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근 '뱅가' 소믈리에 "3가지 와인 고를때 30가지 놓고 고민"

입력 2014-04-26 18:00  

Luxury & Taste


[ 강진규 기자 ] “하나의 코스요리를 완성하기 위해 셰프와 세 시간 넘게 논쟁할 때도 있습니다.”

와인 레스토랑 뱅가의 대표 소믈리에인 김준근 씨(34·사진)는 “결혼생활이 쉽지 않듯 음식과 와인의 ‘마리아주’를 찾는 것도 간단치 않다”며 이렇게 말했다.

김 소믈리에와 셰프 간의 논쟁은 일반 기업의 거래 현장과 비슷하다. 셰프가 와인과 맞지 않는 소스를 메인 요리에 쓰겠다고 고집하면 이를 양보하는 대신 식전 요리에 대한 결정권을 가져오는 식이다. 그는 “셰프와 코스 요리를 결정할 때 세 가지의 와인이 필요하다고 하면 보통 30여종의 와인을 염두에 두고 논의를 시작한다”고 설명했다.

김 소믈리에는 “고기요리엔 레드와인, 생선요리엔 화이트와인처럼 도식적인 구분은 무의미하다”고 말했다. 생선요리에 어울리는 레드와인도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대신 음식의 장점을 살리는 와인과 단점을 없애줄 와인 사이에서 고민하는 편”이라고 했다.


김 소믈리에는 “소믈리에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는 것은 좋지만 화려한 부분만 부각되는 통에 버티지 못하고 그만두는 젊은 소믈리에가 많아 아쉽다”고 말했다. 국내에 만화 ‘신의 물방울’이 소개되면서 소믈리에라는 직업에 대한 인지도는 높아졌지만 이면에 있는 어려움은 간과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와인 전문가라는 점을 내세우기보다는 ‘서비스업 종사자’라는 생각을 함께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소믈리에가 좋다고 생각하는 와인을 무작정 추천할 것이 아니라 고객이 원하는 합리적인 가격대의 와인을 추천할 줄 알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소믈리에는 3세대 소믈리에다. 1세대 소믈리에인 서한정 한국와인협회 초대 회장이 기틀을 다졌고, 2세대 소믈리에들은 호텔 등 고급 레스토랑에서 일하고 있다. 그는 “뱅가에 있는 20대 직원들을 소믈리에로 키워 국내 소믈리에 계보를 잇는 것이 목표”라며 “직원 전원에게 소믈리에 자격증을 따도록 했다”고 말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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