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檢, 유병언 일가 비자금 정황 포착…금융당국, 신협 10여곳 특검

입력 2014-04-28 20:58   수정 2014-04-29 04:07

유 前회장 '사진 값' 명목 230억 비자금 조성한 듯
해외 부동산매매로 수백억대 외화 밀반출 의혹도



[ 양병훈 / 장창민 기자 ]
세월호 실소유주인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일가에 대한 검찰 수사가 속도를 내고 있다.

검찰은 28일 유 전 회장 일가의 서류상 회사(페이퍼컴퍼니) 등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이 지금까지 파악한 유 전 회장 일가의 페이퍼컴퍼니는 최소 세 곳이다. 유 전 회장 소유의 붉은머리오목눈이, 장남 대균씨(44)의 ‘SLPLUS’, 차남 혁기씨(42)의 ‘키솔루션’ 등이다. 검찰은 이 가운데 붉은머리오목눈이와 키솔루션의 등록 사무실에 수사관을 보내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

검찰은 이들 페이퍼컴퍼니가 유 전 회장 일가의 비자금 조성 창구인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이들 회사는 수년간 유 전 회장 일가의 계열사 30여곳으로부터 컨설팅비와 고문료 명목으로 200억원가량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회사인 만큼 실제 서비스를 제공하지는 않고 돈만 받은 뒤 비자금으로 빼돌린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검찰은 유 전 회장이 ‘아해’라는 이름의 사진작가로 활동하며 찍은 사진을 자신이 실소유한 계열사에 파는 과정에서 비자금이 조성됐을 것으로 보고 수사 중이다. 가격을 고가로 허위신고한 뒤 차액을 빼돌려 해외로 송금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검찰은 유 전 회장이 찍은 사진 600여장(230억원 상당)이 이런 비자금 조성에 쓰였다고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 한 장당 평균 3500만원 정도다.

검찰은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도 수사 중이다. 검찰은 유 전 회장 일가가 해외에 법인을 만든 뒤 부동산을 사는 과정에서 거액의 외화를 밀반출했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검찰과 관세청은 유 전 회장 일가가 소유한 계열사들이 무역 거래 등 명목으로 1000억원대의 자금을 해외로 보낸 사실을 파악했다.

참고인 조사였던 지금까지와는 달리 피의자 첫 소환조사도 예정돼 있다. 검찰은 세월호 선사 청해진해운의 김한식 대표를 29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하기로 했다. 청해진해운을 운영하면서 횡령·배임 등을 저지른 혐의다.

금융당국도 유 전 회장 일가와 청해진해운 관계사에 돈을 빌려준 은행과 신협 등 금융회사뿐만 아니라 관련 회계법인으로 검사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이날 검찰 수사 결과 청해진해운을 비롯한 관련 회사들의 회계처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혐의가 나타남에 따라 계열사와 회계법인 등에 대한 특별 감리에 착수했다. 이번 특별 감리 대상은 유 전 회장 관련 계열사 11개사와 이들 업체의 회계 감사를 맡은 회계법인 세 곳 등이다.

금감원은 이날부터 세모 등 신협 10여곳에 대한 특별 검사에도 돌입했다.

양병훈/장창민 기자 h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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