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재연 정치부 기자) “지금 바로 여러분이 속한 지역구 의원을 독촉해주세요.”
16일 ‘세월호’ 침몰을 접한 후 6일째 속수무책으로 새로운 소식만 기다리던 네티즌들이 ‘뿔’이 났습니다. 마지막 희망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절박함에, 매 순간 기사나 동영상만 조회하고 있는 무기력함에 대한 자기반성도 확산되고 있습니다.
“정말 걱정된다면 문제를 직접 해결하던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을 움직여야 합니다”란 말이 사이버 공간에서 ‘울림’을 주는 이유입니다.
21일 인터넷에 등장한 웹사이트 ‘응답하라 국회의원’이 화제가 됐습니다. 뒤늦은 감이 있지만 스타트업(설립 된지 얼마 되지 않은 신생벤처기업) 개발자들이 모여 ‘응답하라 국회의원(www.HeyCongress.org)’이라는 웹사이트를 개설했습니다. 사용자가 자신의 지역구를 검색하면 해당 지역의원에게 세월호 피해자 지원 및 대책 준비를 촉구하는 청원을 이메일로 자동 발송할 수 있도록 하는 웹사이트입니다.
제가 사는 지역구인 ‘용산구’를 입력하자 진영 새누리당 의원에게 보내는 메일창이 뜹니다. 메일은 ‘국민의 슬픔이, 국민을 대변하는 의원들에겐 일이 되어야 합니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합니다.
주된 내용은 ‘세월호 피해자 구출이 효율적으로 이루어지도록 감시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관리, 감독의 주체를 명확히 해달라’는 내용이었습니다. 구체적인 법안 제정 요구 등 요구사항이 있다면 본인의 의견을 더할 수도 있습니다. 이름과 주소를 적어 넣은 후 버튼 하나만 누르면 해당 의원에게 ‘독촉메일’이 보내집니다.
웹사이트를 개설한 21일 자정부터 오후4시까지 4000명에 가까운 시민들이 의원들에게 독촉메일을 보냈습니다. 그만큼 세월호 침몰 사고를 보며 답답함과 무력함을 느끼는 사람이 많았단 뜻입니다.
사이트 개발자는 “21년 전 서해 페리호 침몰 사고 때 느꼈던 연민과 무력감을 다시 느꼈다”며 “이번엔 다른 점이 있다면, 우리에게는 투표권과 인터넷이라고 하는 강력한 무기가 있다”고 호소했습니다.
새정치민주연합의 정청래 의원(148건)과 유기홍 의원(86건), 새누리당의 심윤조의원(81건)과 이종훈 의원(75건) 순으로 많은 청원서를 받았습니다.
독촉메일에 강제력은 없습니다. 웹사이트 개발에 참여한 정기원 lab80.co 대표는 “우리가 느끼는 분노와 절망의 규모가 얼마나 큰지, 재난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에 우리가 얼마나 큰 관심을 가지고 있는지를 전달하는 것만으로도 차이를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4000명이 넘는 국민들이 세월호 재발방지를 위해 힘써달라며 의원들을 소환했습니다.
이 부름에 의원들의 적절한 ‘응답’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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