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신세계, 현대백화점 등 유통 '빅3'가 차세대 성장동력인 복합쇼핑몰과 아울렛 전쟁에 나서고 있다. 롯데와 신세계가 공격적으로 영토 확장에 나서고 있는 반면 현대백화점은 '실속'을 중시하며 신중하게 접근하는 모습이다.
백화점들이 복합쇼핑몰과 아울렛에 주력하는 것은 한국 경제의 저성장으로 백화점들의 성장률이 2012년부터 둔화되는 모습을 나타내고 있어서다.
복합쇼핑몰의 경우 쇼핑·놀이·공연을 한꺼번에 즐기는 '몰링(malling)'이 가능해 신규 출점의 한계를 뛰어 넘을 수 있다. 아울렛은 '합리적 소비' 성향의 고객을 모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 복합쇼핑몰과 아울렛이 대규모로 지어지면 내국인 뿐만 아니라 중국인, 일본인 등 외국인 관광객 유치도 전망되고 있다.
그러나 대형 유통업체들의 공격적인 출점으로 복합몰과 아울렛 시장의 성장 둔화 시점이 예상보다 빨라질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 신세계 "대형화·복합화 전략으로 교외형 복합쇼핑몰 지속 출점"
신세계는 미래 성장동력 사업으로 '복합쇼핑몰'을 선정할 정도로, 복합쇼핑몰 사업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유통업은 야구장, 테마파크와 경쟁해야 한다"는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말에도 신세계의 복합쇼핑몰 사업에 대한 의지가 드러난다.
신세계 관계자는 "도심 외곽에 쇼핑과 식음·문화·레저시설을 모두 갖춰 놓은 상업공간으로 다양한 고객의 요구를 소화할 수 있는 교외형 복합쇼핑몰이 세계적 추세"라며 "대형화·복합화를 전략으로 교외형 복합쇼핑몰을 지속적으로 출점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세계는 2016년까지 약 8000억원을 들여 하남시 신장동 미사리 조정경기장 인근 부지 11만7000여㎡에 건축 연면적 33만여㎡ 규모로 쇼핑과 레저, 엔터테인먼트가 결합된 초대형 복합쇼핑몰 '하남유니온스퀘어'를 건립한다는 계획이다. 연면적으로는 여주 프리미엄 아울렛(3만3500㎡)의 10배 가량된다. 이 복합쇼핑몰에는 백화점, 패션전문관, 영화관, 공연 및 전시시설 등이 들어선다. 특히 하남유니온스퀘어는 명품 브랜드 뿐만 아니라 다양한 제조·직매형 의류(SPA) 및 패션 브랜드 등을 유치할 계획을 갖고 있어 기존 백화점에서 볼 수 없었던 새로운 구성의 명품 쇼핑몰로 발돋움한다는 계획이다.
인천 청라 국제도시에는 16만5290㎡ 규모에 쇼핑과 엔터테인먼트, 문화, 레저시설 등이 결합된 교외형 복합쇼핑몰을 짓는다는 계획이다.
신세계는 지난해 10월 경기 고양시 덕양구 삼송택지개발지구 부지 9만6555㎡을 1777억원에 매입하는 등 총 4000억원 정도를 들여 2017년까지 교외형 복합쇼핑몰을 건립하는 내용의 토지매매계약도 맺었다.
삼송지구는 지하철 3호선 삼송역, 서울 외곽순환도로, 통일로 등이 이용 가능해 뛰어난 서울 도심 접근성을 갖고 있다. 또한 서울 서북부(은평구, 서대문구 일원)와 고양시(덕양구, 일산구 일원)의 인구 200만 규모의 상권을 아우를 수 있는 입지조건을 갖추고 있다. 특히 삼송지구는 반경 10㎞이내에 백화점이 자리잡고 있지 않고 반경 5㎞ 이내에는 대형마트가 없어 상권 내 경쟁여건이 뛰어난 편이라는 평가다.
여기에 안성과 대전까지 포함하면 5개의 교외형 쇼핑몰이 들어서며 신세계 그룹은 앞으로 전국에 10여곳의 '교외형 복합쇼핑몰'을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여주, 파주, 부산에 3개의 프리미엄 아울렛을 운영하고 있는 신세계는 향후 추가 출점을 계획하는 등 아울렛 사업 확대에도 신경쓰고 있다. 다만 아울렛 사업은 사이먼 프로퍼티 그룹과의 합작(신세계 25%, 신세계인터내셔날 25%, 상먼 프로퍼티 그룹 50%)으로 영위하고 있어, 아울렛 사업에 대한 수익이 경쟁사 보다 제한적이라는 평가다.
◆ 롯데 "복합몰·아울렛 동시 개발 '투 트랙 전략'"
롯데백화점은 복합쇼핑몰과 아울렛 사업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보고 이 둘을 동시에 개발하는 '투 트랙'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올해를 시작으로 복합쇼핑몰 출점에 박차를 가한다. 당초 오는 5월 개장 예정이었던 제2롯데월드내 롯데월드몰은 제2 롯데월드의 잇단 사고로 개장 시기가 불투명해졌다. 하지만 롯데몰 수원역점에 백화점 및 마트, 시네마, 쇼핑몰 등으로 구성된 롯데몰 수원역점과 부산롯데복합쇼핑몰을 오는 8월과 12월 개장할 예정이다.
부산롯데복합쇼핑몰은 부산시가 관광 랜드마크를 조성하기 위해 개발하고 있는 동부산 관광단지 안의 핵심 쇼핑·문화시설이다. 이 복합쇼핑몰은 지상 4층 건물로 프리미엄 아울렛, 쇼핑몰, 마트, 시네마 등으로 구성된다. 프리미엄 아울렛의 경우 지난해 아시아 최대규모로 선보였던 이천 롯데 프리미엄 아울렛과 비슷한 5만3000㎡규모로, 국내외 500여개의 브랜드를 선보일 계획이다.
이어 2017년까지 서울 상암DMC지구, 경남 김해, 경기 파주, 경기 오산, 경기 의왕, 인천터미널단지 등에 복합쇼핑몰을 순차적으로 오픈할 계획이다.
인천터미널 부지에 들어서는 대규모 복합쇼핑건물은 지하 4층, 지상 28층으로 영업면적은 4만3000㎡다. 이 건물에는 영패션관을 비롯해 마트·시네마·가전전문관 등이 들어선다. 여기에 영업면적 5만8000㎡규모의 백화점까지 리뉴얼 오픈하게 되면 쇼핑 한 번으로 원하는 모든 제품을 구매할 수 있는 '원스톱(One-Stop)' 쇼핑공간이 갖춰지게 된다.
롯데백화점은 매년 고성장하고 있는 아울렛 사업 강화에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저성장시대를 맞아 '가치소비' 고객이 증가하면서 아울렛 쇼핑이 각광받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롯데측 설명이다.
롯데백화점은 지난해 12월 '아울렛10호점'인 이천 롯데 프리미엄 아울렛을 오픈했다. 지난 2008년 광주 월드컵점을 개점한 이후 5년 만에 아울렛이 10개로 늘었다. 이에 아울렛 매출이 가파르게 늘어나고 있다. 롯데백화점의 아울렛 매출은 2012년 아울렛 사업 시작한 지 4년 만에 '1조 시대'를 열었으며 지난해에는 1조5000억원을 기록했다. 올해는 2조3000억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아울렛을 지속적으로 출점해 아울렛 사업의 주도권을 확실히 가져간다는 계획이다. 올해도 경기 고양, 구리, 광명 세 곳에 도심형 아울렛을 선보인다. 이 중 광명 롯데아울렛은 글로벌 가구 전문기업인'이케아'의 국내 1호점과 함께 복합단지를 구성할 예정이다.
◆ 현대백화점 "규모의 경제? No…좋은 입지 우선"
현대백화점은 유통 3사 가운데 가장 늦게 복합몰과 아울렛 출점에 나선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기존 복합몰이나 아울렛은 수수료 매장으로, 점포가 많다고 규모의 경제 효과가 나타나는게 아니다"라며 "현대백화점이 후발주자라 어렵지 않겠냐고 하지만 똑같은 브랜드라면 입지가 얼마나 좋냐가 더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현대백화점은 지난해 초 착공한 '판교 알파돔시티 복합쇼핑몰'을 수도권 최대 규모의 복합쇼핑몰로 지을 예정이며 2015년 중 개점할 계획이다. 특히 백화점 부문은 매머드급 규모와 명품 및 글로벌SPA 등 풀라인 구축을 통해 분당ㆍ용인 등 해당상권 내 최고의 명품백화점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현재 판교ㆍ분당을 포함한 성남시와 용인시 인구는 약 200만명으로 AK분당점, 롯데 분당점, 신세계 경기점 등 3개 백화점이 출점해 있어 향후 유통 성장 잠재력이 풍부하다는 게 현대백화점측 설명이다.
현대백화점의 첫 프리미엄 아울렛인 현대 프리미엄아울렛 김포점은 한강 아라뱃길 김포 터미널 아울렛 부지 5만2375㎡에 올해말쯤 개장한다. 현대 프리미엄아울렛 김포점은 연면적 16만5000㎡ 규모로 지어지며 최대 2400대까지 수용할 수 있는 주차공간도 확보할 예정이다. 부지면적이나 연면적에서 국내 최대 프리미엄아울렛인 롯데 파주점을 능가하는 규모다. 현대백화점은 이 곳에 해외 명품과 고가 브랜드 이월상품을 판매하는 프리미엄아울렛은 물론 영화관 테마파크 등 다양한 엔터테인먼트 시설을 갖춰 가족 단위 쇼핑객과 해외 관광객들을 끌어들인다는 전략이다.
현대백화점은 송도신도시에도 프리미엄 아울렛을 연다. 현대백화점은 지난 17일 인천시와 송도 프리미엄 아울렛 사업약정 및 토지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본격적인 송도아울렛 개발에 나섰다. 송도신도시에 부지면적 5만9400㎡, 연면적 11만8800㎡, 영업면적 3만9600㎡, 주차대수 2300대 규모의 프리미엄 아울렛을 출점할 계획이며 2015년 하반기 개점을 목표로 이르면 연내 착공에 들어가게 된다.
도심형 아울렛도 첫선을 보인다. 현대백화점은 오는 5월 2일 현대 아웃렛 가산점을 오픈한다. 위탁운영 방식으로 지하 1층~지상 9층 규모로, 총 영업면적은 7만9000㎡다. 국내 도심형 아웃렛 중 가장 넓다. 가산동 아웃렛 상권이 시장 규모나 성장성으로 볼 때 잠재력이 큰 곳이다. 가산점과 함께 문정동 소재 가든파이브에도 도심형 아웃렛 출점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손윤경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롯데가 (복합몰, 아울렛 사업을) 가장 적극적으로 하고 있고 부지 잡는 것도 제일 빠른 것 같다"며 "신세계는 아울렛 사업 지분을 사이먼측과 나누고 있다는 점이, 현대백화점은 너무 신중해서 경쟁사보다 많이 늦었다는 점이 아쉽다"고 말했다.
◆ 과열경쟁 우려…"복합몰 아울렛도 고성장 지속하기는 어려워"
롯데와 신세계의 복합쇼핑몰, 아울렛 등 부지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두 그룹이 곳곳에서 부딪히고 있다.
최근 롯데는 신세계가 2012년부터 추진해 온 의왕 쇼핑몰 부지를 매입키로 했다. 2012년에도 롯데쇼핑은 신세계백화점 인천점이 세들어 있는 인천종합터미널 부지를 사들이면서 법적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앞선 2009년에는 롯데가 매입 협상을 벌이던 파주 프리미엄 아울렛 부지를 신세계가 사들였다.
롯데와 신세계의 공격적인 출점 경쟁으로, 과잉투자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또 유통 3사가 백화점 성장 둔화를 타개하기 위해 복합쇼핑몰과 아울렛 출점에 나서고 있지만 국내 소비시장 규모가 한정돼 있다는 점은 부담이다.
손 애널리스트는 "장기적으로 복합몰이나 아울렛의 시장 규모가 지속적으로 고성장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백화점으로 이동하지 못한 중산층의 소비를 흡수한 이후 추가로 흡수할 수 있는 소비층이 없다는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경닷컴 정형석 기자 chs8790@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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