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사고 발생 7일째를 맞아 피로감이 짙게 깔린 22일 전문가들의 조언했다. 전 국민의 관심사가 세월호 사고에 집중되면서 광범위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증상이 우려된다는 지적이다. 일반적으로 PTSD는 대형 참사를 경험한 생존자 또는 피해자 가족이 겪는 정신적 충격 증상을 가리킨다.
이번 세월호 참사는 사고와 직접 관계가 없는 국민들도 대리 외상을 경험하고 집단적 PTSD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생존자 구조 등 희망적 소식은 없이 절망적 뉴스만 전해지는 데다 다양해진 미디어 채널과 온라인·모바일 환경을 통해 끊임없이 부정적 보도를 접하기 때문이다. 성수대교·삼풍백화점 붕괴, 대구지하철 참사 등 이전의 대형 참사와 또 다른 양상이다.
하지현 건국대 의학전문대학원 교수(신경정신과)는 “의학적으로 PTSD는 사건과 관련된 재경험이나 과민반응, 회피반응 등 불안증세가 1개월 이상 지속될 경우 판별할 수 있다” 고 전제한 뒤 “심각한 경우가 아니라면 상황이 종료된 뒤 약 2주 안에 회복될 수 있는데, 현재는 사고 상황이 끝나지 않고 계속 환기되고 있어 후유증이 더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보 형식을 빌어 생중계처럼 계속되고 있는 언론 보도가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신경정신과 의사는 “제발 언론이 생중계하듯 사고 소식을 보도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집단적 국민 PTSD를 예방·치료하려면 3~4시간 정도 간격을 두고 일괄적으로 사고 뉴스를 전해 피로감과 후유증을 줄여나가는 방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사고의 최대 피해자인 안산 단원고 학생들은 감수성이 예민한 청소년기라 더욱 세심한 배려가 요구된다.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는 사고 발생 후 성명서를 발표해 “이차적 외상에 노출되지 않도록 최대한 보호하는 게 원칙” 이라며 “아이들이 사고 관련 소식에 반복 노출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교육부 산하 학생정신건강지원센터장을 맡고 있는 정운선 경북대 의전원 교수(정신건강의학과)는 “소방훈련 도중 어머니가 애들이 보는 앞에서 떨어져 죽은 경우에서 확인할 수 있듯 청소년의 PTSD 증상은 더 심각한 편” 이라며 “세상을 불신하고 스스로를 고립시키거나 가치관에 혼란이 야기되는 등 청소년 인격 발달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경닷컴 김봉구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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