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대참사의 원인을 단순히 맹골수도 진입시점에서의 조타수의 실수나 기계 오작동으로 특정하기는 힘들다. 사고는 예고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일명 '1:29:300 법칙'으로 불리는 하인리히 법칙은 어떤 재해로 인해 중상자가 1명 나오면 같은 원인의 경상자는 29명, 부상 위험이 있었던 잠재적 부상자는 300명이 존재한다는 이론이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대형사고가 발생하기 전 그와 관련된 경미한 사고와 징후들이 무수히 존재한다는 것이다.
세월호의 경우에는 적정 기준 이상의 화물을 실었으며, 선장은 탑승 인원과 화물 무게를 엉터리로 기재했다. 또한 사고 발생 2주 전 조타기 전원 접속에 이상이 감지되어 선장이 회사에 문제를 제기했지만 묵살당했다.
이 밖에도 지난 2월 해양경찰의 특별점검에서 수밀문(침수시 물을 차단하는 문)의 작동이 불량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같은 해 5월에는 제주항에서 하역작업 도중 배가 10도 이상 기울었다는 증언 또한 방송을 통해 보도됐다.
뿐만이 아니다. 여기에 비상 상황을 위한 승무원 교육마저 부재했다. 언제든 사고가 날 수밖에 없는 조건을 갖추고 있던 것이다.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사고는 이미 1년 전부터 벽에 금이 가고 천장에서 모래가 떨어지는 등 그 전조를 보였다. 무리한 용도변경, 부실공사, 설계 하중의 4배에 달하는 옥상 적재물 탓이었다. 그 모든 요인이 모여 500명 이상의 사상자를 내는 참사가 빚어졌다.
지난 2월 경주 마우나리조트 사고 역시 체육관 보조기둥의 볼트를 불과 2개씩 아꼈다가 많은 학생들의 목숨을 잃게 했다.
산업재해 현장을 일선에서 접할 수 있었던 보험사 직원 하인리히는 법칙을 발견한 것이 아니라 경고를 한 것이었다. "큰 재해는 항상 사소한 것들을 방치할 때 발생한다"는 하인리히의 경고는 올해로 83년이나 지났지만 무슨 까닭에서인지 대한민국에선 그의 경고가 메아리가 되어 되돌아가 버렸다.
한경닷컴 뉴스팀 newsinf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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