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불 보증금 유명무실
반납 거부하는 가게 많아…수거 과정에서 많이 깨져
내열유리의 역습
녹는 온도 높아 폐유리 재활용 걸림돌
[ 추가영 기자 ] 유리병 재활용이 제대로 안되고 있다. 유리병 분리 배출은 연간 출고량의 95%에 이를 정도로 많지만 빈병 재사용률은 85%에 그치고 있다. 수거 과정에서 파쇄되는 비율이 10%포인트에 달한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빈병 재사용 횟수는 평균 8회로 일본(28회)의 3분의 1 수준에 그치고 있다.
폐유리를 녹여 쓰는 재활용은 내열유리가 등장하면서 생산 효율이 크게 떨어졌다.
○유리병 파쇄율 10%
빈병을 재활용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수거해 세척한 뒤 재사용’하는 것이다. 맥주병이나 소주병을 수거해 세척한 뒤 다시 사용하면 병당 평균 50원의 비용이 들어간다. 하지만 폐유리를 녹여 새 병으로 만들면 평균 160원이 투입된다. 여기에다 해외자원 수입 절약, 이산화탄소 배출감소 효과 등을 감안하면 빈병을 수거해 재사용하는 것이 훨씬 낫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정부는 1985년부터 빈병 재사용률을 높이기 위해 소비자에게 반환보증금(맥주병 50원, 소주병 40원)을 부과해왔다.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법’에서 빈용기보증금 대상 유리병으로 정한 주류, 청량음료 등의 유리용기가 적용 대상이다. 제품 판매가격에 반환보증금을 포함하는 방식으로 징수해왔다.
김영춘 한국용기순환협회 제도개선팀장은 “빈용기보증금은 파손되지 않은 빈병을 판매처에 돌려주고 보증금을 돌려받는 제도”라며 “하지만 회수 과정의 부주의로 인해 발생하는 유리병 파쇄율은 10%로 일본, 독일 등 선진국에 비해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빈병을 수거하는 도·소매업자가 받는 취급수수료(맥주병 19원, 소주병 16원)가 적은 것도 수거가 방치되는 이유 중 하나다. 빈병을 받아주는 동네 가게가 요즘은 거의 사라졌다.
자원순환사회연대가 최근 실시한 소비자 인식조사에 따르면 서울 부산 광주 등에 사는 20대 소비자들의 95%가 빈용기 반환보증금 제도에 대해 ‘모른다’고 응답했다.
○내열용기 분리배출 어려워
환경부가 발표한 올해 유리병 재활용 의무율은 76%다. 전체 원료의 76% 이상을 깨진 유리나 폐유리 등으로 써야 한다. 이를 달성하지 못하면 유리병 생산자는 별도의 부과금을 내야 한다.
문제는 2011년부터 본격적으로 국내에 보급되기 시작한 내열유리 폐용기다. 내열유리는 일반 유리에 붕산을 첨가해 내열성을 높인 제품이다. 용해점이 1700도 이상으로 일반유리(1450도)보다 높다. 용해로에 내열유리 폐용기가 들어가면 완전히 녹지 않고 덩어리가 지거나 기포가 생겨 제품 불량률이 높아진다. 내열유리를 완전히 녹이려면 용해로의 온도를 더 높여야 한다. 비용이 그만큼 더 들어간다.
내열유리 폐용기는 일반 유리쓰레기에 섞여 버려지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 사람은 깨진 내열유리 용기를 재활용이 가능한 유리쓰레기로 잘못 알고 재활용 쓰레기로 버리고 있다. 재활용 사업자들이 육안으로 내열유리를 식별해 재분리하기가 매우 어렵다. 국내 유리병 제조공장의 지난해 불량률(8.5%)의 4분의 1 정도는 내열유리 때문에 생긴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한 재활용사업자는 “유리병 생산자가 분리배출 표시를 하고 있지만 이를 일일이 확인하고 쓰레기를 분리 수거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재활용 지원금 적다” 지적도
유리병 생산업체는 재활용 의무비율(올해 76%)을 지키지 못하는 만큼 생산자분담금을 더 내야 한다. 분담금은 지난해 ㎏당 26.5원이었다. 이 돈을 받은 공제조합은 폐유리 재활용 비용으로 ㎏당 22원을 재활용 사업자에게 지난해 지급했다.
방정훈 한국유리공업협동조합 부장은 “공제조합이 받은 생산자분담금보다 18.5% 적은 돈을 지원금으로 지급했다”고 지적했다. 유리병 생산업체들로부터 받은 생산자분담금 전액을 재활용 업체들에 지원금으로 나눠줘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김홍석 한국순환자원유통지원센터 대외협력팀장은 “분담금에는 재활용사업자 지원금뿐만 아니라 공제조합 한국순환자원유통지원센터 운영비가 포함돼 있다”고 해명했다. 김 팀장은 또 “소주병 등 녹색병의 파유리 중국수출 방안연구 등 재활용 방법 연구와 기술개발에 필요한 비용도 운영비 명목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추가영 기자 gych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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