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자 3000만 명 시대입니다. 자동차는 삶의 일부가 됐습니다. 단순히 운전하는 시대에서 즐기고 공유하는 시대로 바뀌었습니다. 동호회도 진화 중입니다. 친목 도모, 정보 교류, 소비자 보호 등 다양한 역할을 합니다. 한경닷컴이 다양한 차종의 동호회를 찾아 그들의 재밌는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편집자 주>
[ 김정훈 기자 ] 코란도 투리스모 회원 가족 120명은 지난 3월 쌍용자동차 평택공장을 방문했다. 차량 제조 과정을 살펴볼 수 있도록 사측이 생산라인투어 일정으로 초청했다. 작년 여름 변속기 결함으로 혼쭐이 난 쌍용차가 고객 신뢰를 회복하는 차원에서 마련한 자리였다.
코란도 투리스모 클럽(다음 카페)은 이전 로디우스 회원들이 2008년 3월 만든 모임이다. 지난해 초 신차가 나오면서 동호회도 리뉴얼 됐다. 회원 수는 1만4800여명. 큰 규모는 아니지만 동호회 활동만큼은 열정이 넘친다.
"차 타보니 어때요?, 연비 얼마나 나오세요?"
정보 교류 차원에서 시작된 동호회는 제주 한라봉을 택배로 주고 받는 친목 모임으로 발전했 다. 최근 경기도 평택에서 30대 클럽 운영자인 강민구 씨를 만났다.
◆ 차량 결함 고발한 회원들, 리콜과 싸우다
작년 6월 경기도 가평에서 열린 코란도 투리스모 정모(인터넷 커뮤니티 회원들의 정식 모임). 이 곳에서 발견한 차량 결함 건은 동호회의 결속을 다지는 계기가 됐다. 회원들이 차량 변속기 기어레버 부위 조립 불량 상태를 찾아내고 사측과 싸워 끝내 리콜 조치를 받아냈기 때문이다.
당시 차량 결함은 변속기 기어가 주차모드(P)에서 후진(R)으로 쉽게 풀리면서 내리막길에 주차된 차량이 그대로 밀리는 현상이었다. 이런 결함이 알려지면서 고객들의 리콜 요구가 빗발쳤다.
당시 쌍용차는 문제가 발생한 차주를 대상으로 무상수리를 해주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회원들은 교통안전공단에 신고서를 제출하고 쌍용차 서비스센터를 찾아가 "리콜을 하라"며 시위까지 벌였다. 결국 국토교통부는 조립 결함이 드러난 코란도 투리스모 3662대에 한해 리콜 명령을 내렸다.
"사건이 이슈가 된 뒤 사측이 고객들의 시정 요구를 적극 수렴하겠다는 태도를 보였어요. 다른 국산 업체들도 동호회의 불만 사항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실제 사용자들의 불만을 알아야 앞으로 나오는 신차 품질을 높일 수 있지요."
강씨는 "결함 이후 사측과 동호회 간에 커뮤니케이션이 활발해졌고, 차량 결함에 대한 걱정이 사라졌다" 며 "쌍용차 직원들도 차량에 이상이 발견되면 빨리 조치하겠다는 입장을 동호회에 전달했다"고 말했다.
동호회는 회원끼리 단지 필요한 용품을 공동 구매하고 오토캠핑을 즐기는 모임 성격에서 벗어나 고객의 목소리가 모이면 큰 힘이 된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수많은 동호회 중에서 이들이 쌍용차의 공식 지정 동호회가 될 수 있었던 비결이다.
◆ 회원들 "리콜 이후 쌍용차 브랜드 신뢰 쌓여" ··· 친목 교류도 강화
회원들은 쌍용차로부터 리콜 결정을 받아내면서 브랜드 신뢰가 쌓였다. 차량 결함이 또 다시 발생해도 고객에게 큰 피해가 없을 것이란 믿음이 생겼다고 강씨는 언급했다.
이들 모임은 올 여름 소수 정예로 3박4일간 제주 오토캠핑을 계획하고 있다. 전남 장흥에서 배 타고 제주에 도착하는 코스로 짰다. 회원 20여명이 코란도 투리스모를 배에 싣고 갈 예정이다.
"흑돼지 고기집하는 제주 회원 집을 찾아갈 것 같습니다. 제주도 가고 싶다고 미리 연락하면 여행 가이드 하겠다는 분들도 있습니다. 한라봉 파는 회원도 있어요. 신청하는 회원들에게 택배로 보내주기도 하죠. 마트에서 2만7000원 하는 한라봉 한 박스를 (원가 그대로) 1만8000원에 사서 먹었어요."
회원들은 코란도 투리스모의 장점으로 국내 유일한 '4륜구동 미니밴'을 꼽는다. 코란도 투리스모 말고 네 바퀴 굴림 방식의 미니밴은 없다. 강씨는 "기아 카니발은 4륜구동이 없다" 며 "4륜구동을 즐길 수 있는 미니밴을 찾는 오너들이 많다"고 강조했다.
코란도 투리스모 같은 패밀리카(가족형 자동차)를 타는 고객들은 오랜기간 타길 희망한다는 게 운영자의 설명. 카센터를 운영하는 그는 정비 노하우를 보유해 회원들에게 튜닝하는 법이나 정비를 돕기도 한다.
"주행거리 100만㎞까지 타보는 도전을 하기로 회원들에게 약속했습니다. 회원들에게 엔진 무보링 작업으로 100만㎞ 타겠다고 홍보하고 다녔죠.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자가 정비 잘해서 오래 타야죠."
한경닷컴 김정훈 기자 lennon@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