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실종자 못찾고 나오면 미안함이…시신 수습 뒤엔 자괴감에 시달려"

입력 2014-04-21 21:02   수정 2014-04-22 04:13

'고군분투' 민간 잠수사들

생업 제쳐놓고 달려와 대가 없는 자원봉사
잠수 경력 500~1000회…'프로'들만 구조작업 참여



[ 윤희은 기자 ]
“한시라도 빨리 생존자를 구출해 내고 싶은데 조류가 강하고 이물질이 많아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아요. 물에 들어갔다가 나와서 낙담하는 잠수사들이 한둘이 아닙니다.”

침몰한 세월호의 구조작업을 위해 21일 오후 전남 진도에 도착한 김영기 대전 한국수중환경협회 본부장은 “다시 침몰 수역으로 갈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이날 대전에서 함께 내려온 민간 잠수사는 김 본부장을 포함해 7명이었다.

김 본부장은 세월호가 침몰한 지 3일째인 지난 18일 진도 앞바다에서 구조작업을 위해 처음으로 입수했다. 바닷속 상황이 녹록지 않아 생존자 구출에는 실패했다. 김 본부장과 함께 입수했던 다른 민간 잠수사들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진도 인근 해역은 동해나 서해와 달리 조류가 강하고 바닷물이 탁하기로 유명하다. 그러다 보니 구조작업이 유독 쉽지 않았다고 잠수사들은 입을 모았다.

이들 일행이 다시 진도로 내려온 이유는 지금이 조수 간만의 차가 가장 작은 조금이어서다. 김 본부장은 “22~23일이 가장 조류가 안정적인 시기”라며 “선체에 생명줄을 연결하는 작업도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어 22일부터는 보다 원활한 구조작업이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조작업에 참여하는 민간 잠수사는 그야말로 자원봉사자들이다. 구조작업 중에 신변에 이상이 생겨도 보상을 받지 못한다.

평범한 회사원, 자영업자, 개인사업가 등으로 생업에 종사하는 민간 잠수사들은 재난이 닥치면 위험을 무릅쓰고 바다로 들어간다. 김 본부장 일행도 여객선 침몰 소식을 듣자마자 만사를 제쳐두고 ‘대가 없는’ 봉사를 위해 이곳에 내려왔다.

한 민간 잠수사는 “같은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일”이라며 “대가를 바랄 이유도 없고, 단지 한 생명이라도 구해내기 위해 최선을 다할 뿐”이라고 말했다.

모든 민간 잠수사가 구조작업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잠수 경력이 500~1000회 이상 되는 ‘프로 잠수사’만 재난 구조 활동에 투입된다. 현재 진도 사고해역에 투입된 민간 잠수사 대부분은 인명을 구조한 경험을 갖고 있다. 서해 페리호사건이나 천안함 사건 당시 구조작업에 참여한 잠수사도 적지 않다.

또 다른 민간 잠수사인 김종욱 한강수중환경지킴이 국장도 사고 당일인 16일 늦은 오후 또 다른 3명의 민간 잠수사와 함께 바로 짐을 챙겨 진도로 내려갔다.

사건 다음날인 17일 현장에 투입됐지만 파도가 심하고 비까지 내려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하루가 더 지난 18일에야 다른 민간 잠수사들과 함께 유도선 2대 설치에 성공했다. 김 국장은 “진도로 내려갈 때 배까지 포함한 모든 장비를 스스로 충당했지만 불만은 없다”고 말했다.

진도까지 내려왔으나 장비 문제로 올라갔다 다시 내려오는 민간 잠수사도 있다. 백상훈 경북 한국수중환경협회 본부장은 “선체에 진입하려면 강화유리를 깨는 장비가 필요하다고 들었다”며 “해당 장비를 준비하기 위해 경북으로 올라갔다가 다시 내려왔다”고 전했다.

해양경찰청에 따르면 하루 평균 70~80명의 민간 잠수사가 현장에 투입됐다. 하루에 1~2회씩 공기통을 메고 입수한다. 민간 잠수사들은 “시신을 수습한 뒤엔 극심한 스트레스와 자괴감이 든다”며 “우리가 힘들고 괴롭더라도 가족들을 위해 바다로 계속 뛰어들 작정”이라고 말했다.

진도·목포=윤희은 기자 sou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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