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태형 기자 ] “건축은 문화이고, 문화는 짧은 기간에 습득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1979년생의 30대 일본 건축가 고시마 유스케가 와세다대 시절 “명작 건축의 실체를 직접 확인하겠다”며 방학 때마다 유럽 각지로 배낭여행을 다닌 후 내린 결론이다. 그는 대학원을 졸업하자마자 “유럽을 삶의 무대로 삼겠다”며 ‘취업 여행’에 나섰고 독일 베를린에서 일자리를 얻었다. 건축사무소 인턴에서 설계공모전 팀장으로 성장하기까지 4년 동안 그는 주말과 휴가기간을 이용해 건축 여행을 이어간다.
《청춘, 유럽건축에 도전하다》는 그가 생활의 터전이었던 베를린을 중심으로 로마 파리 바르셀로나 스톡홀름 등 유럽 곳곳으로 다녔던 건축 순례의 ‘세 번째 여행’을 기록한 책이다. 그에게 첫 번째 여행은 아직 가본 적 없는 곳을 상상하는 머릿속 여행이고, 두 번째는 실제의 땅을 밟는 현실의 여행, 세 번째는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후 되돌려보는 ‘추억 여행’이다.
저자는 직접 여행지를 다니며 그렸던 건축물 스케치와 실제 사진을 곁들이며 때로는 도시 여행기처럼, 때로는 생활 에세이처럼, 때로는 문화 비평처럼 추억을 담아낸다. 프랭크 게리가 설계한 구겐하임 빌바오 미술관을 보고는 “강변에 핀 한 송이 사랑스러운 장미와도 같다”며 감탄하지만 내부 공간을 보고는 “유기적인 운동감이 사라져버렸다”며 그 원인을 진지하게 탐구한다. 그는 건축물들을 마치 살아 숨 쉬는 하나의 생명체처럼 묘사하고 그 속에 담긴 문화를 들려준다.
진지하고 패기와 열정이 넘치는 젊은 건축가의 생생한 건축적 경험을 공유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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