죽순으로 쏟아낸 미소금융 햇살론 등 서민대출이 부실덩어리로 전락한 것만 봐도 그렇다. 이런 관제 상품들에는 정책실명제를 통해 입안자의 이름을 남겨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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