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배급사 UPI의 '甲질'

입력 2014-04-22 21:20   수정 2014-04-23 09:18

'어바웃 타임' 홍보대행료 40%만 지급 횡포
영화마케팅사協, "모든 대행 보이콧하겠다"



[ 유재혁 기자 ] 할리우드 영화배급사 UPI(유니버셜픽쳐스 인터내셔널)코리아(대표 더글러스 리)가 지난해 12월 300여개 스크린에서 개봉한 ‘어바웃 타임’은 로맨틱코미디로는 드물게 320만명의 관객을 모으는 대박을 터뜨렸다. 그러나 UPI는 최근 홍보를 대행한 H사에 대행료를 적정 수준보다 40% 적게 지급했다.

영화마케팅사협회(대표 신유경)는 최근 UPI 측에 공문을 보내 홍보대행 계약서를 작성하고 적절한 요금을 대행사에 지급해줄 것을 요청했다. 이를 거부할 경우 회원사들이 홍보대행을 보이콧하겠다고 통보했다. 18개 업체로 구성된 협회가 공동 대응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2일 영화마케팅사협회 관계자는 “‘어바웃 타임’ 규모의 홍보대행료는 2500만~3000만원 수준이지만 UPI는 1800만원만 냈다”며 “UPI가 슈퍼 갑의 횡포를 부리고 있어 협회 차원에서 대응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영화가 대박을 거둘 경우 성공 보수를 책정하는 게 관례지만, UPI는 기본요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액수를 제공해 영세한 홍보대행사의 존립기반을 허물어뜨렸다는 주장이다.

영화계 홍보대행 대금은 대개 선금과 잔금을 나눠 주는 형태지만 UPI는 후불 지급형태로 운영하고 있다. 계약서를 미리 쓰지 않고 일을 맡긴 뒤 끝날 무렵 작성하며 이때 가격을 후려친다는 것이다. 힘없는 대행사는 UPI가 요구하는 대로 따를 수밖에 없다. UPI가 그릇된 관행을 지속하는 데는 열악한 재정 상황에 놓인 홍보대행업체의 과당 경쟁도 한몫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영화가 완성되면 작품별로 대행사가 한국 영화는 5000만~1억원, 외국 영화는 1000만~5000만원을 받고 홍보를 대행하고 있다. 영화마케팅사협회 소속 18개 업체 외 10개 정도의 영화홍보대행사가 활동하고 있지만 1조5000억원 규모의 영화시장에 비해서는 업체 수가 많은 게 지배적인 의견이다.

UPI 측은 이날 연락이 닿지 않았다. UPI가 ‘어바웃 타임’의 홍보대행비를 낮게 책정한 데 대해 영화가 원래 소규모 배급용이어서 적정한 금액을 준 것이라고 답변했다고 H사는 밝혔다. UPI 측은 협회 측의 권고안에 대해서도 수용할 수 없다고 일축한 것으로 전해졌다.

UPI는 연간 10여편의 할리우드 영화를 국내에 직접 배급하고 있다.

유재혁 대중문화 전문기자 yooj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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