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버티면 그룹 힘들것"
[ 장창민/박한신 기자 ]
하나캐피탈 사장 시절 저축은행 부당지원 혐의로 ‘문책경고’의 중징계를 받은 김종준 하나은행장이 “남은 임기를 지키겠다”는 뜻을 밝혔다. 중도 퇴진을 예상한 금융당국은 겉으론 “스스로 결정할 문제”라는 입장이지만 불쾌한 기색이 역력하다.
○하나금융, 퇴진 압박에 ‘No’
김 행장은 20일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주어진 기간 동안 최선을 다하는 게 은행장의 당연한 책무”라며 내년 3월 임기까지 완주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 그는 금융당국도 2011년 미래저축은행이 제출한 경영개선계획의 타당성을 인정했다는 사실을 언급하며 “판단이 달라져 아쉽다”고 말했다. 김승유 전 하나금융 회장이 이틀 전 “이런 건으로 중징계를 받는다면 누가 은행장을 할 수 있겠느냐”며 반발한 것의 연장 선상이다.
김 행장이 ‘불명예 퇴진’하면 조직이 흔들리고 실적까지 곤두박질칠 수 있다는 게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을 비롯한 수뇌부의 판단이다. 내부에 마땅한 후임자가 없는 상황에서 자칫 외부의 입김에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고려됐다는 전언이다.
김 전 회장을 배려한 선택이란 관측도 유력하다. 그가 검토를 지시한 것으로 알려진 미래저축은행 자금 지원 문제로 김 행장이 물러날 경우 김 전 회장을 ‘부정’하는 셈이 돼서다.
○“버티면 하나금융이 힘들 것”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은 “거취는 알아서 할 문제이지 당국이 말할 계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법규상 사퇴할 필요가 없다는 원칙론이다.
하지만 부글부글 끓는 속내가 곳곳에서 쉽게 읽힌다. 다른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김 행장이 계속 버틸 경우 하나금융 전체에 영향을 끼칠 수도 있는 상황”이라며 “김 회장과 김 행장이 결국 조직의 안정을 위해 결단을 내리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금융위원회 관계자 역시 “김 행장이 리더십에 큰 상처를 입은 데다 내년 초 금융권에서 떠나야 하는 상황인데 내부에서 영이 서겠느냐”며 “버티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에 따라 직·간접적 ‘압박 카드’를 꺼내 들 것이란 진단이 나온다. KT ENS 사기대출 사건에 연루된 하나은행에 대한 검사 수위를 높이거나, 하나SK카드와 외환카드 통합 승인 과정 등에서 압박이 거세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중도퇴진 잔혹사,이번에는?
금융가는 하나금융의 ‘마이웨이’ 여파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과거 당국의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황영기 KB금융 회장, 김정태 통합국민은행 초대 회장, 강정원 국민은행장 등이 하나같이 중도퇴진한 걸 잘 알고 있는 김 회장이 승부수를 던진 격이어서다.
황 전 회장은 우리은행장 시절 파생상품 투자로 1조6000억원의 손실을 입혔다는 이유로 직무정지 상당의 중징계를 받자 2009년 스스로 사임했고, 강 전 행장도 2010년 카자흐스탄 BCC은행 투자 손실과 관련해 중징계가 예상되자 임기를 3개월 남기고 자진사퇴했다. 당국의 압박에 대한 대응책이 있느냐는 질문에 김 회장은 “아직은 없다”고 말해 여운을 남겼다.
장창민/박한신 기자 cm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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