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우섭 기자 ] 세월호 침몰 사고 수색 작업에 첨단장비가 대거 투입된 가운데 기대를 모았던 원격수중탐색장비(ROV·remotely-operated vehicle)가 인명 구조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명석 해양경찰청 장비기술국장은 21일 브리핑에서 “이날 새벽 투입된 ROV는 조류가 빠른 사고 현장에서는 효용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사고 현장에서 잠수사들이 몇 차례 들고 갔지만 큰 효과가 없었다”고 말했다.
ROV는 원격조종을 통해 바다 밑 3000m까지의 상황을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촬영할 수 있는 장비다. 당초 이 장비가 사고 현장에 투입된다고 전해지면서 선체 내부 수색 작업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이 장비가 견딜 수 있는 유속은 최대 2노트(시속 약 3.7㎞)에 불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비교적 조류가 약했던 이날 조류의 세기는 정조 시간을 제외하면 대부분 2노트 이상이었다. 세월호 침몰 지역 인근의 최대 유속은 6노트에 달한다. 결국 이 장비가 투입될 수 있는 시간은 밀물과 썰물이 바뀔 때 물살이 느려지는 ‘정조 시간’에 한정될 수밖에 없다.
또 이 장비는 선체 안에서 음파 송신이 안 돼 원격조종이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색 작업에 참여하고 있는 잠수업체 언딘 마린인더스트리 관계자는 “ROV는 원래 혼자서 바닷속을 다니며 탐색해야 하지만 유속 때문에 잠수사가 ROV를 직접 들고 들어가야 하는 상황”이라며 “이럴 경우 잠수사 혼자 선체 내부에 진입하는 것보다 효율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해군과 언딘 마린인더스트리는 유속에 구애받지 않는 대형 ROV를 보유하고 있지만 크기가 커서 선체 진입용으로는 사용하기 어렵다. 이번 수색 작업에 사용된 ROV는 6㎏ 정도의 소형 장비로 한 국내 민간 업체에서 제공했다.
진도=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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