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형호 기자 ]
한미약품은 매년 정규직 공개채용 외에 15명 안팎의 수도권 여자상고 졸업 예정자를 서무·경리직 신입사원으로 별도 채용하고 있다. 초임 연봉은 2800여만원. 계약직으로 뽑으면 한 사람당 연간 1000만원 이상 인건비를 절감할 수 있지만 정규직을 고수하고 있다.
‘비용 몇 푼 아끼려다 조직문화를 해칠 수 있다’는 경영진의 판단에서다. 이 회사 직원 1947명 가운데 비정규직이 단 한 명도 없는 이유다.
◆한미약품 직원 모두 정규직
국내 제약업계는 정규직 비중이 다른 제조업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다. 제조업 평균 비정규직 비율이 30%에 달하고, 경제활동인구 전체로는 비정규직이 절반을 차지하고 있지만 제약산업의 정규직 비중은 98%에 달한다.
국내 매출 상위 10개 제약사의 평균 비정규직 비율은 1.6%에 불과하다. 10위권 회사 가운데 한미약품 종근당 제일약품은 비정규직을 한 명도 채용하지 않고 있다.
유한양행을 비롯, 녹십자 JW중외제약 일동제약 등의 비정규직 비율도 1%대에 그친다.
동아ST는 전체 직원 1605명 가운데 비정규직은 14명으로 0.8%에 머물렀다. 대웅제약(2.8%)과 LG생명과학(7.2%)이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나 이 역시 제조업 평균에는 훨씬 못 미친다. 제약사들의 비정규직은 사옥관리나 서무 등 단순업무 관련 인력이 대부분이다.
◆“비정규직 쓰기 어려운 구조”
비정규직 비율이 낮은 것은 제약산업 특유의 구조와 정서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제약사에서 인력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곳은 영업, 생산, 연구개발, 일반관리 순이다.
박노석 한미약품 인사담당 이사는 “수많은 약품 정보를 습득해야 하고 회사를 대표해 약을 판매하는 영업부터 수년간 해야 하는 연구개발(R&D), 엄격한 공정관리가 필요한 생산부문 등 어느 곳 하나도 비정규직 인력을 쓰기가 어려운 독특한 산업구조를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동아쏘시오홀딩스(옛 동아제약)에서는 박카스 운송과 판매를 담당하는 고졸 출신 영업맨 중 상당수가 55세 정년을 채워 퇴직하고 있다. 이 회사에서 연평균 정년퇴직 인력은 30명 안팎이다.
대웅제약의 경우 사내 식당 조리원들도 정규직이다. 1988년 조리원으로 입사한 김성수 조리장은 26년째 대웅제약 식구들의 ‘입맛’을 책임지고 있다.
◆“양질의 일자리 창출 산업”
국내 상위 10개 제약사의 지난해 매출은 5조9895억원, 고용인원은 1만4619명이었다. 매출 4억원당 한 사람씩을 고용한 셈이다.
한국제약협회 관계자는 “중상위권인 급여 수준과 높은 정규직 비율 등을 고려하면 제약산업이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핵심 산업부문 중 하나”라며 “정부가 제약산업 육성 정책을 수립할 때 이런 측면까지 감안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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