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4월29일(08:39)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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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바일 어플리케이션 개발사인 이앤비소프트(대표 배효환)는 지난 2012년 10월 정부가 운용하는 엔젤투자매칭펀드로부터 2억원을 투자받았다. 투자금은 개발 및 마케팅을 지원하는데 투입됐다. 이 결과 2011년 1억4700만원이던 매출은 작년 6억4000만원으로 4배 이상 뛰었다. 직원 수도 같은 기간 7명에서 17명으로 늘었다.
올 들어 3년차에 접어든 엔젤매칭펀드가 국내 벤처생태계를 일구는 마중물 역할을 조금씩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운영자금을 조달하게 된 벤처기업들은 실적을 끌어올리는데 집중하고 있고, 회사가 한 단계 성장하게 되면서 민간 투자사로부터 2차 투자를 받는 사례도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엔젤매칭펀드는 엔젤투자자가 벤처기업에 투자하면 정부가 1대1 비율로 같은 금액을 추가 투자해 주는 펀드다. 벤처기업 입장에선 운영자금을 많이 확보할 수 있고, 엔젤투자자는 투자금에 대한 부담이 줄어 더욱 공격적인 투자가 가능하다. 정부는 초기 벤처기업을 육성하고 엔젤투자를 활성화 하기 위해 지난 2011년 말 엔젤매칭펀드 조성을 기획했다.
29일 한국벤처투자에 따르면 2011년 12월 100억원 규모로 처음 결성된 엔젤매칭펀드는 이후 2호펀드(330억원), 3호펀드(380억원), 대학펀드(210억원) 등이 연이어 조성되면서 현재 1400억원으로까지 재원이 불었다. 이중 284억원이 총 179개 벤처기업에 투자됐다.
지난 3월까지 엔젤매칭펀드에서 투자를 받은 기업 중 14곳이 벤처캐피털 및 해외 투자회사 등으로부터 추가 투자를 받았다. 벤처기업이 정부의 정책자금이 아닌 민간투자사로부터 자금을 유치했다는 것은 시장에서 객관적으로 사업성과 성장성을 검증받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엔젤매칭펀드가 초기 운영자금을 지원하는 역할을 하면서 기업들이 돈 걱정 없이 사업에만 매진해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장필식 한국벤처투자 엔젤투자팀장은 “엔젤매칭펀드가 출범한 지 2년 5개월 정도 지나면서 출범초기에 투자를 받았던 기업들을 중심으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는 곳들이 하나둘씩 나오고 있다”며 “기관투자자들로부터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아 후속투자를 받는 사례도 지속적으로 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엔젤매칭펀드는 초기기업의 밸류에이션(기업가치)을 끌어올리는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 온라인 동영상 제작업체인 쉐이커미디어는 2012년 3월 엔젤매칭펀드에서 2억원을 투자받았다. 당시 투자밸류는 48억원. 이후 회사는 제작 및 마케팅에 집중적으로 전념했고 수개월 뒤 민간투자사로부터 후속투자를 받는데 성공했다. NHN인베스트먼트와 500스타트업(미국 투자사)이 총 10억8000만원(약 60억원 밸류)을 투자했다. 기업가치가 1년도 안 돼 25% 가까이 상승한 셈이다. 현재는 또 다른 외국계 투자사가 86억원 밸류로 추가 투자를 진행 중이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기반 고객마케팅 플랫폼 업체인 랭크웨이브의 경우 2012년 8월 엔젤매칭펀드로부터 투자를 받은 이후 6개월 만에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을 출시했다. 다시 5개월이 지난 뒤에는 SNS이벤트 어플리케이션인 ‘랭크웨이브 오렌지’를 출시했다. 이 어플리케이션은 총 6만여건의 다운로드 수를 기록하며 회사의 실적을 끌어올리는데 한몫했다. 랭크웨이브는 작년 4월 119억원 밸류에 산은캐피탈로부터 14억원을 투자받았다.
심성화 랭크웨이브 대표는 “엔젤매칭펀드는 개발자금이 부족한 시기에 사업을 이어갈 수 있는 큰 원동력이 됐다”며 “벤처생태계의 가장 초기 단계에서 벤처기업들이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톡톡히 수행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오동혁 기자 otto8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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