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안여객선기금·선박공유제 도입
[ 김재후 기자 ] 정부가 세월호 참사 이후 ‘안전혁신 마스터플랜’ 마련에 나선 가운데 국내 여객산업에 대한 강력한 구조조정을 전제로 선사들의 선박 현대화와 안전시설 투자에 필요한 자금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운항관리 및 상시점검 체제 가동 등 제도적·매뉴얼적 대책만으로는 항구적인 안전 운항 시스템을 확립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25일 기획재정부 해양수산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세월호 참사의 재발을 막기 위한 대책의 하나로 연안여객선기금(가칭) 설치와 선박공유제도 도입 등을 통해 선사들이 보다 안전한 선박을 구입할 수 있도록 재정·금융 지원체계를 마련하기로 했다. 연안여객선기금은 국민주택기금과 비슷하게 운영하면서 선사들의 선박구입비 일부를 낮은 이자로 빌려주는 방식이 될 전망이다. 규모는 확정되지 않았다. 선박공유제는 일본이 노후 선박 교체를 위해 도입한 제도로 민간과 정부가 선박 건조비를 일정 비율로 분담해 배를 건조하거나 구입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내항여객선사와 정부의 분담 비율이 50 대 50일 경우 민간은 절반 가격으로 배를 취득한 뒤 여객선 운영수익으로 나머지 50%의 구입 자금을 정부에 단계적으로 갚아 나가는 방식이다. 상환이 끝나면 선박 소유권은 민간 기업이 가진다.
해수부 관계자는 “국내 연안여객산업의 안전도와 서비스 수준을 획기적으로 높이려면 영세한 선사들이 밀집한 연안해운업에 대한 강력한 구조조정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정부의 재정적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여객산업을 선진화하기 위한 방안을 기재부 측과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2012년에 작성된 ‘연안여객운송 사업 장기발전 보고서’에 따르면 2010년 기준 국내 연안여객선사 53곳의 평균 부채비율은 444.1%였다. 이 가운데 자본금 5억~10억원 미만 선사의 부채비율은 1030.1%로 사실상 자본잠식 상태다. 또 국내 연안여객선사들이 보유한 172척 중 선령 15년을 초과한 배는 총 100척으로 전체의 58%에 이르고 있다.
일본의 경우 선령 15년이 넘은 배를 여객선으로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점을 감안할 때 노후 선박 교체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다만 생존 가능성이 없는 선사에 대해서는 통·폐합을 유도하면서 노선을 유지할 수 있는 능력과 시설 투자 의지 등을 갖춘 선사를 대상으로 제한적인 지원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해수부는 이와 함께 이차(이자차익)보전사업의 규모도 확대하기로 했다. 작년부터 시작한 이 사업은 연안선사가 국내 조선소에서 선박을 새로 발주할 경우 선박 건조 자금의 대출이자 중 3% 금리에 해당하는 이자를 정부가 지원하는 제도다.
사실상 이자를 3%포인트 낮춰주는 것이다. 지금은 선박 구입 대금 500억원을 기준으로 이 제도를 시행하고 있지만 앞으로 대금 한도를 높이겠다는 것이다.
국내 선사들이 중국 등 해외에서 많이 구입하는 카페리(여객과 자동차를 싣고 운행하는 배)를 국내 조선소에서 건조하는 경우가 늘어날 전망이다. 해수부는 새 배를 건조하지 않아도 해외에서 선령 10년 미만 중고 선박을 사올 경우에도 혜택을 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세종=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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