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기후·전염병 등으로 생산 줄며 원자재값 급등
P&G·유니레버 등 수익 악화 우려…미리 가격인상
[ 김보라 기자 ]
커피, 밀, 돼지고기 등 주요 농축산 원자재 가격이 급등세다. 유니레버, 프록터앤드갬블(P&G), 네슬레 등 다국적 소비재 기업들은 원재료값 상승을 이유로 제품 가격을 올리기 시작했다.
24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10대 주요 농축산 원자재 가격은 올 들어 지난 17일까지 평균 33% 올랐다. 커피는 같은 기간 112% 올라 상승폭이 가장 컸다. 밀(51%), 돼지고기(38%), 설탕(37%), 옥수수(24%)가 뒤를 이었다.
당장 재료 수급에만 수십만~수백만달러를 더 써야 할 처지가 되자 기업들은 제품 가격을 올리거나 이를 검토 중이다. P&G는 전날 1~3월 실적을 발표하면서 “원자재 가격 상승 탓에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다”며 일부 제품 가격을 올리겠다고 밝혔다. 유니레버도 올해 말까지 농산물 가격이 지금보다 4~6%가량 더 오를 것으로 보고 일부 품목의 가격 인상을 검토 중이다. 네슬레는 커피 원두가격 상승 탓에 올해 총 생산투자비가 전년 대비 5~9%가량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농축산물 가격이 오른 가장 큰 요인은 이상기후와 전염병이다. 커피 원두값은 아라비카 커피 원두의 최대 생산국인 브라질이 최악의 가뭄에 시달리면서 큰 폭으로 상승했다. 세계 최대 돼지고기 수출국인 미국에서는 새끼돼지 설사병이 전국적으로 유행하면서 생산량이 급감했다. 밀 값은 세계 10대 밀 생산국에 속하는 미국과 우크라이나가 각각 한파와 정정 불안에 시달린 탓에 급등했다.
컨설팅업체 올리버와이먼의 언스트 프랭클 수석연구원은 “시장이 예측하는 향후 몇 달간의 농산물 가격 변동폭을 뜻하는 내재변동성이 올 들어 30% 이상 커졌다”며 “2010년 이후 가장 큰 폭”이라고 말했다. FT는 농산물에 대한 수요와 공급 외에 투자 상품으로서 곡물 거래가 늘어난 것도 가격 변동폭을 키우는 한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압돌레자 아바시안 유엔 식량농업기구(FAO) 곡물 담당 이코노미스트는 “농산물이 시중 유동성과 금리 등에 영향을 받고, 원유 등 다른 원자재 상품과 연계돼 움직이면서 가격 예측이 더 힘들어졌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농축산물 가격 상승을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장기적인 추세로 해석하고 있다. 지구 온난화 영향으로 가뭄과 홍수 등 극단적인 자연재해 발생 빈도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2006년 이후 농산물에 대한 내재변동성이 급격히 상승한 건 지금까지 네 차례가 넘는다. 2008년에는 1월부터 5월11일까지 쌀(173%)을 비롯해 9대 주요 농산물 가격이 평균 60% 올랐다.
농축산 원자재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자 생산비용이 많이 드는 지역에서 앞다퉈 생산을 늘리고 있는 것도 가격 상승의 요인이다. 크리스 가드 맥쿼리 애널리스트는 “미국 내 생산비가 비싼 아이오와주 등에서 곡물 생산이 크게 늘면서 생산 지역별 가격 차도 벌어졌다”며 “과거 옥수수 값 차이가 부셸당 25~50센트에 불과했지만 이제는 2~3달러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
P&G·유니레버 등 수익 악화 우려…미리 가격인상
[ 김보라 기자 ]
커피, 밀, 돼지고기 등 주요 농축산 원자재 가격이 급등세다. 유니레버, 프록터앤드갬블(P&G), 네슬레 등 다국적 소비재 기업들은 원재료값 상승을 이유로 제품 가격을 올리기 시작했다.
24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10대 주요 농축산 원자재 가격은 올 들어 지난 17일까지 평균 33% 올랐다. 커피는 같은 기간 112% 올라 상승폭이 가장 컸다. 밀(51%), 돼지고기(38%), 설탕(37%), 옥수수(24%)가 뒤를 이었다.
당장 재료 수급에만 수십만~수백만달러를 더 써야 할 처지가 되자 기업들은 제품 가격을 올리거나 이를 검토 중이다. P&G는 전날 1~3월 실적을 발표하면서 “원자재 가격 상승 탓에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다”며 일부 제품 가격을 올리겠다고 밝혔다. 유니레버도 올해 말까지 농산물 가격이 지금보다 4~6%가량 더 오를 것으로 보고 일부 품목의 가격 인상을 검토 중이다. 네슬레는 커피 원두가격 상승 탓에 올해 총 생산투자비가 전년 대비 5~9%가량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농축산물 가격이 오른 가장 큰 요인은 이상기후와 전염병이다. 커피 원두값은 아라비카 커피 원두의 최대 생산국인 브라질이 최악의 가뭄에 시달리면서 큰 폭으로 상승했다. 세계 최대 돼지고기 수출국인 미국에서는 새끼돼지 설사병이 전국적으로 유행하면서 생산량이 급감했다. 밀 값은 세계 10대 밀 생산국에 속하는 미국과 우크라이나가 각각 한파와 정정 불안에 시달린 탓에 급등했다.
컨설팅업체 올리버와이먼의 언스트 프랭클 수석연구원은 “시장이 예측하는 향후 몇 달간의 농산물 가격 변동폭을 뜻하는 내재변동성이 올 들어 30% 이상 커졌다”며 “2010년 이후 가장 큰 폭”이라고 말했다. FT는 농산물에 대한 수요와 공급 외에 투자 상품으로서 곡물 거래가 늘어난 것도 가격 변동폭을 키우는 한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압돌레자 아바시안 유엔 식량농업기구(FAO) 곡물 담당 이코노미스트는 “농산물이 시중 유동성과 금리 등에 영향을 받고, 원유 등 다른 원자재 상품과 연계돼 움직이면서 가격 예측이 더 힘들어졌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농축산물 가격 상승을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장기적인 추세로 해석하고 있다. 지구 온난화 영향으로 가뭄과 홍수 등 극단적인 자연재해 발생 빈도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2006년 이후 농산물에 대한 내재변동성이 급격히 상승한 건 지금까지 네 차례가 넘는다. 2008년에는 1월부터 5월11일까지 쌀(173%)을 비롯해 9대 주요 농산물 가격이 평균 60% 올랐다.
농축산 원자재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자 생산비용이 많이 드는 지역에서 앞다퉈 생산을 늘리고 있는 것도 가격 상승의 요인이다. 크리스 가드 맥쿼리 애널리스트는 “미국 내 생산비가 비싼 아이오와주 등에서 곡물 생산이 크게 늘면서 생산 지역별 가격 차도 벌어졌다”며 “과거 옥수수 값 차이가 부셸당 25~50센트에 불과했지만 이제는 2~3달러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