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은정 기자 ] 20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24개 생보사 중 푸르덴셜생명과 라이나생명을 제외한 생보사들이 보험약관대로 자살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았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자살자에게 재해 사망보험금을 주기로 해놓고 3분의 1 수준인 일반 사망보험금만 줬다는 주장이다. 적게 지급된 보험금은 3000억원을 웃도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같은 혼선은 자살했을 때 지급하는 사망보험금 종류를 생보사들이 공통으로 사용하는 표준약관에 명확하게 적시하지 않아 발생했다. 약관은 ‘외부 충격으로 인한 사망 때만 재해 사망보험금을 지급한다. 자살의 경우는 그렇지 않다’고 돼 있다. 여기서 ‘그렇지 않다’는 문구가 혼선을 빚고 있다.
소비자들은 “재해 사망보험금을 준다는 의미로 읽힌다”고 주장한다. 생보사들은 “아예 보험금을 주지 않는 게 아니라 일반 사망보험금을 준다는 의미로 보험약관을 만든 것”이라고 반박한다.
금융당국은 어정쩡한 입장이다. 한 당국자는 “대법원이 2007년 보험약관에 오류가 있더라도 보험금을 보험약관대로 줘야 한다고 판결한 사례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명확하게 유권해석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자살을 조장할 수 있다는 지적을 우려해서다. 금융당국 한 관계자는 “일반적으로는 보험약관이 잘못돼도 보험금을 지급하는 게 맞지만 자살에 따른 사망보험금은 자살 조장 등 사회적 분위기를 심각하게 해칠 수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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