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이 지난해 2월 취임한 이후 국정 현안에 대해 사과한 것은 이번이 다섯 번째다. 다만 새정부 출범 직후인 지난해 4월 부실 인사검증으로 장·차관 낙마 사태를 불러온데 대해 민주당 지도부와의 만찬 자리에서 사과의 뜻을 표한 것을 제외하면 네 번째 대국민 사과다.
특히 지난 15일 국무회의에서 국정원의 서울시 공무원 간첩 증거조작 사건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한 지 2주 만에 또 다시 사과를 했다.
내각을 통할하는 정홍원 국무총리가 지난 27일 전격적으로 이번 사고에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지만, 사고 예방은 물론 초동대처와 수습 과정에 이르기까지 정부가 보여준 혼선과 무능에 대한 여론의 비판이 좀처럼 잦아들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 박 대통령이 정치적 자산으로 내세워온 '약속과 신뢰'가 이번 사고로 인해 크게 흔들리고 있다는 점이 가장 곤혹스러운 상황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이 이날 "과거로부터 켜켜이 쌓여온 잘못된 적폐들을 바로잡지 못하고 이런 일이 일어난 것에 대해 너무도 한스럽다"며 "집권 초에 이런 악습과 잘못된 관행들, 비정상적인 것들을 정상화하려는 노력을 더 강화했어야 하는데 안타깝다"고 언급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박 대통령은 또 "그러나 이번에는 반드시 과거로부터 이어온 잘못된 행태들을 바로잡고 새로운 대한민국의 틀을 다시 잡아 국민의 신뢰를 되찾고 안심하고 살 수 있는 대한민국을 만드는 길에 나설 것"이라며 "내각 전체가 모든 것을 원점에서,다시 국가개조를 한다는 자세로 근본적이고 철저한 국민안전대책을 마련해달라"고 당부했다.
이는 박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라는 국가적 재난을 계기로 사회전반에 걸친 대대적 개혁과 쇄신, 즉 '국가개조'에 착수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특히 공직사회에 대해 과거부터 관행적으로 내려온 소수인맥의 독과점과 민관유착, 공직의 폐쇄성을 언급하며 "공무원 임용방식, 보직관리, 평가, 보상 등 인사시스템 전반에 대해서 확실한 개혁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함으로써 앞으로 공직사회에 대대적인 '개혁 회오리'가 일 것임을 시사했다.
한경닷컴 뉴스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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