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판검사 일탈에 전체 매도 안돼
윤리로 무장하고 일할 환경 만들며
유혹을 뿌리칠 誘因도 제공해야
‘WANTED!’ 할리우드 서부 영화에서 가끔 보던 ‘현상 붙은 사나이’의 체포를 원한다는 포스터다. 으레 현상금 액수도 기록돼 있다. 빈 라덴이 사살되기 전에 미국 국무부가 그에게 붙였던 최대 현상금은 5000만달러였다. 빈 라덴이 도망가는 유인(誘因)이 5000만달러인데 현상금이 10만달러라면 그를 체포하러 나서는 추적자는 아마도 없을 것이다. 추적자의 유인을 도망자의 유인과 엇비슷하게 맞춰 줘야 추적자가 나선다는 뜻이다. 즉 현상금은 범죄자의 도망가는 유인에 대한 체포를 원하는 사람의 평가를 반영한다.
쫓고 쫓기는 싸움에서 범죄자가 도망가는 유인이 클수록 체포는 더욱 어려워진다. 마약 범죄 집단과의 싸움에서 검찰과 경찰이 어려움을 겪는 것도 그런 집단의 도망가는 유인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금전적 측면에서 마약 범죄 집단의 유인과 추적자의 유인 간에는 비교가 안 될 만큼 큰 차이가 있다.
도망가는 유인이 강한 범죄자가 추적자를 따돌리는 방법은 두 가지다. 하나는 뒤돌아서 추적자를 쏘아 버리는 것이다. 콜롬비아를 비롯한 남미에서 마약 범죄 집단이 판사와 경찰 등을 살해하는 사건이 대표적인 것이다. 다른 하나는 추적자를 뇌물과 향응 등으로 사 버리는 것이다. 1990년 대전에서 발생했던 조직폭력배와 일부 판검사들의 술자리 합석 사건이 대표적인 것이다. 심심찮게 불거지는 떡값 사건도 그런 연유로 발생하는 것들이다. 최근 광주에서 발생한 이른바 ‘황제노역’사건도 바로 그런 부류에 속한다.
가장 좋은 방법은 도망자의 유인을 약화시키는 것이다. 마약의 경우에는 마약 환자들을 전국의 병원망을 통해 등록을 받은 후 치료를 겸한 마약을 주사함으로써 마약 암시장을 와해하는 것이다. 상업 활동과 관련해서는 각종 규제로 생기는 이익을 제거하는 것이다. 다음으로 추적자의 유인을 강화하는 방법이다. 그렇다고 해서 도망자의 금전적 유인에 추적자의 금전적 유인을 맞춰 주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처우 개선을 통해 그 간극을 조금은 메울 수 있을지 모르지만 도망자의 유인을 따라가기 어렵기 때문이다.
추적자의 부족한 금전적 유인을 채우는 방법은 추적자 스스로 심리적 유인을 크게 하는 것이다. 자부심과 명예, 그에 수반되는 도덕과 품위 등이 그것이다. 물론 이들에 대한 금전적 유인이 잘 뒷받침되지 않은 채 심리적 유인에만 의존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기업가의 이윤에는 심리적 이윤이 포함되지만 기업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금전적 이윤이 일정 수준 이상 돼야 하는 이치와 마찬가지다.
2009년 법학전문대학원을 도입한 것은 그런 점에서 의미가 있다. 4년 동안 폭넓은 교양을 쌓고 복잡다기한 인간과 법에 대한 공부를 3년 더 한 다음 법조인이 된다는 사실에는 법조인의 사회적 위상과 기능의 중요성이 담겨 있다. 법학전문대학원의 도입 목적인 ‘국제화와 다원화 시대에 맞는 다양하고 전문화된 법조 인력을 양성해 법률 서비스 질의 향상’도 자부심과 도덕심의 함양을 통해 달성될 수 있다. 다루는 분야는 다르지만 의학전문대학원의 도입 목적도 마찬가지다.
가끔 발생하는 판검사의 부적절한 행위를 두고 그들의 도덕성이 실추했다고 말하는 것은 지나치다. 사회 어느 분야에서나 그런 일탈 행위는 일어날 수 있다. 대부분의 판검사들은 오늘도 도덕과 윤리로 무장하고 업무를 잘 수행하고 있다. 황제노역 사건을 계기로 향판·향검 제도를 폐지한다고 해서 유인의 문제가 근본적으로 달라질 것은 없다. 유인에는 도통 관심이 없는 일부 천재들을 제외하면 보통의 인간들은 유인에 반응하기 때문이다.
도덕과 윤리 문제가 개입되면 경제학이 제안할 수 있는 범위는 크게 줄어든다. 그러나 사안의 성격과 세우는 대책에 따라 어떤 결과가 나올 것인가에 대해서는 일정 부분 기여할 수 있다. 사안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접근하는 것보다는 그 속성을 잘 알고 접근할 때 더 효과적인 대책을 강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향판·향검 문제에 대해서도 그렇다.
김영용 <전남대 경제학 교수yykim@chonna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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