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철도, 선박, 비행기의 공통점은 이동 수단이라는 점이다. 하지만 성격은 제각각이다. 길이 있다면 자동차는 어디든 갈 수 있는 반면 철도는 레일이 없으면 움직이지 못한다. 또한 선박은 물 위를 부력으로 이동하고, 비행기는 하늘에서 공기의 흐름을 이용한다.
어디를 이동하든 움직이는 모든 것은 언제나 방향성을 갖기 마련이다. 그래서 인간이 만든 ‘탈 것’ 또한 방향 전환이 가장 기본이다. 안정적인 전환을 위해선 균형이 매우 중요하다. 한쪽으로 몰리는 힘을 견뎌내거나 최대한 분산시키려는 기술이 발전한 원동력이 균형이었던 셈이다.
자동차에서도 균형은 기본이다. 먼저 네 바퀴를 중심으로 좌우를 정확히 분할하는데 치중한다. 아우디 못지않게 사륜구동(4WD) 세단으로 유명한 스바루가 줄기차게 ‘대칭(對稱·symmetric)’을 강조한 까닭이기도 하다. 좌우뿐 아니라 앞뒤 또한 무게가 50 대 50에 가까울수록 방향 전환에 도움이 된다.
그래서 뒷바퀴굴림(FR)이 방향을 전환할 때는 앞바퀴 굴림보다 낫다고 말한다. 앞 쪽에 무거운 엔진이 있다면 동력을 뒷바퀴로 전달하는 추진축의 무게도 만만치 않아서다. 게다가 추진축은 가장 밑바닥에 자리해 전반적으로 무게중심을 낮춰주는 역할도 한다.
균형이 기초라면 회전할 때 발생하는 원심력을 지지해주는 것은 타이어와 서스펜션이다. 타이어는 미끄러짐을 최대한 견뎌내고, 서스펜션은 발생하는 원심력 억제와 함께 쏠림을 재빨리 복원하는 역할을 맡는다. 따라서 자동차가 안정적으로 방향을 바꾸려면 타이어, 서스펜션, 균형의 3박자가 맞아야 한다.
앞선 3가지를 뛰어 넘는 항목이 하나 있다. 바로 속도다. 방향을 바꿀 때 속도를 줄이면 그만큼 구심력이 낮아지고, 여기에 반발해 발생하는 원심력도 떨어진다. 그래서 최근 자동차에 앞다퉈 적용되는 차체자세제어장치(VDC, VSC, ESP)는 회전할 때 원심력을 이기지 못할 경우 자동차 스스로 속도와 제동력을 순간적으로 제어, 안전 확보 역할을 한다. 힘 자체가 속도와 무게에 비례하는 만큼 속도를 줄이면 힘을 낮출 수 있어서다.
속도를 줄이는 가장 빠르고 좋은 방법은 운전자다. 각종 전자제어 기능은 운전자가 한계를 넘었을 때 보조하는 것일 뿐이고 가감속의 판단은 아직 사람의 영역으로 남아 있다. 방향 전환에 앞서 안전이 담보되는 속도를 준수하라는 캠페인이 자동차 등장 이후 끊임없이 지속돼 온 이유가 여기에 있다.
최근 국내 자동차 전용도로의 제한속도를 올리자는 의견이 적지 않다. 사고를 우려하는 경찰과 보험사는 반대지만 일부 소비자는 자동차의 발전 속도를 감안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물론 전제는 직진일 때를 의미한다. 힘의 방향이 앞으로만 전달된다면 제동만으로도 충분히 제어된다는 논리가 담겨 있다.
그러나 자동차 전용도로의 나들목 제한 속도는 아무도 언급하지 않는다. 방향 전환 때 미치는 속도의 엄청난 영향력을 모두가 알고 있어서다. 이를 두고 흔히 ‘상식(常識)’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코너링 상식은 안전을 위해 진입 전 속도를 줄이는 일일 게다. 이처럼 상식만 통해도 사고는 크게 줄일 수 있다. 세월호 또한 상식을 지켰다면…. 상식의 부재가 상식이 돼 버린 느낌이다.
권용주 오토타임즈 기자 soo4195@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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