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drone)이라는 것이 있다. 꿀벌 중 수컷을 뜻한다. 지금은 무인기(無人機)로 더 잘 알려져 있다. 드론은 사람이 조종하지 않는다. 입력된 대로 임무를 수행한다. 드론 활동이 가능한 것은 인공지능(AI)에 버금가는 제어기술 덕분이다. 모든것이 컴퓨터로 통제된다.연료만 충분하다면 못하는 일이 없다. 먼 거리도 정확하게 비행하고 임무를 수행한 뒤 복귀한다. 드론은 낮과 밤의 제한이 없고, 고도와 중력의 한계도 없다. 인간이 타지 않아 인간 오류가 거의 제로(zero)다.
자동제어 ‘드론’
갑자기 드론 이야기를 하는 것은 인간의 개입과 한계, 오류 가능성을 논제로떠올려 보기 위함이다. ‘세월호 참사’는 100% 인재(人災)다. 인천~제주라는 세월호의 활로 상에는 수많은 인간 개입과 한계, 오류의 위험성이도사리고 있다. 선장, 항해사, 선원이 그들이다. 선장을 비롯한 선원들은 활로를 완벽하게 통제할 수 있을까. 그러길 바라지만, 인간의 오류는 사고의 임계점을 늘 위협한다. 세월호도 바로 인간 개입의 오류가 빚어낸 참사에 다름 아니다.
다른 예를 들어보자. 최근 발생한 필리핀 항공기 추락사고는 여전히 미스터리다. 중국 베이징을 향해거의 직선으로 북상했어야 할 비행기가 왜 유턴하다시피 해 인도양한가운데 추락한 것일까. 조종사는 무엇을 한 것일까?완벽한 두뇌를 가졌다는 인간 조종사들이무슨 짓을 한 것일까?
이처럼 대량 수송이 가능해진 오늘날, 인간의 오류 가능성은 늘 대형참사를 잉태하고 있다. 만일 인간 개입을 제로(zero)로 만들면 어떨까.바로 활로 개입의 최소화다.
우리가 잘 알고 있듯이 항공기에는 자동항법 장치라는 게 있다. 드론을 만들어내는 현대기술로 볼 때 자동항법장치는 이제 특별한 기술도 아니다.비행고도와 좌표, 속도 등 필요한정보를 입력해 놓으면 서울에서 뉴욕까지 비행하는 데는 아무런 어려움이 없다. 이착륙도 마찬가지다. 이착륙 동안 발생하는 수많은 판단착오와 사고를 고려해보면 자동 이착륙이 훨씬 나은지도 모른다.
수많은 변수…인간능력의 한계
항공기의 경우 인간 개입 최소화가 가능한 것은 물론 변수가 적은 공중을 이용하기때문이다.인간이 자동항법장치에 개입하지 못하도록했다면,베이징으로 가던 비행기가 갑자기 유턴했을 리 없다. 이착륙도 자동화한다면 지상에 충돌하거나 근처 야산에 걸리는 경우가 없어질지 모른다.
수많은 사람의 안전을 오직 경험과 인간의 눈에만 맡기는 것이 합리적일까. 조종사의 음주 전력,피로도, 심리 상태, 가정사, 질병, 나태등 비행 활로에 나타날 위험성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세월호의 오류는 이런 가정을 그대로 입증하고 있다. 선장의 오류, 항해사의 미숙이 낳은 재난이었다. 만일자동항해장치가 채택되고 작동했다면배가 뒤집혔을까. 정해진 시간, 정해진 속도, 정해진 조타작동으로 무사히 제주에 다다랐을 가능성이 높다. 해당항로를 한 번도 가보지 않은 항해사의 미숙함과 제대로 통제하지 않은 선장의 무사안일이 ‘드론식 항해’가 막아주지 않았을까.탈출신호도 자동적으로 발동됐을 것이다. 대형 여객수단인 열차참사도 예외가 아니다.열차 충돌사건은 100%상하행선 중복 표시 오류로 발생한다. 바로 인간의 오류다.
인공지능은 불안하다?
대형 여객수송의 자동운항은 ‘편견 해소’라는 이슈에 직면한다. 즉, 사람이 몰지 않으면 불안하다는 심리가 그것이다. 만일 어떤 항공사가 “우리 비행기는 인간이 몰지 않습니다”라고 한다면 승객들이 그 비행기를 탈까. 수천 ㎞를 하자 없이 비행하는 드론에 찬사를 쏟아내면서도 무인항공기는절대 “No”라는 편견을 깰 수 있을까.
이렇게 생각해보자. ‘어느 날 서울에서 출발한 비행기가 뉴욕 케네디 공항에 무사히 내린다. 비행기가 완전히 멈춘 뒤 항공사 측이 승객들에게 고백한다.조종사가 없었다고.’ 아마도 승객들은 뒤늦게 “소송을 내겠다”고 할지 모른다.
또 한 가지 문제는항공기나 선박 조종사들의파업 가능성이다. 무인항법에 일자리를 빼앗길 수 없다는 요구다.지금도 항공사와 여객선 선사들은해당 인력을 줄일 수 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세월호 참사와 같은 어처구니없는 인간의 오류는 언제나 발생할 수 있다. 필리핀 항공 같은 황당한 실종사건도 재발할 가능성이 높다. 열차 충돌도 마찬가지다. 정해진 길을 가는 대형 수송수단이라면 인간 개입이 최소화된 ‘드론식 서비스’는 불가능할까.인식의 문제일 뿐 기술은 이미 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이야기다.물체가 우주로 가는 인공지능 시대가 가져올 변화다.
인간의 제어기술은 어디까지 발전할 수 있을까
인간의 기술은 어디까지 발전할 수 있을까? 잠시 1949년 ‘포퓰러 메캐닉’에 실린두 개의 문장을 보자. ‘에니악 계산기에는 진공관이 1만8000개나 있고 무게는 30t이나 된다. 미래의 컴퓨터에는 진공관이 1000개 정도이고 무게는 1.5t밖에 되지 않을 것이다.’
지금 읽어 보면 ‘미래의 컴퓨터에는’ 부분에서 웃지 않을 수 없다. 요즘 학생들은 1㎏짜리 노트북도 무겁다고 하는 시대가 됐으니.이를 두고 줄리언 사이먼은 ‘근본자원’이라는 책에서 이렇게 썼다. “지금 불가능한 것으로 보이는 것은 앞으로도 불가능할 것으로 가정한다.”기술 진화의 끝은 없다는 의미다.
지금은 가히 자동제어의 시대다. 대륙간 탄도탄이 나오고, 지구에서 발사된 우주선이 태양계 끝을 항해하는 실로 무한항해의 시대다.
화성에 도착한 인간의 기계가 자동제어를 통해 광물을 채집하고 분석하고 자료를 전송한다. 비행기나 선박을 정해진 항로로가게 하는 것은누워서 떡 먹기처럼 보인다. 로봇은 어떤가. 청소기는 알아서 후미진 곳까지돌아다니며 먼지를 빨아들인다. 로봇이 축구를 하고, 자동차를 만들어 낸다.
20~30년 뒤면 인공지능은 어느 수준까지 올라갈까. 이미 컴퓨터가 서양장기에서 인간을 이긴다. ATM은 현금을 알아서 지급한다. 에니악 컴퓨터 시대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기계다.인공지능이가져올 새로운 시대가 이미 와 있다.
고기완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dada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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