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高마진 제품 판매 ↑"
"밸류에이션 여전히 부담"
[ 이고운 기자 ]
유통업종의 ‘톱픽’(top-pick·최선호주)으로 군림해온 홈쇼핑주에 적신호가 켜졌다. 문제는 한때 홈쇼핑주의 신성장동력으로 각광받던 모바일 부문이 일으켰다. 모바일 주문이 늘어난 게 신규 판매채널 확대가 아니라 기존 판매채널인 TV 등의 매출을 잠식하는 역효과를 내고 있다는 지적이다.
CJ오쇼핑, GS홈쇼핑의 1분기 실적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모바일 취급액(판매한 제품가격 총합)의 급증세였다. CJ오쇼핑의 1분기 모바일 취급액은 전년 동기보다 311.61% 급증한 1453억원이었다. GS홈쇼핑도 270.62% 늘어난 1249억원이었다.
전체 취급액에서 모바일이 차지하는 비중도 1년 만에 GS홈쇼핑은 4.35%에서 15.98%로, CJ오쇼핑은 1.94%에서 18.56%로 커졌다. 반면 가장 이익률이 뛰어난 TV 취급액은 전년 동기보다 소폭 줄었다.
박종렬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홈쇼핑 모바일 부문의 급성장은 인터넷뿐 아니라 TV에서 나왔던 매출까지 가져가는 이른바 ‘카니발리제이션(cannibalization·자기시장 잠식)’ 효과 때문”이라며 “모바일 고객 확보를 위해 마케팅 비용을 많이 쓰면서 수익성도 약해졌다”고 평가했다. 박 연구원은 “홈쇼핑주 주가가 하락했지만 여전히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은 부담스러운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주가도 급락세다. 올초 42만원대를 기록했던 CJ오쇼핑의 주가는 36만원대로 떨어졌다. 30만원대에 진입했던 GS홈쇼핑 주가는 23만원대를 맴돌고 있다. 전망도 좋지 않다. HMC투자증권은 CJ오쇼핑의 목표주가를 42만원에서 40만원으로 낮췄고, 유진투자증권은 GS홈쇼핑 목표주가를 34만원에서 31만원으로 조정하는 등 9개 증권사가 목표주가를 낮췄다.
반론도 있다. 류영호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수익성이 좋지 않은 인터넷 부문을 모바일 부문이 대체하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CJ오쇼핑 측은 “이익률이 높은 TV 판매용 제품을 모바일에서도 구매하는 소비자가 늘어났다”며 “자기시장 잠식보다는 결제 통로 변경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때 신성장동력으로 지목됐던 모바일 부문이 오히려 경쟁력 강화에 장애가 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 자체가 부담이다.
유통주 전반에 대한 투자심리가 약해진 점도 주가 약세의 원인으로 꼽힌다. 유통업계의 ‘대목’인 가정의 달을 맞았고 여름용 가전제품 판매도 시작되지만, 세월호 사고 등으로 소비심리가 좋지 않기 때문이다.
이지영 LIG투자증권 연구원은 “세월호 사고 여파가 지나간다 해도 내수시장 위축에다 유통업체 간 경쟁이 심해졌기 때문에 2분기 실적이 대폭 개선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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