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춘호 기자 ] 잠수사(diver)를 소재로 한 대표적 영화는 뤽 베송 감독의 ‘그랑 블루’다. 아버지를 잠수 사고로 잃은 그리스 소년이 그의 경쟁자인 유일한 친구와 잠수실력을 겨루는 내용을 담고 있다. 주인공은 잠수 대회에서 승리하지만 패배한 친구는 무리한 잠수를 시도하고 결국 죽음에 이른다는 줄거리다. 잠수사들의 고독과 공포심, 애환이 잘 묘사돼 있다. 손용목의 ‘잠수부의 잠’ 등 잠수사들을 소재로 한 소설에선 잠수사가 강인하게 묘사된다. 제주 해녀들도 강인함의 표상으로 다뤄진다.
역사와 철학에서 종종 인용되는 잠수사는 델로스섬의 다이버들이다. 이들은 인내심 있고 강인한 체력을 가져 심해에서 오래 견디는 것으로 유명하다. 소크라테스는 헤라클레이토스 등 깊이 있는 철학자의 글을 솜씨 좋은 델로스 다이버들의 실력과 비교하곤 했다.
발명가들은 이들 잠수사에게 오래 잠수할 수 있는 기구를 만들어주고 싶어했다. 1405년 독일 작가 카이저가 가죽으로 만든 잠수복과 헬멧을 그렸고, 레오나르도 다빈치도 몇 개의 잠수기를 스케치하기도 했다. 1820년 독일의 딘스 형제가 연기를 막기 위한 소방용 헬멧을 만들자 독일의 아우스투스 지베가 1828년 이를 기반으로 잠수용 헬멧을 만들었다. 지금 공기를 호스로 공급하는 표면공급식 헬멧의 원형이다. 잠수장비가 발전하면서 잠수사들도 늘어났다. 1·2차 세계대전에서 연합군의 잠수부대들은 혁혁한 공을 세우기도 했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장비가 개발되더라도 잠수사들은 바다에 오래 있지 못한다. 수압에 견디기 힘들어서다. 일반적으로 수중에선 깊이 1m마다 수압이 ㎠당 100g이 늘어난다. 10m면 1㎏이 더해진다. 직업 잠수사들의 3분의 2가 하나 이상의 관절에서 뼈가 손상된 소위 골병소를 갖고 있다는 보고도 있다. 잠수사들이 계속 잠수하는 것이 위험한 이유다.
그런데도 잠수사들은 불의의 해상 사고가 터지면 몸을 돌보지 않고 달려가 잠수에 몰두해 사고를 수습한다. 천안함 폭침 당시 장병들을 살리기 위해 잠수를 거듭했던 고(故) 한주호 준위도 그런 경우였다. 진도 해상재난사고에서 실종자 수색을 위해 전문 잠수사 563명이 사고 현장에 투입돼 있다. 이들은 하루 수십 차례 잠수를 하면서 실종자들을 찾고 있다. 사고현장은 물살이 국내에서 가장 빠른 곳 중 하나다. 이들 잠수사의 수고와 노력이 실종자 가족들의 아픔을 조금이나마 덜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오춘호 논설위원 ohch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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