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톡 얘기가 아니다. 초콜릿 만드는 카카오(cacao) 얘기다. ‘신들의 음식’으로 불리는 카카오는 약 4000년 전부터 재배된 열대식물이다. 그 열매인 카카오콩을 볶으면 쓴맛과 신맛이 없어지고 향이 좋아진다. 이를 곱게 갈아 만든 분말이 코코아이고, 이걸로 만든 게 초콜릿이다.
밀림 속의 떫은 열매에서 환상적인 맛을 추출해낸 사람들은 마야족과 아즈텍족이었다. 그들에게 카카오 열매는 심장, 초콜릿액은 피를 상징했다. 흥분제가 들어 있어 제의용 약으로도 썼다. 정력에 좋다고 하루 50잔씩 ‘원샷’한 왕의 기록이 있다. 카사노바 역시 그랬다. 영화 ‘초콜릿’의 명장면처럼 식었던 연인을 타오르게 하고, 싸우던 이웃을 화해시키는 묘약이기도 했다.
아즈텍족은 카카오콩을 화폐로 썼다. 토끼 한 마리에 10알, 노예 한 명에 100알 정도였다. 매춘부를 살 때는 12알이었는데, 정교하게 만든 위폐(?)도 나돌았다. 마야에서는 노동자의 임금을 카카오콩으로 지급했다. 지금처럼 고형 초콜릿을 만드는 기술은 19세기 말 유럽에서 나왔다. 요즘은 카카오 함량이 많은 순서대로 다크 초콜릿, 밀크 초콜릿, 화이트 초콜릿 등으로 종류를 나눈다.
엊그제 국제시장에서 카카오값이 30여년 만에 최고 수준까지 뛰었다. 열대지방에서만 자라기 때문에 공급량이 오락가락하는 데다 중국의 수요가 갑자기 늘어난 탓이라고 한다. 그동안에는 주로 유럽과 미국이 초콜릿 주소비 시장이었다. 초콜릿 천국인 스위스의 1인당 소비량은 연간 10kg에 이른다. 그에 비해 중국은 아직 1인당 500g 정도밖에 안 된다. 그러나 몇 년 새 계속 늘어나는 추세이고 지난해에만 40%의 성장률을 보였다.
이 같은 수급 변동 때문에 카카오값은 더 오를 전망이다. 카카오 생산의 70%를 차지하는 아프리카 서부 기후가 건조해지면 더 그럴지도 모른다. 초콜릿이 샴페인처럼 값비싼 사치품이 될 수 있다고 유통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13억 중국인이 초콜릿을 먹기 시작하면 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라고도 한다.
물론 다른 시각도 있다. 중국인들이 먹기 시작한다고 무조건 값이 뛸까?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이다. 그들이 회를 즐기면 태평양 물고기 씨가 마르는 게 아니라 우리나라 서남해안 양식장들이 살판나게 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시장의 수급은 묘한 균형추를 갖고 있다. 그러나 만에 하나 그것마저 작동하지 않는다면? 글쎄, 천하의 중국인들이라면 인공 카카오를 만들지도 모르겠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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