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동현 기자 ] 직장인 A씨(30)는 최근 신혼집을 구하기 위해 서울 신림동의 주택가를 돌다가 6층 신축건물에 ‘근생 빌라’라고 적힌 현수막을 봤다. 중개업소에서 이 건물 2층 방 2개짜리 집을 매입할 것을 권유받은 A씨는 고민에 빠졌다. ‘근생 빌라’는 근린생활시설을 주택으로 전용한 일종의 불법시설이었지만 가격은 주변 시세보다 쌌다. A씨는 결국 전용 18㎡를 시세(1억3000만~1억5000만원)보다 싼 1억1000만원에 구입했다.
최근 서울과 경기 주요 도시의 주택가에서 ‘근생 빌라’ ‘근생·다세대주택’ ‘도시형 오피스텔’ 등의 문구를 내건 주택이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투자자가 이 같은 부동산을 매입할 때 용어에 현혹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흔히 ‘근생 빌라’라고 부르는 것은 근린생활시설과 다세대주택이 결합된 것으로 법적으로는 ‘상가’다. 상가 부분을 주거용으로 개조해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이 같은 주택이 많이 생기는 것은 도심의 주차 문제 때문이다. 주택법상 준공 기준에 따라 다세대주택은 가구당 한 대 이상의 주차 공간을 마련해야 한다. 하지만 주택가에는 주차 공간이 부족하거나 기계식 주차 시설을 마련하는 데 비용이 많이 든다. 결국 건축주가 완화된 주차 기준을 적용받기 위해 근린생활시설로 허가를 받는 것이다.
이 주택은 주거용이 아닌 만큼 매입·분양받을 때 상업시설을 취득할 때와 같은 세금을 내야 한다. 취득세 감면 혜택을 받을 수 없고 건물 부분에 대한 부가세도 내야 한다. 사업자 등록을 한 이후에야 부가세를 환급받을 수 있다.
‘도시형 오피스텔’이라는 용어도 등장했다. 최근 인기가 떨어진 도시형 생활주택을 달리 부르는 말이다. 안민석 FR인베스트먼트 연구원은 “지난 1~2년간 상대적으로 입지 여건이 떨어지는 곳에 도시형 생활주택이 대량으로 공급돼 오피스텔에 비해 평균 수익률이 떨어지고 있다”며 “오피스텔인 줄 알고 샀다가는 낭패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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