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xury & Style
미국에서 탄생한 스위스시계 '해밀턴'
1957년 '벤추라', 세계 첫 전자시계
1970년 '펄사', 세계 첫 LED 시계
100만~200만원 합리적 가격
'재즈마스터' 컬렉션…한국서 최다 판매
[ 임현우 기자 ]
“오메가 같은 명품은 부담스럽고, 그렇다고 티쏘처럼 너무 대중적인 브랜드는 좀 그렇고….”
‘남자의 로망’이라 불리는 시계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갖기 시작한 20~30대 남성 직장인들의 흔한 고민이다. 여의도 증권맨들을 비롯해 요즘 남자들 사이에서 ‘가성비 종결자’(가격 대비 성능이 독보적이라는 뜻)로 주목받고 있는 해밀턴(Hamilton)은 이런 고민에 좋은 대안이 될 만한 브랜드다.
●군용시계 명성을 잇다
“해밀턴만의 독특한 점은 스위스와 미국, 두 개의 국적을 동시에 갖고 있다는 것이죠. 시계 강국의 혁신적 기술을 담아낸 ‘스위스메이드’(스위스산)면서, 브랜드의 뿌리와 정신은 미국에 두고 있으니까요.”(실뱅 둘라 최고경영자)
해밀턴은 한국에 진출한 지 5년밖에 안 됐지만, 탄생은 1892년 미국 펜실베이니아로 거슬러 올라간다.
해밀턴의 초기 발전사는 당시 미국의 철도·항공산업 역사와 맞물려 있다. 1912년 내놓은 회중시계는 미국 철도국에서 ‘기차의 정확성을 알리는 시계(watch of railroad accuracy)’로 인증받아 여러 철도회사에 납품됐다. 1919년엔 뉴욕~워싱턴을 오가는 미국 첫 항공우편 비행기의 시계로 채택됐고, 1930년대 대형 민간 항공사에도 공급되면서 파일럿 시계로도 알려지게 된다.
군용시계로도 명성이 높았다. 1914년 미 국방부에서 공식 시계 공급자로 선정됐고, 2차 세계대전 때는 100만개의 시계를 공급하는 중책을 맡아 민간용 생산을 잠시 중단하기도 했다. 해밀턴의 대표 컬렉션 중 하나인 ‘카키’의 경우 1940년대 제작된 군사시계를 계승한 것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시간을 손쉽게 확인할 수 있게끔 단순한 디자인과 튼튼한 내구성을 내세웠다.
●할리우드 스타들이 사랑한 시계
해밀턴은 1974년 스위스 기업 SSIH(지금의 스와치그룹)가 인수했고, 2003년에는 미국에 있던 본사와 공장을 스위스 비엘로 이전해 완벽한 스위스메
드 시계로 변신했다. 하지만 오랫동안 간직해온 ‘아메리칸 스피릿’은 해밀턴의 DNA로 자리 잡았다.
이 브랜드는 ‘세계 최초’ 기록도 여럿 보유하고 있다. 1957년 선보인 ‘벤추라’는 세계 최초의 전자시계로, 1970년 만든 ‘펄사’는 세계 첫 LED(발광다이오드) 시계로 이름을 올렸다.
이 중 벤추라는 삼각형 케이스라는 혁신적인 디자인으로 유명한 해밀턴의 아이콘이다. 특이한 모양 때문인지 한국에선 반응이 미지근(?)하지만, 미국에선 많은 사랑을 받는 컬렉션이다.
해밀턴은 스타 마케팅이라는 개념조차 없던 20세기 중반부터 할리우드와 끈끈한 파트너십을 맺어온 브랜드이기도 하다.
1951년작 ‘더 프로그맨’에서 해군 특전사 역을 맡은 배우들이 카키 시계를 찬 것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400여편의 할리우드 영화에 해밀턴이 등장했다. 2006년엔 영화 제작 현장에서 묵묵히 고생하는 스태프를 위한 ‘해밀턴 비하인드 더 카메라 어워즈’를 제정해 매년 시상하고 있다.
●‘합리적 가격’ 내세워 인기몰이
웬만한 해밀턴 시계는 국내 가격이 100만~200만원 선이다. 기계식 무브먼트를 탑재한 스위스메이드 시계가 300만원대는 우습게 넘어가는 점을 감안하면 꽤 ‘착한 가격표’가 붙은 셈이다.
한국에선 클래식한 느낌과 함께 깔끔한 디자인을 강조한 ‘재즈마스터’ 컬렉션이 가장 잘 팔린다. 음악의 하모니처럼 혁신과 정교함, 현대적 디자인을 조화롭게 풀어낸다는 뜻을 담은 이름이다.
시간과 날짜만 간결하게 표시한 클래식 스타일부터 앞뒷면에 두 개의 시계를 장착한 페이스 투 페이스, 내부가 훤히 들여다보이는 스켈레톤, 시침과 분침 창을 분리한 레귤레이터 등까지 다양한 모델을 갖췄다.
해밀턴은 지난 10일 서울 여의도 IFC몰에 팝업스토어(단기간 운영하는 임시매장)를 열고 대표 시계들을 전시 중이다. 오는 8월까지 제품을 바꿔가며 재즈마스터, 쉐이프드, 카키 등 간판 컬렉션을 두루 선보일 계획이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
미국에서 탄생한 스위스시계 '해밀턴'
1957년 '벤추라', 세계 첫 전자시계
1970년 '펄사', 세계 첫 LED 시계
100만~200만원 합리적 가격
'재즈마스터' 컬렉션…한국서 최다 판매
[ 임현우 기자 ]
“오메가 같은 명품은 부담스럽고, 그렇다고 티쏘처럼 너무 대중적인 브랜드는 좀 그렇고….”
‘남자의 로망’이라 불리는 시계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갖기 시작한 20~30대 남성 직장인들의 흔한 고민이다. 여의도 증권맨들을 비롯해 요즘 남자들 사이에서 ‘가성비 종결자’(가격 대비 성능이 독보적이라는 뜻)로 주목받고 있는 해밀턴(Hamilton)은 이런 고민에 좋은 대안이 될 만한 브랜드다.
●군용시계 명성을 잇다
“해밀턴만의 독특한 점은 스위스와 미국, 두 개의 국적을 동시에 갖고 있다는 것이죠. 시계 강국의 혁신적 기술을 담아낸 ‘스위스메이드’(스위스산)면서, 브랜드의 뿌리와 정신은 미국에 두고 있으니까요.”(실뱅 둘라 최고경영자)
해밀턴은 한국에 진출한 지 5년밖에 안 됐지만, 탄생은 1892년 미국 펜실베이니아로 거슬러 올라간다.
해밀턴의 초기 발전사는 당시 미국의 철도·항공산업 역사와 맞물려 있다. 1912년 내놓은 회중시계는 미국 철도국에서 ‘기차의 정확성을 알리는 시계(watch of railroad accuracy)’로 인증받아 여러 철도회사에 납품됐다. 1919년엔 뉴욕~워싱턴을 오가는 미국 첫 항공우편 비행기의 시계로 채택됐고, 1930년대 대형 민간 항공사에도 공급되면서 파일럿 시계로도 알려지게 된다.
군용시계로도 명성이 높았다. 1914년 미 국방부에서 공식 시계 공급자로 선정됐고, 2차 세계대전 때는 100만개의 시계를 공급하는 중책을 맡아 민간용 생산을 잠시 중단하기도 했다. 해밀턴의 대표 컬렉션 중 하나인 ‘카키’의 경우 1940년대 제작된 군사시계를 계승한 것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시간을 손쉽게 확인할 수 있게끔 단순한 디자인과 튼튼한 내구성을 내세웠다.
●할리우드 스타들이 사랑한 시계
해밀턴은 1974년 스위스 기업 SSIH(지금의 스와치그룹)가 인수했고, 2003년에는 미국에 있던 본사와 공장을 스위스 비엘로 이전해 완벽한 스위스메
드 시계로 변신했다. 하지만 오랫동안 간직해온 ‘아메리칸 스피릿’은 해밀턴의 DNA로 자리 잡았다.
이 브랜드는 ‘세계 최초’ 기록도 여럿 보유하고 있다. 1957년 선보인 ‘벤추라’는 세계 최초의 전자시계로, 1970년 만든 ‘펄사’는 세계 첫 LED(발광다이오드) 시계로 이름을 올렸다.
이 중 벤추라는 삼각형 케이스라는 혁신적인 디자인으로 유명한 해밀턴의 아이콘이다. 특이한 모양 때문인지 한국에선 반응이 미지근(?)하지만, 미국에선 많은 사랑을 받는 컬렉션이다.
해밀턴은 스타 마케팅이라는 개념조차 없던 20세기 중반부터 할리우드와 끈끈한 파트너십을 맺어온 브랜드이기도 하다.
1951년작 ‘더 프로그맨’에서 해군 특전사 역을 맡은 배우들이 카키 시계를 찬 것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400여편의 할리우드 영화에 해밀턴이 등장했다. 2006년엔 영화 제작 현장에서 묵묵히 고생하는 스태프를 위한 ‘해밀턴 비하인드 더 카메라 어워즈’를 제정해 매년 시상하고 있다.
●‘합리적 가격’ 내세워 인기몰이
웬만한 해밀턴 시계는 국내 가격이 100만~200만원 선이다. 기계식 무브먼트를 탑재한 스위스메이드 시계가 300만원대는 우습게 넘어가는 점을 감안하면 꽤 ‘착한 가격표’가 붙은 셈이다.
한국에선 클래식한 느낌과 함께 깔끔한 디자인을 강조한 ‘재즈마스터’ 컬렉션이 가장 잘 팔린다. 음악의 하모니처럼 혁신과 정교함, 현대적 디자인을 조화롭게 풀어낸다는 뜻을 담은 이름이다.
시간과 날짜만 간결하게 표시한 클래식 스타일부터 앞뒷면에 두 개의 시계를 장착한 페이스 투 페이스, 내부가 훤히 들여다보이는 스켈레톤, 시침과 분침 창을 분리한 레귤레이터 등까지 다양한 모델을 갖췄다.
해밀턴은 지난 10일 서울 여의도 IFC몰에 팝업스토어(단기간 운영하는 임시매장)를 열고 대표 시계들을 전시 중이다. 오는 8월까지 제품을 바꿔가며 재즈마스터, 쉐이프드, 카키 등 간판 컬렉션을 두루 선보일 계획이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