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민성 기자 ] '예언자 신문(The Daily Prophet)'. 판타지 영화 '해리포터' 시리즈에 등장하는 가상 언론 매체다.
3편 '아즈카반의 죄수'에는 죄수 시리우스 블랙이 탈옥했다는 제목의 기사가 예언자 신문 1면에 실렸다. 이 신문은 종이처럼 자유자재로 구겨지지만 신문 사진은 시리우스가 저항하거나 크게 웃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으로 재생된다.
이른바 플렉서블(flexible·휘는) 디스플레이의 궁극적 형태다.
웨어러블(wearable·입는) 개념의 스마트 기기가 각광받으면서 플렉서블에 대한 기대도 높아지고 있다. 안경, 시계 같은 스마트 웨어러블은 1차원적이다. 팔이나 옷감에 탑재할 수 있는 유연한 형태의 PC·스마트 디바이스뿐만 아니라 종이처럼 접을 수도, 둘둘 말 수 있는 플렉서블 시장이 차세대 기술 각축장으로 부상 하고 있다.
더 이상 상상이 아닌 현실로 다가오고 있는 플렉서블. '예언자 신문'이 현실화하고 있다.
◆ 플렉서블 '장밋빛 전망'…하지만 아직 멀었다?
2012년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전문가들은 삼성전자가 차기 스마트폰 '갤럭시S 4' 모델에 플렉서블 디스플레이를 사용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해 1월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에서 삼성자가 플렉서블 디스플레이를 선보이며 기대감을 높였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012년 11월 삼성전자가 당초 계획을 앞당겨 이듬해 상반기에 휘는 디스플레이 스마트폰을 출시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를 부정한 건 삼성전자였다. 신종균 삼성전자 IT모바일(IM) 담당 사장이 다음날 "휘는 디스플레이는 아직 멀었다"고 선을 그었다. "기술이 성숙되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2년이 지난 지금도 플렉서블 디스플레이나 기기는 상용화되지 못했다. 가장 큰 이유는 디스플레이만 휘어서 될 문제가 아니기 때문. 휘는 디스플레이 개발에 성공하더라도 내부 배터리 및 기판, 부품 등 다양한 부품 소재들이 함께 휘어져야 한다.
플렉서블 아이패드를 떠올려 보면 쉽다. 이미 개발된 플렉서블 디스플레이를 싣는다 하더라도 내부 배터리 및 외부 금형, 베젤,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회로 기판 등이 모두 휘어져야 비로소 접거나 휘게 할 수 있다. 향후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 자체가 휘는 제품을 상용화하기 어려울 것이란 시각이 우세한 이유다.
유기 광전자재료 분야 권위자인 정희태 카이스트 생명화학공학과 석좌교수는 "휘는 디스플레이 상용화가 디스플레이 외에 배터리나 다른 부품들의 한계 때문에 당분간 쉽게 현실화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 플렉서블의 '미약한' 첫 발, 커브드 시대
LG전자는 지난해 11월 세계 최초 상하 곡면 스마트폰 'G플렉스'를 선보였다. 한달 전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좌우 화면이 휜 '갤럭시 라운드'를 출시한 지 한달 만이다.
이들 스마트폰은 화면이 구부려졌다는 점을 강조했다. 커브드(Curved) 폰으로 불렸다. 플렉서블처럼 자유자재로 휘어지진 않는다. 평평한 화면을 굽힌 정도였다.
차세대 플렉서블 기술의 원형을 담았다는 평가는 얻었다. LG디스플레이가 개발한 세계 최대 크기의 스마트폰 용 커브드 디스플레이와 LG화학이 개발한 세계 최초 커브드 배터리가 그 기술적 핵심이다. 디스플레이는 플라스틱 OLED 공법을 적용, 유리기판이 아닌 탄성도가 높은 얇은 플라스틱 기판 위에 OLED 소자를 입혔다.
체격이 큰 성인 남성이 눌러도 화면이 깨지거나 곡률이 변화하지 않는 게 특징. 최근 미국 소비자평가지 컨슈머리포트도 G플렉스의 내구성을 칭찬했다. 88파운드(약 40㎏) 무게의 로드셀로 1000번 압력을 가해도 작동에 문제가 없다는 실험 결과도 발표했다.
곡면 바람은 TV로도 옮겨갔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업체는 올초 앞다퉈 휘는 TV를 세계 시장에 선보엿다. 이른바 '가변형(flexible curved 또는 Bendable) TV'였다.
일반 커브드 TV가 휘어진 형태로 고정돼 있다면 가변형 TV는 이보다 한 단계 더 진화한 제품이다. TV화면을 시청자 시각에 맞게 폈다가 구부릴 수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이 제품을 'flexible curved'라고 명명됐다. 곡면(커브드) TV 디스플레이가 평평하게 펴진 뒤 다시 굽을 수 있도록 유연성(flexible)을 더했다는 뜻이다. TV 디스플레이 패널과 뒤판 좌우가 함께 휘어지는 형태다.
반면 삼성전자는 가변형 TV를 벤더블(Bendable·자유롭게 구부릴 수 있는) TV로 소개했다. 화면을 접고 펼 수 있다는 뜻이다. 뒤판에서 디스플레이 부분의 좌우가 튀어나와 화면에 곡선을 만든다.
디스플레이 기술 차이도 있다. LG전자의 가변형 UHD TV는 최신 디스플레이 기술인 OLED를 적용했다. 틀을 잡아주는 베젤(테두리)과 앞·뒷면 두께가 기존 제품과 크게 차이가 없다. 삼성전자 가변형 TV는 LG전자 제품보다 두께가 두껍고 투박하다. 하지만 OLED보다 화면을 휘어지게 만들기 어렵다는 발광다이오드(LED) 디스플레이를 채택했다.
◆ '갤럭시S 6'는 플렉서블?…기술 개발·투자 활발
이들 제품은 모두 아직 벤더블 단계다. 그 다음 기술은 폴더블(Foldable·종이처럼 접을 수 있는), 롤러블(Rollable·둘둘 말 수 있는), 디포머블(Deformable·자유자재로 휘는) 등이다. 스트레처블(Stretchable) 신개념도 등장했다. 말 그대로 신축성이 좋아 잡아당기면 늘어나고, 놓으면 원래대로 돌아오는 고무 같다. 플렉서블 '끝판왕' 격이다.
플렉서블 디바이스 상용화 시기는 불투명하지만 디스플레이 기술 개발 및 투자는 한창이다. 여느 신기술 분야가 그렇 듯 시장 선점효과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 2년간 미뤄온 충남 아산사업장 'A3라인'에 대한 신규 투자계획을 최종 확정하고 장비 발주에 나섰다. A3라인은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평가되는 휘거나 구부릴 수 있는 플렉서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을 생산하는 공장이다. 내년 삼성전자가 내놓을 인기 스마트폰 '갤럭시S 6'에 탑재될 것이란 추측도 나온다.
LG디스플레이도 2분기 중 플렉시블 OLED 관련 투자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G플렉스'나 가변형 OLED TV에 한단계 더 진화한 휘는 디스플레이를 탑재하기 위해서다. 디스플레이 시장이 평판에서 플렉시블로 예상보다 빠르게 변화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당장 '예언자 신문' 수준은 아니더라도 종이를 대체할 유연한 디스플레이에 대한 기술 및 현식성에 대한 수요는 커질 전망이다. 시장조사기관인 IHS는 플렉서블 디스플레이 시장 규모가 올해 1억 달러(약 1050억 원)에서 10년 뒤인 2023년 700억 달러(약 72조8000억 원) 수준까지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 중 70% 이상은 플렉서블 OLED 디스플레이다.
한경닷컴 김민성 기자 mean@hankyung.com 트위터 @mean_Ray
3편 '아즈카반의 죄수'에는 죄수 시리우스 블랙이 탈옥했다는 제목의 기사가 예언자 신문 1면에 실렸다. 이 신문은 종이처럼 자유자재로 구겨지지만 신문 사진은 시리우스가 저항하거나 크게 웃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으로 재생된다.
이른바 플렉서블(flexible·휘는) 디스플레이의 궁극적 형태다.
웨어러블(wearable·입는) 개념의 스마트 기기가 각광받으면서 플렉서블에 대한 기대도 높아지고 있다. 안경, 시계 같은 스마트 웨어러블은 1차원적이다. 팔이나 옷감에 탑재할 수 있는 유연한 형태의 PC·스마트 디바이스뿐만 아니라 종이처럼 접을 수도, 둘둘 말 수 있는 플렉서블 시장이 차세대 기술 각축장으로 부상 하고 있다.
더 이상 상상이 아닌 현실로 다가오고 있는 플렉서블. '예언자 신문'이 현실화하고 있다.
◆ 플렉서블 '장밋빛 전망'…하지만 아직 멀었다?
2012년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전문가들은 삼성전자가 차기 스마트폰 '갤럭시S 4' 모델에 플렉서블 디스플레이를 사용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해 1월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에서 삼성자가 플렉서블 디스플레이를 선보이며 기대감을 높였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012년 11월 삼성전자가 당초 계획을 앞당겨 이듬해 상반기에 휘는 디스플레이 스마트폰을 출시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를 부정한 건 삼성전자였다. 신종균 삼성전자 IT모바일(IM) 담당 사장이 다음날 "휘는 디스플레이는 아직 멀었다"고 선을 그었다. "기술이 성숙되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2년이 지난 지금도 플렉서블 디스플레이나 기기는 상용화되지 못했다. 가장 큰 이유는 디스플레이만 휘어서 될 문제가 아니기 때문. 휘는 디스플레이 개발에 성공하더라도 내부 배터리 및 기판, 부품 등 다양한 부품 소재들이 함께 휘어져야 한다.
플렉서블 아이패드를 떠올려 보면 쉽다. 이미 개발된 플렉서블 디스플레이를 싣는다 하더라도 내부 배터리 및 외부 금형, 베젤,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회로 기판 등이 모두 휘어져야 비로소 접거나 휘게 할 수 있다. 향후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 자체가 휘는 제품을 상용화하기 어려울 것이란 시각이 우세한 이유다.
유기 광전자재료 분야 권위자인 정희태 카이스트 생명화학공학과 석좌교수는 "휘는 디스플레이 상용화가 디스플레이 외에 배터리나 다른 부품들의 한계 때문에 당분간 쉽게 현실화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 플렉서블의 '미약한' 첫 발, 커브드 시대
LG전자는 지난해 11월 세계 최초 상하 곡면 스마트폰 'G플렉스'를 선보였다. 한달 전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좌우 화면이 휜 '갤럭시 라운드'를 출시한 지 한달 만이다.
이들 스마트폰은 화면이 구부려졌다는 점을 강조했다. 커브드(Curved) 폰으로 불렸다. 플렉서블처럼 자유자재로 휘어지진 않는다. 평평한 화면을 굽힌 정도였다.
차세대 플렉서블 기술의 원형을 담았다는 평가는 얻었다. LG디스플레이가 개발한 세계 최대 크기의 스마트폰 용 커브드 디스플레이와 LG화학이 개발한 세계 최초 커브드 배터리가 그 기술적 핵심이다. 디스플레이는 플라스틱 OLED 공법을 적용, 유리기판이 아닌 탄성도가 높은 얇은 플라스틱 기판 위에 OLED 소자를 입혔다.
체격이 큰 성인 남성이 눌러도 화면이 깨지거나 곡률이 변화하지 않는 게 특징. 최근 미국 소비자평가지 컨슈머리포트도 G플렉스의 내구성을 칭찬했다. 88파운드(약 40㎏) 무게의 로드셀로 1000번 압력을 가해도 작동에 문제가 없다는 실험 결과도 발표했다.
곡면 바람은 TV로도 옮겨갔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업체는 올초 앞다퉈 휘는 TV를 세계 시장에 선보엿다. 이른바 '가변형(flexible curved 또는 Bendable) TV'였다.
일반 커브드 TV가 휘어진 형태로 고정돼 있다면 가변형 TV는 이보다 한 단계 더 진화한 제품이다. TV화면을 시청자 시각에 맞게 폈다가 구부릴 수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이 제품을 'flexible curved'라고 명명됐다. 곡면(커브드) TV 디스플레이가 평평하게 펴진 뒤 다시 굽을 수 있도록 유연성(flexible)을 더했다는 뜻이다. TV 디스플레이 패널과 뒤판 좌우가 함께 휘어지는 형태다.
반면 삼성전자는 가변형 TV를 벤더블(Bendable·자유롭게 구부릴 수 있는) TV로 소개했다. 화면을 접고 펼 수 있다는 뜻이다. 뒤판에서 디스플레이 부분의 좌우가 튀어나와 화면에 곡선을 만든다.
디스플레이 기술 차이도 있다. LG전자의 가변형 UHD TV는 최신 디스플레이 기술인 OLED를 적용했다. 틀을 잡아주는 베젤(테두리)과 앞·뒷면 두께가 기존 제품과 크게 차이가 없다. 삼성전자 가변형 TV는 LG전자 제품보다 두께가 두껍고 투박하다. 하지만 OLED보다 화면을 휘어지게 만들기 어렵다는 발광다이오드(LED) 디스플레이를 채택했다.
◆ '갤럭시S 6'는 플렉서블?…기술 개발·투자 활발
이들 제품은 모두 아직 벤더블 단계다. 그 다음 기술은 폴더블(Foldable·종이처럼 접을 수 있는), 롤러블(Rollable·둘둘 말 수 있는), 디포머블(Deformable·자유자재로 휘는) 등이다. 스트레처블(Stretchable) 신개념도 등장했다. 말 그대로 신축성이 좋아 잡아당기면 늘어나고, 놓으면 원래대로 돌아오는 고무 같다. 플렉서블 '끝판왕' 격이다.
플렉서블 디바이스 상용화 시기는 불투명하지만 디스플레이 기술 개발 및 투자는 한창이다. 여느 신기술 분야가 그렇 듯 시장 선점효과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 2년간 미뤄온 충남 아산사업장 'A3라인'에 대한 신규 투자계획을 최종 확정하고 장비 발주에 나섰다. A3라인은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평가되는 휘거나 구부릴 수 있는 플렉서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을 생산하는 공장이다. 내년 삼성전자가 내놓을 인기 스마트폰 '갤럭시S 6'에 탑재될 것이란 추측도 나온다.
LG디스플레이도 2분기 중 플렉시블 OLED 관련 투자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G플렉스'나 가변형 OLED TV에 한단계 더 진화한 휘는 디스플레이를 탑재하기 위해서다. 디스플레이 시장이 평판에서 플렉시블로 예상보다 빠르게 변화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당장 '예언자 신문' 수준은 아니더라도 종이를 대체할 유연한 디스플레이에 대한 기술 및 현식성에 대한 수요는 커질 전망이다. 시장조사기관인 IHS는 플렉서블 디스플레이 시장 규모가 올해 1억 달러(약 1050억 원)에서 10년 뒤인 2023년 700억 달러(약 72조8000억 원) 수준까지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 중 70% 이상은 플렉서블 OLED 디스플레이다.
한경닷컴 김민성 기자 mean@hankyung.com 트위터 @mean_R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