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 덩어리' BMW i3…"미래의 차 타고 과거 달리는 기분"

입력 2014-04-2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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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진석 기자 ]
건물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갔다. 눈에 익숙한 자동차들 사이로 모터쇼에서 방금 튀어나온 듯한 낯선 놈이 보인다. 차체 길이는 길지 않지만 덩치가 커 판다같이 보인다. 마침 색상도 화이트와 블랙 투톤으로 섞여있었다. 디자인은 지금까지 보았던 양산차와 확연히 달랐다. 짧은 보닛과 통통한 보디에 적용된 과감하고 각진 선들은 이 차가 해치백 형태임에도 이제껏 보지 못했던 ‘제3의 차종’인 것처럼 착각하게 만들었다.

전면부 중앙에 자리 잡은 BMW 특유의 ‘키드니그릴’이 자신이 어느 회사 소속인지 밝힐 뿐이었다. 작고 귀여운 입(그릴)은 ‘저는 미래에서 왔어요’라고 말하는 듯했다. BMW의 첫 순수전기차 i3다. 2박3일간 이 차를 타봤다. 미래의 차로 과거의 도시를 달리는 기분이었다. 할리우드 영화 ‘백투더퓨처’ 주인공이 이런 기분이었을까.

이 차를 단순히 전기차라고 표현하기엔 부족하다. i3는 ‘혁신 덩어리’다. 중요한 건 이 수식어가 허풍이 아니라 객관적인 사실이라는 점이다. 첫째 i3는 차체가 CFRP(카본파이어 강화플라스틱)로 만들어졌다. 루프나 보닛 등 일부분이 아니라 차체 전체가 이 첨단 소재로 구성됐다. ‘탄소섬유’로도 잘 알려진 이 소재는 강철보다 50%, 알루미늄보다 30% 가볍다. 하지만 이들보다 강성이 강해 ‘꿈의 소재’로도 불린다. BMW는 이 소재의 대량생산 체제를 갖추고 양산차 생산에 나선 첫 자동차 제조사다.

둘째는 재활용성이다. CFRP를 비롯한 차체 구성품들이대부분 친환경 소재이고, 재활용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운전석 정면의 인스트루먼트 패널은 천연 성분으로 처리한 유럽산 유칼립투스 나무로 만들어졌다. 또 인스트루먼트 클러스터 일부와 도어 트림은 천연 양모 원단으로 마감됐다. 시트의 가죽은 올리브 잎에서 추출한 탄닌으로 만들었다. 플라스틱 소재는 음료수 패트병을 재활용했다. 하지만 질감은 결코 낮지 않다. 편안한 친환경 소파에 앉은 느낌이다. ‘프리미엄 자동차에는 무조건 새롭고 고급스러운 소재를 써야 한다는 생각은 낡았다’고 담담하게 말한다.

셋째 제조 과정의 친환경성이 돋보인다. 영국 BBC의 세계적인 자동차 버라이어티 프로그램 ‘탑기어’에서 MC를 맡고 있는 제레미 클락슨은 전기차를 얘기할 때면 ‘이 전기는 어디서 오는가’라고 지적했다. 화력발전을 통해 생성된 전기로 공장을 돌리고 차가 움직이면 그것이 진정한 의미의 전기차냐는 반문이다. BMW의 고민은 여기까지 미쳤다. i3용 탄소섬유를 만드는 미국 모제스호수 인근 공장은 수력발전으로 생산한 전기로 돌아간다. i3를 조립 생산하는 독일 라이프치히 공장 역시 풍력발전으로 운영된다. 생산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조차 ‘제로(0)’에 가까운 것이다.

i3는 1회 충전시 최대 주행거리도 130~160㎞로 도심 이동수단용으로 부족함이 없다. 실제로 시내 이곳저곳을 주행해봤다. 백화점과 대형마트, 남산 공원과평창동. 주말 동안 충분히 즐겼음에도 주행거리는 100㎞ 정도였다. 한 번 충전으로 2박3일간 넉넉하게 달릴 수 있었다. 충전 인프라만 촘촘하게 갖춰진다면 도로에서 보다 많은 전기차를 보게 될 것이다.

미래를 생각한 ‘미래의 자동차’로 등장한 i3는 자동차 산업 역사에서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 같다. 왜 그렇게 확신하냐고? 심지어 이 차는 드라이빙의 즐거움까지 갖췄기 때문이다. 기자는 이제 전기차의 미래와 성장 가능성을 더 이상 의심하지 않기로 했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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