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ㄱ'자 퍼팅으로 단점 보완
괴력의 장타·송곳 아이언샷
슬럼프 탈출…상금랭킹 1위
세월호 희생자 가족에 애도
[ 한은구 기자 ]
재미동포 미셸 위(25)가 고향인 하와이에서 열린 미국 LPGA투어 롯데챔피언십(총상금 170만달러)에서 3년8개월 만에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미셸 위는 20일(한국시간) 미국 하와이주 오아후섬 코올리나GC(파72·6383야드)에서 열린 대회 마지막날 버디 6개와 보기 1개로 5언더파 67타를 쳐 최종합계 14언더파 274타로 안젤라 스탠퍼드(미국)를 2타차로 따돌리고 역전승을 거뒀다. 2010년 8월 캐나디언여자오픈 우승 이후 80번째 대회에서 투어 통산 3승째를 따냈다. 이번 우승으로 세계 랭킹 23위에서 13위가 됐고 우승 상금 25만5000달러를 더해 시즌 상금 61만6555달러로 상금 랭킹 1위에 올라섰다.
○슬럼프 종지부…고향에서 승전가
호놀룰루에서 태어난 미셸 위는 어린 시절 자주 연습했던 곳에서 오랜 슬럼프의 종지부를 찍는 값진 승리를 거뒀다. 미셸 위는 “이번주의 하이라이트는 고향에 돌아온 것”이라며 “첫 번째 티샷부터 마지막 퍼트까지 모든 사람으로부터 받은 환대는 믿을 수 없을 정도였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기간 내내 검은 리본을 모자 오른쪽에 달고 뛴 미셸 위는 우승 소감을 밝히면서 “사고를 당한 한국의 (희생자) 가족들에게 애도와 염원을 보내고 싶다”며 여객선 세월호 침몰사고의 희생자를 언급하기도 했다.
12살이던 2002년 최연소로 LPGA투어에 나선 그는 이듬해 나비스코챔피언십 마지막날 당시 최고 스타였던 아니카 소렌스탐(스웨덴)과 챔피언 조에서 경기하며 ‘천재 소녀’로 주목을 받았다. 2005년 LPGA챔피언십 2위, 브리티시오픈 3위에 오르는 등 메이저대회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남자 대회에도 출전하며 타이거 우즈(미국) 못지않은 인기를 얻었다. 그러나 2005년 10월 프로로 전향한 이후 극심한 슬럼프를 반복하며 고작 2승밖에 못 거둔 ‘그저 그런’ 선수로 전락했다. 오죽하면 소렌스탐이 “미셸 위는 우리가 기대했던 재능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호된 비판을 했을 정도였다.
○4타차 열세 딛고 막판 대역전극
스탠퍼드에 4타 뒤진 공동 2위로 최종 라운드를 시작한 미셸 위와 김효주(19·롯데)는 초반부터 맹추격을 하며 우승 각축을 벌였다. 김효주는 1,4번홀에서 버디를 낚아 스탠퍼드를 3타 차로 압박했고, 미셸 위도 5번홀까지 2타를 줄였다. 샷이 흔들린 스탠퍼드는 6번홀(파4)에서 1타를 잃어 버디를 잡은 미셸 위에게 1타차 추격을 허용했고, 김효주도 7번홀(파4) 1.5m 버디 퍼트를 성공시켰다. 스탠퍼드가 8번홀(파3)에서 티샷을 미스하며 보기를 써내면서 세 선수는 공동 선두가 됐다.
이후 팽팽하게 이어지던 균형은 12,13번홀에서 미셸 위가 연속 버디를 써내면서 깨졌다. 스탠퍼드가 14번홀(파5)에서 4m가량의 버디 퍼트를 집어넣으면서 1타차로 따라붙었으나 미셸 위가 16번홀(파3)에서 2m 버디를 성공시키며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김효주는 ‘뒷심 부족’으로 12,16번홀에서 보기를 범하며 4위에 머물렀다. 이날 5타를 줄여 합계 11언더파를 친 박인비(26·KB금융그룹)가 3위에 올랐다.
○월등한 기량으로 ‘넘버 원’ 경쟁
미셸 위는 지난해부터 퍼트할 때 허리를 거의 ‘ㄱ’ 자 모양이 되도록 굽히는 자세를 취하며 최대 약점으로 지적받던 퍼팅 실력을 끌어올렸다. 2010~2012년 라운드당 평균 퍼트 수가 30개를 웃돌았지만, 지난해 29.88개로 줄었다. 이번 대회 라운드당 퍼팅 수도 29개였다. 최근 3년간 70%가 되지 않던 그린 적중률이 80%를 넘겨 올 시즌 LPGA투어 1위를 달리고 있다.
미셸 위는 이날 파5홀인 5번홀에서 드라이버를 치고 7번아이언으로 ‘2온’을 하는 등 여자 선수로는 믿기 어려운 장타력을 과시했다. 과거 괴력의 장타를 주무기로 ‘넘버 원’에 오른 소렌스탐, 로레나 오초아(멕시코), 청야니(대만)의 뒤를 이어 ‘골프 여제’에 오를지 최대 관심사가 됐다.
박원 J골프 해설위원은 “미셸 위의 우승은 이번 한 번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며 “아이언샷의 안정감과 정확도, 드라이버샷의 거리에다 이번 우승으로 자신감까지 얻어 상금왕에 이어 세계 랭킹 1위 자리도 넘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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