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나라의 존재 이유를 물어야 하는…

입력 2014-04-24 20:39   수정 2014-04-25 04:34

세월호 참사에 보인 시스템의 붕괴
관료 정치인 등 핵심세력 권력화 탓
이들로 인해 더 슬퍼지지 않았으면

조장옥 < 서강대 교수·경제학 choj@sogang.ac.kr >



비극적인 사고를 당해 우리 모두는 대한민국 호를 다시 한 번 생각하는 계기를 맞고 있다. 너무 쉽게 드러누운 대형 여객선과 그에 갇힌 우리의 미래,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위기대응 능력, 그리고 타인의 비극을 자신을 위해 이용하려 하는 인사들까지, 대한민국의 모든 고질병이 한꺼번에 터져 드러나고 있다. 나라를 건설하는 노력과 어떤 나라가 되어 나타나는가는 다른 문제라는 것을 뼈저리게 인식하게 되는 오늘이다.

풍랑이 이는 바다에서 배가 가라앉는 사고는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 전과 후이고 과정이라고 본다. 이번 사고에서 우리가 이 가운데 어느 것도 제대로 해내지 못하고 있음을 보는 것이 괴롭다. 한 나라의 시스템이 이토록 허무하게 무너진다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 싶은 정도인 것이다. 나라의 존재 이유는 결국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 대한민국은 나라로서 왜 존재하는가를 물어야 마땅한 상황에까지 왔다고 본다.

이 나라가 이 지경에까지 온 데에는 짧은 세월에 집단화되고 경직화된 관료, 나라의 중심임을 인식하지 못하는 언론, 정의와 멀어져 있는 법조, 국방의 중차대함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것으로 보이는 군, 무엇보다도 갈등을 해결하기보다 확대 재생산하는 정치의 그림자가 있다. 이 막강한 집단들을 어찌해야만 한단 말인가. 나라가 변하고 살만한 곳으로 다시 태어나기 위해서는 이들이 변해야 하는데 전혀 그럴 것 같지 않다. 힘 없는 국민에게 이들은 어찌할 바 없는 절망인 것이다.

대한민국의 관료화는 이제 거의 이조 시대 수준이다. 해양수산부의 마피아를 척결하라는 대통령의 언급이 있었던 모양이다. 해수부에 마피아가 있다는 것은 처음 알았으나 기획재정부에 그런 것이 있다는 말을 들은 지는 수십 년이 되었다. 명시적이건 암묵적이건 공직사회에 존재하는 사조직은 그것이 군이건 관료이건 해로운 것으로, 왜 그런지는 설명이 필요하지 않다고 본다. 경직화의 끝에 사조직이 생기고 그것이 권력집단화하면서 이씨 조선에 어떤 결말이 왔는가.

경제 관료들의 경제권력 독점화는 이제 위험스런 수준이다. 그들을 찾기 위해 고개를 많이 돌릴 필요도 없다. 그리고 관료의 독점적 권력화는 다른 분야에서도 다르지 않아 보인다. 죽은 아이들 옆에서 기념촬영을 할 수 있는 특권의식과 인식 부족이 관료 한 사람의 경우만이 아니라는 말이다. 독점에 큰 비용이 따른다는 것은 경제원리만이 아니다. 포괄적으로 말한다면 우리의 청년실업과 저성장의 작지 않은 책임이 경직화되고 권력화한 규제의 회전의자 뒤에 숨은 관료집단에 있다고 본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언론이 어떤 것인지는 논할 필요도 없으리라. 사회가 막혀 있을 때 중심을 잡고 나아갈 길을 밝혀주는 등불이 언론이고 그렇기 때문에 언론의 자유가 중요한 것이다. 지금 이 나라에서는 언론의 자유가 남용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러운 경우가 적지 않다. 살아남기 위해 취할 수밖에 없는 사적이고 선정적인 담론들이 언론의 마음과 정신은 아니지 않은가. 이번 사건의 보도에서도 왜 우리는 이처럼 답답함만을 느끼는 것일까.

이 땅의 법이 혹은 그 행사가 정의롭지 않다는 인식은 우리의 오해일까. 권력과 부를 가진 자에게 더 정의로워 보이는 법 때문에 국민의 선택이 더욱 왜곡되고 있음을 생각은 해보는 것일까. 우리 군은 점점 왜 미덥지 못한 모습에 더 익숙해져 가는 것일까. 언제까지 우리는 이런 달나라 출신들의 잘난 정치의 지배에서 슬퍼야만 할까.

나라의 핵심이 석화하고 있다. 누구도 분해하거나 치울 수 없는 거대한 바위로 굳어져 가고 있는 것이다. 그 사이 우리의 어린 목숨과 소중한 것들이 변방에서 소멸하고 있다. 꽃은 올해 왜 이리도 일찍 피고 어느새 지고 없는가. 없는 소리가 들리고 보이지 않는 것이 보이는 이상한 봄이다. 다시 살아야 하는 모든 이들에게 왠지 미안한 위로를 보낸다. 수상한 세월만이 우리의 유일한 위로가 아니길 바라면서

조장옥 < 서강대 교수·경제학 choj@sogang.ac.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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