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신영 기자 ] 우리은행 총무부는 지난해 11월 이순우 우리금융그룹 회장 겸 우리은행장(사진)으로부터 예상치 못한 지시를 받았다. 회사차 번호를 ‘1899’번으로 바꿀 수 있는 방법을 찾으라는 내용이었다.
이 회장은 “우리은행이 처음 탄생한 시기가 1899년이어서 그렇다”고 이유를 말했다. 당시는 우리투자증권, 우리금융저축은행, 우리아비바생명보험 등 우리금융 자회사 매각을 위한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앞둔 시기였다.
우리금융의 민영화 작업이 본격화되면서 직원들의 결속력이 떨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에서 나온 지시였던 것이다. 100년이 넘도록 이어온 우리은행의 전통을 직원들에게 내세워 자부심을 잃지 않도록 한다는 의도였다.
실제 우리은행은 1899년 1월30일 ‘대한천일은행’이라는 이름으로 설립됐다. 올해 115년을 넘어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은행이다. 대한제국의 황실 자금을 자본금으로 납입하고 관료와 조선상인들이 주주로 참여했다. ‘대한제국 하늘 아래 첫째 가는 은행’이라는 뜻을 담았다. 1910년 ‘조선상업은행’으로 이름이 바뀌었고 훗날 상업은행으로 발전했다. 한일은행과 1999년 합병되면서 한빛은행으로, 또 2002년 우리은행으로 명칭이 변경됐다.
차 번호를 바꾸는 과정이 쉽지는 않았다. 차 렌트회사가 우연히라도 ‘1899’번을 단 차를 사는 행운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어서다. 다행히 지난 4월 초 렌트회사 측에서 ‘1899’번 차를 구입했다는 연락을 받았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내부 직원들이 100여년 동안 한국 금융을 이끌어온 우리은행의 저력을 잊지 않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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