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남미 잇는 지리적 이점
닛산 등 8개 업체 공장 가동
[ 최진석 기자 ] 멕시코가 신흥 자동차 생산기지로 각광받으면서 BMW, 아우디 등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이 앞다퉈 공장 설립에 나서고 있다.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미국과 접한 데다 낮은 인건비와 수출 관세 혜택 등으로 최적의 생산지역으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북미 수요 증가로 공급 부족 현상을 빚고 있는 기아자동차도 멕시코 공장 설립을 검토하고 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기아차는 멕시코 생산공장 설립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회사 고위 관계자는 “현재 기아차 조지아 공장은 완전 가동해도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미국보다 인건비가 20% 이상 저렴하고 북미와 남미를 잇는 지리적 이점이 있는 멕시코를 차기 생산기지 후보국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현대차는 브라질에 공장을 가동 중이지만 기아차는 남미에 공장이 없다”며 “아직 구체적인 시기나 투자 규모를 정한 것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업계에서는 현대차가 5월 중 멕시코에 판매법인을 설립하는 만큼 기아차도 연말이나 내년 초에 구체적인 계획을 확정할 것으로 보고 있다.
멕시코 내 자동차 판매량은 지난해 기준으로 106만대다. 전년보다 7.7% 늘긴 했지만 경기에 따라 80만~110만대 사이를 오르내리고 있다. 자동차 시장 규모가 크지 않지만 현재 닛산, 제너럴모터스(GM), 폭스바겐, 도요타 등 총 8개 글로벌 자동차 업체가 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멕시코자동차협회(AMIA)에 따르면 이곳의 전체 자동차 생산량은 지난해 기준으로 293만대다. 올해 처음으로 300만대를 넘어설 전망이다.
신정관 KB투자증권 리서치센터 팀장은 “멕시코는 내수시장은 작지만 미국, 캐나다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으로 묶여 있어 일본(169만대) 다음으로 북미 수출량(164만대)이 많은 국가”라며 “남으로는 페루, 칠레, 콜롬비아와 함께 ‘태평양동맹’을 구성해 총 50여개국에 무관세 혹은 낮은 관세로 수출할 수 있어 글로벌 자동차 업체의 진출이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2012년 6월 출범한 태평양동맹은 회원국 간 관세 철폐는 물론 회원국 중 한 곳이 다른 국가와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으면 다른 회원국들도 협정을 맺은 효과가 나도록 했다. 태평양동맹 4개 회원국은 각각 10~20개국과 FTA를 맺고 있다. 이에 아우디가 지난해부터 연산 15만대 규모의 공장 건설을 시작했으며, BMW와 마쓰다도 공장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기존 업체 중에서는 닛산이 지난해 말 7만5000대 규모의 증설을 시작했고 GM, 혼다도 생산량을 늘리겠다고 나섰다.
한편 현지 업체에 자동차 강판을 공급하는 포스코는 2009년 멕시코에 연산 40만t 규모의 1공장을 준공했고, 지난 1월 2공장을 추가로 지어 총 생산량을 90만t으로 늘렸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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