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국 자산은 너무 고평가돼 있다.”
미국의 대형 사모펀드인 아폴로글로벌매니지먼트의 레온 블랙 회장은 29일(현지시간) “사모펀드 투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싼 가격에 기업을 인수하는 것”이라며 “이런 측면에서 신흥국은 사모펀드에 좋은 투자처가 아니다”고 말했다. 블랙 회장은 “그동안 신흥국에선 사모펀드들이 높은 가격에 자산을 사도 더 비싸게 팔 수 있었지만 이제는 리스크가 너무 커졌다”고 설명했다.
이날 밀켄 글로벌 콘퍼런스에서는 블랙 회장을 비롯해 데이비드 본더먼 TPG캐피털 회장, 조너선 넬슨 프로비던스에쿼티파트너스 최고경영자(CEO) 등 사모펀드 거물들이 ‘사모펀드, 리스크 재조정’을 주제로 토론했다. 넬슨 CEO도 이 자리에서 “선진국의 저성장에 지친 투자자들이 신흥국으로 몰려갔지만 성장률과 투자수익률 사이에는 아무 상관관계가 없다”며 “선진국과 신흥국 투자자산의 수익률이 같다면 변동성과 각종 리스크를 감안할 때 신흥국에 투자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다만 본더먼 회장은 “사모펀드에 투자할 때는 공개 주식을 살 때와 달리 통화가치, 업종, 정책 등을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모펀드 거물들은 “전 세계적으로도 기업 가치가 너무 높아져 투자할 곳이 마땅치 않다”고 입을 모았다. 사모펀드들이 투자하지 않고 쌓아놓은 현금을 뜻하는 이른바 ‘드라이파우더’가 사상 최대 규모인 1조1000억달러에 달한 배경이다.
블랙 회장은 “예를 들어 지난해 아폴로는 260억달러어치의 자산을 팔아 차익을 실현했지만 사들인 자산은 30억달러에 불과했다”고 설명했다. 중동과 아시아의 국부펀드들이 사모펀드에 투자하면서 자금 조달이 손쉬워진 것도 드라이파우더가 늘어난 이유다. 블랙 회장은 “10년 전 사모펀드 투자자의 3분의 2는 미국 투자자였는데 최근엔 그 비중이 40%대로 줄었다”고 설명했다.
LA=유창재 특파원 yooco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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