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PR] 리뷰 - 영화 ‘역린’ 엇갈린 운명의 인물들이 서로 부딪히는 이야기

입력 2014-04-30 09:35  


고통 속에서도 미래를 꿈꿔왔던 왕 ‘정조’
이상적인 군주 탄생 뒤에 ‘형제애’ 뭉클

2014년 상반기 최고의 기대작 ‘역린’이 마침내 베일을 벗었다. 현빈의 군 제대 후 3년만의 복귀작이자, 웰메이드 드라마 ‘다모’를 연출한 이재규 감독의 스크린 데뷔작으로 정재영, 조정석, 한지민, 조재현 등 연기파 배우들이 대거 합류하여 기대를 모으는 가운데 4월 30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역린’은 정조 즉위 1년, 왕의 암살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살아야 하는 자, 죽여야 하는 자, 살려야 하는 자들의 엇갈린 운명과 역사 속에 감춰진 숨막히는 24시간을 그린 영화로 역사 속 실제 사건인 ‘정유역변’을 모티브로 했다. ‘정유역변’은 정조 즉위 1년, 잠을 이루지 못한 정조가 서고이자 침전인 존현각에서 평상시처럼 책을 읽고 있었는데 지붕 위에서 정체 모를 소리가 들렸고, 이를 수상히 여긴 정조가 곧 홍국영을 불러 수사해 자객이 지붕 위에 침투했다는 사실이 밝혀져 이에 연루된 모든 사람들을 벌한 사건이다. 이 사건은 자객이 왕의 침전 깊숙이까지 숨어 들었다는 점에서 조선 역사상 가장 치명적인 암살 사건으로 전해진다.

이재규 감독은 ‘정유역변’에 얽힌 다양한 인간 군상들의 운명을 모티브로 하여 긴박감 넘치는 24시간의 이야기를 그려냈다. 정조, 정순왕후, 혜경궁 홍씨, 홍국영 등 실존 인물들을 등장시키는 동시에 상책과 살수, 광백, 월혜 등 역사적 상황을 바탕으로 한 허구적 인물들을 더했다. 하지만 ‘역린’은 캐릭터가 아닌 각 인물들이 처한 관계 속에서 숨막히는 드라마를 선사한다. 서로 엇갈린 운명의 인물들이 부딪히는 그 관계 속에서 이야기는 완성된다.

‘역린’의 관계는 ‘형제애’로 대변된다. 정조와 상책은 어릴 적부터 궐에서 함께 자라 왕과 신하의 관계를 떠나 애틋한 남남 관계(속칭 ‘브로맨스’)를 보여준다. 실제로 이재규 감독은 상책 역을 캐스팅할 때 형처럼 보일 수 있는 진심이 느껴지는 배우로 정재영을 염두에 두고 캐스팅했다고 한다. 실제로 정재영의 애절한 연기는 가슴을 파고든다. 상책과 살수, 살수와 월혜 사이에도 각기 다른 형제애가 바닥에 깔려 있다. 왕과 신하 사이에도, 피를 나누지 않아도, 사랑하는 남녀 사이에도 그들은 각기 다르지만 그 누구도 쉽게 갈라놓을 수 없는 끈으로 엮여 있다. 그리고 그 끈들이 서로 엉키면서 서로의 운명이 변한다. 집단 기득권의 억압 속에서 누군가는 희생되지만 그 헌신 속에서 젊은 왕은 각성하고, 바람직한 훌륭한 군주로 성장한다.

무엇보다 ‘역린’에는 고통스러운 현실 속에서 희망을 잃지 않고 미래를 꿈꾸었던 젊은 왕 정조를 보는 재미가 있다. 비극적이고 슬프지만 아름답다. 정조는 그 동안 드라마와 영화에서 자주 다뤄진 인물이다. 하지만 ‘역린’에서의 정조는 지금까지 봐왔던 정조의 모습 중 가장 실제에 가깝다. 현빈이 연기한 정조는 그 마음의 깊이를 헤아릴 수 없는 인물이다. 그 누구보다 너그럽지만 그 누구보다 무서운 왕이다. 암살에 시달리며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도 쉽지 않았을 고통 속에서도 보다 나은 내일을 꿈꾸며 자신 스스로와 싸우고 세상을 변화시켜 나갔기에 우리의 오늘이 있었음을 보여준다. 영화에서 정조는 ‘최선을 다하면 세상은 바뀐다’고 말한다. 그런 정조를 보면서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할지 잠시라도 생각해 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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