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우존스 상품지수 2014년 9.4%↑
[ 뉴욕=유창재 기자 ] 지난 몇 년간 원유, 곡물, 귀금속 등 상품 투자를 외면해 온 투자자들이 최근 다시 상품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주식, 채권에 과도하게 집중된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기 위해서다. 특히 헤지펀드들은 고객인 연기금의 요구로 상품을 사들이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상품은 지난해까지 찬밥 신세를 면치 못했다. S&P500지수가 30%나 오르는 등 주식시장 활황으로 투자자들이 주식으로 몰렸기 때문이다. 씨티그룹에 따르면 상품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 등 각종 펀드에서 지난해 사상 최대인 500억달러가 빠져나갔다. 하지만 올해 들어 분위기가 바뀌었다. 이 펀드들에 현재까지 60억달러가 순유입됐다. 상품 투자 수익률도 높아지고 있다. 다우존스UBS 상품지수는 올 들어 현재까지 약 9.4% 올라 S&P500지수 상승률 1.8%를 크게 웃돌았다.
투자자들이 상품에 다시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한 건 상품 가격과 주식·채권 가격 간 상관 관계가 달라진 것과 무관하지 않다. 금융위기 이후 상품과 주식·채권 가격은 한 방향으로 움직였다. 주가가 오르면 경기회복 기대감에 상품 가격이 올랐고, 주가가 하락하면 상품 가격도 함께 하락했다. 상품에 투자해도 다변화를 통해 위험을 분산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없었다는 얘기다.
하지만 최근 들어선 상품 가격이 주식·채권과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예를 들어 니켈 가격은 인도네시아가 지난 1월 수출을 금지하면서 약 30% 급등했다. 주식·채권 가격이 올해 제자리걸음을 한 것과 대조적이다.
일시적 공급 부족으로 상품의 현물가격이 선물가격보다 높아지는 ‘역조현상’이 생긴 것도 상품 투자가 매력적인 이유다. 선물가격은 만기까지 소요되는 창고보관료 등 보유비용 때문에 현물가격보다 높은 게 보통이다. 그런데 현물가격이 선물가격보다 높아졌다는 것은 그만큼 공급에 비해 수요가 많아졌다는 뜻이다.
하지만 아직은 상품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중국 등 주요 상품 수입국의 경제성장률이 둔화되면서 근본적으로 상품 수요가 줄어들었기 때문에 과거와 같은 ‘슈퍼 사이클’은 다시 돌아올 수 없을 것이란 근거에서다. 게다가 뚜렷한 가격 추세가 없고 변동성이 커 투자자들이 안심하고 투자하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FT는 지적했다.
뉴욕=유창재 특파원 yooco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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