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대학 캠퍼스 "올해 축제 취소합니다"

입력 2014-04-22 16:51   수정 2014-04-22 20:39

[ 김봉구 기자 ] 세월호 침몰사고의 아픔이 대학 캠퍼스로 번졌다. 대부분 중간고사를 치르고 있는 대학생들은 “아무것도 해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시험공부만 해도 되는지 모르겠다. 자괴감을 느낀다”는 반응도 이어졌다.

22일 대학가에 따르면 조용한 애도 분위기 속에 다음달 각 대학 총학생회가 주최 예정인 봄 축제가 잇따라 취소됐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인 안산 단원고 고(故) 남윤철·최혜정 교사의 모교인 국민대와 동국대는 캠퍼스에 분향소를 차린 데 이어 5월 중순 예정된 축제도 취소키로 했다. 남 교사는 국민대 영어영문학과, 최 교사는 동국대 역사교육과 출신이다.

국민대는 다음달 19~22일로 예정된 봄 축제를 취소하고 가을로 연기했다. 축제 첫날인 19일 열릴 예정인 성년의 날(5월 셋째 월요일) 행사와 매년 5월 큰 규모로 개최해 온 전통놀이 체험도 취소했다.

지난 18일 캠퍼스에 마련한 분향소는 오는 25일까지 유지키로 했다. 국민대 관계자는 “남 교사의 발인이 엄수됐지만 지금도 조문객들의 방문이 이어져 당분간 추모 공간으로 놔두기로 했다” 며 “학생들뿐 아니라 영문과 선배들, 지역주민들이 알음알음 찾아오고 있다”고 말했다.

동국대는 5월 봄 축제는 물론 불교 종립학교 특성에 맞춰 계획한 ‘(설립) 108주년 홍보대사’ 위촉식도 취소했다. 지난 17일 모교인 사범대에 차려진 최 교사의 분향소는 21일 철수했지만 앞으로 총학생회 차원에서 사고 희생자를 위한 모금운동을 펼칠 예정이다.

세월호 침몰사고 최대 피해자가 된 단원고와 인접한 한양대 에리카(안산)캠퍼스도 다음달 예정된 축제를 취소했다.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된 안산 지역의 정서를 고려한 결정. 총학생회는 “국가적 재난이자 안산의 비극을 맞아 희생자와 유가족을 진심으로 애도해야 한다는 뜻을 모았다” 며 “5월12~14일로 예정된 봄 축제를 취소한다”고 밝혔다.

나현덕 한양대 에리카캠퍼스 총학생회장은 “사고 희생자와 유가족을 위한 모금 등을 추가로 진행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박상천 에리카캠퍼스 부총장도 “구조된 단원고 학생들에 대한 심리치료를 비롯해 대학 교직원과 학생들이 각종 봉사와 지원에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서울대 역시 최근 총학생회 운영위원회를 열어 5월13~15일 개최 예정이던 봄 축제를 세월호 참사 애도 차원에서 취소키로 했다.

지역 대학들도 애도 행렬에 동참했다. 계명대 총학생회는 학생회 차원 모금운동을 전개함과 동시에 다음달 열릴 예정인 축제를 취소하고 봉사활동으로 대체한다. 자신에게 주어지는 봉사장학금 일부를 희생자 가족에게 내놓기로 한 이 대학 권진용 총학생회장은 “슬픔에 잠긴 희생자 가족과 함께 하겠다는 취지” 라며 “축제성 행사는 자제하고 현지 봉사활동에 나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북대도 21일 총학생회 전체회의를 거쳐 5월로 예정된 대학 축제를 연기하고 학생회 차원의 모금운동을 펼치기로 했다. 교직원들도 22일부터 ‘희망나눔 모금캠페인’을 벌여 모인 금액과 물품을 사고 현장에 전달할 방침이다.

이번주 중간고사 기간이 끝나면 더 많은 대학들이 축제 취소와 모금운동 등 세월호 침몰사고 피해자들에게 힘을 보탤 것으로 보인다.

연세대는 시험이 끝난 다음주쯤 총학생회가 축제 개최 여부를 논의해 결론을 내릴 예정이다. 고려대 측은 “아직 공식 입장은 없지만 시험기간이 끝난 뒤 축제 취소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 소재 한 사립대 관계자는 “축제 취소나 모금운동 얘기조차 조심스러운 상황이다. 중간고사 기간이 끝나면 학생들 의견을 수렴해 결론이 날 것”이라고 전했다.

한경닷컴 김봉구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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