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 사장 "답은 사람에 있다"
신흥국 점유율 확대 노리는 獨본사와 인재확보 방안 논의
[ 최진석 기자 ] “삼성전자가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요인이 무엇인가요?”
김효준 BMW그룹코리아 사장(사진)은 지난 15일 독일 BMW 본사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밀라그로스 카이나 안드레 인사 및 노사관계 총괄사장이었다.
안드레 사장은 “삼성전자가 애플과 대적하며 세계 각국에서 높은 시장점유율을 달성한 노하우가 궁금하다”고 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지난달 베를린을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을 만나 같은 질문을 했다.
김 사장은 “답은 사람에 있다고 했다”고 전했다. 그는 “삼성은 지역별, 국가별로 인재풀을 구성해 차세대 리더로 키우는 작업을 20년 넘게 해왔다”며 “인재경영이 각국 시장 공략을 성공적으로 할 수 있었던 비결”이라고 설명했다.
BMW 역시 아시아 신흥시장을 비롯한 세계 각국에서 현지 전문가를 적극적으로 키워야 한다는 뜻도 전달했다. 김 사장은 “BMW그룹도 ‘맵(MAP)’이라는 이름의 인재양성 프로그램이 있지만 아시아 지역에선 중국만 시행 중”이라며 “말레이시아, 인도, 태국, 브라질 등에서 지역 전문가를 선발해 핵심인재로 키워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 사장은 “안드레 사장이 30분간 통화한 뒤 이른 시일 내에 구체적인 기획안을 마련해 달라고 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다음주 독일을 방문해 실행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독일의 3대 프리미엄카 브랜드인 BMW가 삼성의 글로벌 인재 양성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신흥시장 점유율을 확대할 방안을 찾기 위해서다. BMW그룹 자동차의 글로벌 시장별 판매비중은 지난해 기준으로 유럽 40%, 미국 20%, 중국 20%, 아시아 남미 등 신흥시장 20% 등으로, 신흥시장 확대에 공을 들이고 있다. 최근 브라질, 멕시코, 인도에 생산공장 건설을 추진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삼성은 1990년 지역전문가 제도를 도입하며 글로벌 각지의 시장별 맞춤형 인재를 육성해왔다. 지역전문가는 1~2년 동안 아무 조건 없이 다른 국가의 문화와 언어를 익히는 제도다. 미국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이 펴낸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HBR)’가 2011년 삼성의 글로벌 성공 요인으로 지목하기도 했다. 삼성은 또 해외 핵심 인재에게 주거비 등 모든 비용을 지원해 1년간 한국 본사를 포함한 다른 나라에서 일하게 하는 글로벌 모빌리티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며 줄잡아 6000명 넘는 글로벌 전문가를 키웠다.
김 사장은 지난해 5월 아시아인 최초로 BMW그룹 본사에서 이사회 멤버 바로 아래 직급인 수석부사장으로 승진했다. 80여개국에 진출한 BMW의 현지법인 대표 중 가장 직급이 높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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