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력 약화로 균형 잃기 쉬워
중년층 하산길 사고 많아
직선으로 걷는 '호랑이 스텝'
오르막길에서 체력고갈 줄여줘
등산에서 보행 기술의 궁극적인 목표는 에너지 절약 및 사고 예방이다. 두 발로 걷는 것은 인간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행위지만 생후 1년 동안 배워야 아장아장 걸을 수 있을 정도로 어려운 기술이기도 하다. 등산 보행 기술은 굴곡 변화가 심한 오르막을 오르기 때문에 평지 보행 기술보다 더 어렵고 그만큼 추가 기술을 익혀야 한다.
등산 보행 기술을 적절하게 사용하지 않는다면 등산을 하더라도 에너지를 낭비하고 부상의 위험도 커지는 것이다. 잘못된 방법으로 산에 오르면 건강을 해치고 심장에 무리가 가 수명이 줄어들 수도 있다. 준비운동을 충분히 하지 않은 상태에서 산에 오르면 위험한 것도 이 때문이다.
자동차 엔진을 예로 들어보자. 겨울철에 워밍업을 하지 않고 출발하면 엔진에 무리가 간다. 연료 소모도 그만큼 많아지고 결국 기계 수명이 단축된다. 신체도 마찬가지다.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갑자기 격렬한 운동을 하면 심폐기관에 무리가 가 결국 수명이 줄어든다.
출발 전 충분히 준비운동을 하지 못했다면 평소 자신이 걷는 속도의 절반 수준으로 보행 속도를 낮춰야 한다. 20분 정도 ‘워밍업’을 하면 몸이 서서히 뜨거워지면서 점차 속도를 높일 수 있다. 간혹 너무 빠른 속도로 산에 오르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등산은 급하게 하는 운동이 아니다. 등산은 장거리 유산소 운동이다.
최근 산에서 발생한 사고 통계를 보면 오후 3시 이후 하산하다 사고를 당한 중장년층이 많았다. 나이가 들수록 체중이 늘어나는 반면 근력과 민첩성은 떨어진다. 올라갈 때는 힘들어도 잘 넘어지지 않지만 내리막길에서는 자칫 균형을 잃고 넘어지기 쉽다.
등산 전 스트레칭 운동으로 근육을 풀어줘야 하는 이유다. 스트레칭 동작은 다양하지만 등산에 주로 사용하는 다리 근육 및 인대를 중심으로 하면 된다. 스트레칭할 때는 각 동작을 20~30초 정도 지속해 주는 게 좋다.
호흡을 충분히 하되 무리한 반동을 주면 안 된다. 다리를 앞뒤로 적당히 뻗은 다음 자세를 낮추면서 뒤쪽 다리의 무릎을 지면 가까이 내리면 허벅지 앞쪽의 대퇴사두근이 펴진다. 한쪽 발을 책상 정도 높이에 올리고 상체를 올린 발쪽으로 쭉 뻗으면 허벅지 뒤쪽의 대퇴이두근이 펴진다. 계단 같은 턱에 발끝으로 서서 두 발의 뒤꿈치 쪽으로 체중을 실어 뒤꿈치를 낮추면 종아리 쪽 비복근과 아킬레스건이 펴진다.
올라가는 동작은 지구 중심으로 몸을 끌어당기는 중력과 싸워야 하기에 평지 보행보다 6~7배 힘들다. 무게를 위로 올릴 때는 직선운동을 해야 에너지를 가장 적게 사용할 수 있다. 두 발 보행을 하는 사람은 왼쪽과 오른쪽으로 번갈아 가면서 지그재그로 무게중심을 이동하며 올라간다.
중력과 덜 싸우면서 산을 오르는 방법으로는 타이거 스텝이 있다. 타이거 스텝이란 직선 걸음을 유지하는 호랑이 걸음에서 힌트를 얻어 2009년 코오롱등산학교 강사인 박승기 등산교육원 교수가 고안했다. 모델처럼 일직선으로 걷는 것이다.
평지에서는 직선 걸음을 걸으면 허벅지가 걸려 불편하지만 오르막길에서는 발을 위로 올리면서 자연스럽게 공간이 만들어져 불편하지 않다. 타이거 스텝은 이동 라인을 직선화해 에너지를 적게 사용하는 원리를 이용한 것이다. 다만 내리막길에서는 타이거 스텝을 사용하면 안 된다.
한편 등산화는 마찰력이 생명이다. 마찰력이 나쁘면 그만큼 부상 위험도 높아진다. 등산 중 미끄러지거나 넘어지는 사고는 마찰력이 나쁜 등산화 때문인 경우가 많다. 등산화를 잘못 선택했다가 골절 등 큰 부상으로 이어지는 경우다.
등산화 바닥창의 재질인 고무는 마찰력을 높게 만들면 마모가 잘 되는 단점이 있다. 그래서 오래 신는 등산화를 찾는 소비자의 요구에 맞게 마찰력을 포기하고 마모가 잘 안 되는 합성고무를 사용한 등산화를 만드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등산화는 오래 신을 수 있는지 여부를 따지는 경제성보다 안전성을 더 중시하는 추세다. 마찰력이 좋은 부틸 고무를 사용한 것을 흔히 릿지화라고 한다. 릿지화는 바위가 많은 암릉 등반에 적합하도록 만들어졌지만 보통 등산에서도 훌륭한 안전성을 제공한다.
원종민 < 코오롱등산학교 부장 겸 대한산악연맹 등산교수</strong>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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