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 프런티어] "미세먼지 원인, 中보다 국내요인 더 크다"

입력 2014-04-20 21:50  

이종태 고려대 환경보건학과 교수

머리카락 굵기의 30분의 1
초미세먼지가 각종 질환 유발
흡연·車매연 마시는 것 같아

車·발전소·공장서 나오는 미세먼지 발생량 줄여야



[ 임근호 기자 ] “진짜 위험한 건 우리가 흔히 초미세먼지(PM2.5)라고 부르는 지름 2.5마이크로미터(㎛) 이하의 먼지입니다. 머리카락 굵기의 30분의 1 정도인 매우 작은 입자죠.”

지난 17일 연구실에서 만난 이종태 고려대 환경보건학과 교수(사진)는 “일반적으로 미세먼지라고 부르는 2.5~10㎛ 사이의 PM10은 90%가 코와 기도를 지나면서 걸러진다”며 “반면 PM2.5는 30%가 폐의 깊숙한 곳까지 침투해 쌓이면서 몸에 갖가지 병을 일으킨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국내 대표적인 미세먼지 전문가다. 미세먼지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과 이를 개선하기 위한 정책을 연구하고 있다. 그는 “미세먼지를 잘 관리하기만 해도 수명이 3년 늘어난다”며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은 제한된 만큼 정부가 발 벗고 나서야 할 때”라고 말했다.

◆PM2.5의 30%는 폐까지

PM2.5에 더 많은 신경을 써야 하는 이유는 독성에 있다. PM10은 흙먼지 꽃가루 등 자연적으로도 발생하지만 PM2.5는 자동차, 화력발전소, 공장의 굴뚝 등 주로 인위적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그는 “크기도 크기지만 PM2.5를 구성하는 물질은 화학적으로 독성을 띠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폐 깊은 곳까지 들어온 PM2.5는 폐 기능을 저하시키고 염증을 일으킨다. PM10은 대부분 가래나 기침으로 빠져나오지만 PM2.5는 한번 들어오면 그대로 머물게 된다. 때로는 폐를 통해 혈관으로 스며들기도 한다. 그는 “역학조사에 따르면 PM2.5 농도가 높았던 지역에서는 폐암 환자와 호흡기·심혈관 질환자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미세먼지 속을 돌아다니는 것은 담배를 피우거나 자동차 배기가스를 들이마시는 것만큼이나 건강에 악영향을 준다”고 강조했다.

◆중국보다 국내 요인이 커

이 교수는 미세먼지 발생을 중국 탓으로 돌리는 것은 오히려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방해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중국이 미세먼지의 원흉이라는 과학적 근거는 없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중국이 맑게 갠 날도 한국에선 미세먼지 경보가 내려지기도 한다”며 “중국 영향은 20~30%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나머지 70~80%는 국내 요인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최근 들어 미세먼지가 부쩍 많아진 것처럼 느껴지는 것은 측정 기술의 발달과 사람들의 인식 변화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옛날에는 하늘이 뿌옇게 흐리면 안개라고만 생각해 넘어갔지만 이제는 미세먼지라는 것을 알게 됐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자동차와 화력발전소, 공장 등이 국내 미세먼지의 가장 큰 발생 원인”이라며 “대중교통 활성화로 자동차 사용을 줄이고, 환경 기준을 강화해 미세먼지 발생을 줄이도록 하는 정부 정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마스크 쓰거나 숨 천천히 쉬어야

개인 입장에서는 외출을 삼가는 게 가장 좋은 대책이라고 이 교수는 조언했다. 그는 “건강한 사람이 잠깐 나가는 것은 괜찮지만 그럴 때도 가능한 한 호흡을 천천히 해 미세먼지 흡입을 줄이고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승인을 받은 마스크를 쓰는 게 좋다”고 말했다. 집 안이나 밖이나 미세먼지 농도에는 차이가 없다는 주장에 대해선 “미세먼지 발생원이 외부에 있다면 그나마 집안에 있는 게 낫다”고 설명했다.

공기청정기는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PM2.5를 거르기 위해선 매우 비싼 필터를 써야 하는데 일반인은 돈을 들인 만큼 효과를 보기가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효과를 보기 위해선 필터를 주기적으로 교체해야 하는데 공기청정기값만큼 비용이 들 것”이라고 말했다. 또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날에는 진공청소기보다 물걸레질을 하는 게 더 낫다고 권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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