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로다 "증세에도 日 경기 회복"…성장전망은 하향 조정

입력 2014-04-30 21:10   수정 2014-05-01 04:14

고가품 소비 위축됐지만 우려했던 '소비 절벽' 없어
기업들 "3개월 후면 '증세 충격'서 벗어날 것" 예상



[ 도쿄=서정환 기자 ] 일본이 소비세를 5%에서 8%로 올린 지 한 달이 지났다. 자동차를 포함한 고가품에선 소비 위축이 현실화하고 있다. 다만 소비위축이 전방위에서 이어지는 ‘소비 절벽’ 정도는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BOJ) 총재는 30일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대규모 금융 완화 조치를 지속하기로 결정한 뒤 “증세에 따른 위험에도 기조적인 회복을 이어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런 경기 판단과 달리 2013회계연도(2013년 4월~2014년 3월) 경제성장률 추정치와 2014회계연도 전망치는 각각 2.2%와 1.1%로 하향 조정했다.

○자동차 백화점 등 소비 위축

소비세 인상으로 직격탄을 맞고 있는 곳은 자동차를 포함한 내구재다.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올 4월 수주 대수가 지난해 같은 달보다 도요타와 마쓰다는 20%대, 다이하쓰는 30%가량 감소했다. 이달 신차 판매 대수는 8개월 만에 감소한 것이 확실시된다.

고가품 중심인 백화점도 상황은 비슷하다. 기모토 시게루 다카시마야백화점 사장은 이날 니혼게이자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지난 21일 기준 4월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18% 감소했다”고 말했다. 일본의 최장 연휴인 4월 말~5월 초 골든위크 기간에도 소비자는 허리띠를 졸라매는 모습이다. 일본 최대 여행사인 JTB 설문조사 결과 ‘지출을 줄이고 싶다’는 응답비율이 29.3%로, 전년에 비해 12.2%포인트 증가했다.

3월 가수요는 이번달 소비 위축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날 경제산업성이 발표한 3월 광공업 생산은 2개월 만에 상승세로 돌아섰지만 함께 나온 4월 제조업생산예측지수는 1.4% 하락했다.

일본 경제에서 조금 위안이 되는 것은 소비위축 정도가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기모토 사장은 “4월 첫주 매출은 26% 급감했지만 2주째는 18%, 3주째는 11% 감소에 머물렀다”고 전했다.

기업들도 아직은 경기침체가 길게 가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마이니치신문이 120개 주요 기업을 대상으로 경기 회복 시점을 묻는 질문에 절반 가까운 59곳(49.2%)이 ‘3개월 뒤’라고 답했다.

○“2015년 중반 물가 2% 달성”

구로다 총재는 이날 간담회에서 경기 회복에 대한 확신을 여러 번 피력했다. 그는 “경제는 기조적으로 잠재성장률을 웃도는 성장을 계속할 것”이라며 “소비자물가는 예상 기간(2015년) 중반쯤에 2% 상승률을 실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2% 물가상승 목표를 위해 필요하다면 주저 없이 (추가 양적완화 등) 조정에 나서겠지만 출구 시기를 특정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거듭 강조했다.

일본은행은 2013년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추정치를 기존 2.7%에서 2.2%로, 2014년은 1.5%에서 1.1%로 내렸다. 예상보다 수출 회복이 더딘 점이 주된 이유였다. 소비자물가상승률은 2014년 1.3%, 2015년 1.9%로 내다봤다. 구로다 총재는 “증가율은 내렸지만 잠재성장률을 웃도는 성장”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시장 전문가들은 조심스러운 평가를 내놓고 있다. 미나미 다케시 노린추킨연구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7월은 일본은행이 추가 부양 조치가 필요한지를 결정하는 중요한 시기가 될 것”이라며 “임금상승률이 물가상승률에 미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소비세율 인상은 장기적으로 경기 둔화 요인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도쿄=서정환 특파원 ceose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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