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등과 함께 융합 지식형 원조로 바꿔야
김영목 < KOICA 이사장 >
베트남 중남부의 닌투언성 땀응언 마을. 농사에 최적 기후이지만 열악한 재배기술과 인프라로 생산량이 적다. 소규모 재래시장 중심의 유통구조로 농사를 잘한다고 해도 제대로 팔 수가 없는 마을이다.
이 마을을 대상으로 한국국제협력단(KOICA)은 국내 기업과 손잡고 농촌개발 사업을 꾸리고 있다. 그간의 사업들과는 좀 다르다. KOICA와 기업이 같은 비율로 자본을 투입하고, 공동으로 기획한다. 새마을 교육을 통해 마을발전 자치조직을 육성, 관개수로 및 생활환경 개선 등을 스스로 추진하게 한다. 또 선진농업기술을 전수해 농산물의 품질을 향상시키면, 우리 기업이 수매해 유통판로를 제공한다. 소액금융을 통해 영농자금을 지원함으로써 고리대금의 악순환을 끊고 있다. 이번 사업은 새마을 정신을 기반으로 농산물의 품질향상, 생산량 증대가 수익으로 이어져 지속적인 선순환을 기대할 수 있다. 해당 기업의 이윤과 주재국 내 이미지 제고는 덤이다. 이것이 바로 공유가치창출(CSV)이라고 할 수 있다.
CSV라는 개념은 기업이 경제적 가치와 동시에 사회적 가치를 추구함으로써 사회와 기업경영에 유익한 환경과 새로운 가치를 동시에 창출한다는 것이다. 기업은 단순한 사회 환원이라는 차원을 넘어 고유의 장점을 가치를 창조하는 것에 활용함으로 스스로 성취감을 느낄 수 있다.
국제사회에서는 더 이상 정부 주도 개발협력이 대세가 아니다. 2011년 ‘원조 효과성 제고를 위한 부산 세계개발원조 총회’에서 주창됐고, 유엔 포스트-2015 시대에서 계속 강조될 개념이 ‘포괄적 파트너십’이다. 정부뿐만 아니라 민간기업, 공익재단, 투자목적 펀드, 개인 등이 개도국의 경제사회 발전에 적극 참여하고, 그 안에서 창조적인 방식으로 각자의 자산을 융합시켜 사회 경제적 임팩트를 가진 성과를 내자는 것이다.
이런 시도들은 우리 정부의 핵심 정책인 ‘창조경제’와 맞닿아 있다. 창조경제 안에서는 상상력, 아이디어, 과학과 신기술, 문화, 생활의 지혜 같은 지식기반 자산들이 융합돼야 하는데 이런 반응을 촉발시키는 촉매제가 존재해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공적원조 기관들의 변화도 예상된다.
단일 목적, 단순기술형 프로젝트 수행기관에서 다목적, 융합적 시너지를 기획하고 촉발시키는 지식형 플랫폼으로의 변화가 불가피하다.
한국이 그간 이룩한 성과를 재융합, 압축해 새로운 차원의 경제 패러다임을 만드는 것이 한국형 창조경제의 목표라고 한다면, 개발협력 분야에서의 혁신과 포괄적 파트너십을 통한 창조경제 실현이라는 한국의 새로운 시도는 그간 한국을 롤모델로 지켜본 수많은 개도국에 제2의 영감을 주기에 충분하다.
김영목 < KOICA 이사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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