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조 웃도는 PEF '큰손',관리는 '부실'
운용사 '선구안'도 떨어져
이 기사는 04월28일(10:53)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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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금융공사 자금이 들어간 ‘원익 그로스챔프 2011의3호’라는 사모펀드는 작년 3월 유니슨이 발행한 전환사채(CB) 250억원 어치를 사들였다. 하지만 유니슨은 작년까지 4년 연속 적자를 냈다. 올해까지도 영업손실이 발행하면 상장폐지 요건에 해당된다. 정책공사 투자금이 허공에 날라갈 위기라는 얘기다.
정책금융공사의 사모펀드(PEF) 투자 관리가 허술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투자한 회사가 법정관리에 들어가고, 상장폐지 직전의 회사로도 자금이 흘러갈 정도다.
◆투자 원금도 날릴 위기
풍력발전기를 제조하는 코스닥 상장사인 유니슨 투자 사례는 원금 회수마저 어려운 사례다. 정책금융공사는 원익인베스트먼트라는 사모펀드 운용사가 조성한 ‘원익 그로스챔프 2011의3호’에 출자한 ‘앵커’(전체 출자금의 절반 이상을 댄 핵심 투자자)로 원익은 지난해 3월 유니슨이 총 400억원어치 발행한 CB 가운데 250억원 어치를 인수했다.
만기는 2018년까지로 액면 이자율은 2.5%, 인수 당시 주당 전환가액은 6479원이었다. 그 후 주가가 급락, 유니슨은 전환가액을 두 차례 조정해 작년 12월 4536원으로 낮췄다. 그럼에도 유니슨 주가는 계속 뒷걸음질을 쳐 25일 2055원으로 마감했다. 사실상 주식으로 전환해 차익을 얻는 길은 물건너 간 것이나 다름없는 셈이다.
조기 상환도 불가능한 상황이다. 유니슨은 연 2.5% 이자율을 적용해 지난해 발생한 약 15억원의 이자조차 갚지 못했다. 지난해 감사보고서를 작성한 회계법인은 “회사의 당기순손실이 765억원이고, 작년 말 현재 유동부채가 유동자산을 389억원만큼 초과하고 있어 계속기업으로서 그 존속 능력에 의문을 제기한다”고 명시했다. 이자는 커녕 CB 원금도 돌려줄 가능성이 낮다는 얘기다.
유니슨이 회생하려면 추가 자금 지원이 급선무지만 이마저도 사실상 봉쇄됐다. 유니슨은 산업은행 등 은행권 채무도 갚지 못해 2010년 7월 이후 4년째 ‘패스트트랙(신속회생절차)’을 밟고 있다. 당시 채권단은 약 587억원 규모의 출자전환을 단행했다. 하지만 유니슨이 그 후로도 적자에서 헤어나오지 못하자 신규 대출은 모두 중단된 상태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올 주총에서 자구 계획에 대해 회사측 설명을 들었다”면서 “잔여 대출에 대해 만기를 연장해 주는 정도로 대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상장폐지 가능성도 높아졌다. 올해마저 영업손실을 낸다면 ‘5년 연속 적자’라는 거래소 상장폐지 요건에 해당된다. 정책금융공사 관계자도 “상폐 여부를 신중히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정책공사 돈은 '묻지마' 투자금?
울산의 플랜트 제조업체인 일성도 정책금융공사의 사모펀드 투자 실패 사례로 꼽힌다. 정책공사는 ‘KoFC-신한프런티어챔프2010의4호’를 통해 2011년 4월 일성이 실시한 3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참여했다. 사모펀드 운용사는 신한금융투자-신한캐피탈 컨소시엄으로 총 1530억원의 약정액 가운데 정책금융공사가 500억원을 출자했다. 일성 투자건은 이 펀드로선 2012년 12월 설립 이후 첫번째 투자였다.
하지만 결과는 ‘실패’로 귀결되고 있다. 유상증자 참여 후 1년도 안 된 2012년 3월 일성은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그리고 지난해 3월 법원으로부터 회생계획 인가를 받았다. ‘KoFC신한’은 일성 주식 9.5%를 떠안아야했다. 작년 말 감사보고서 기준 일성의 부채비율은 2383%이고, 미처리결손금이 2052억원에 달한다. 감사보고서를 작성한 회계법인은 “계속기업으로서 존속능력에 의문을 제기한다”고 평가했다. 사실상 투자금 회수가 어려워진 셈이다.
대우로지스틱스 투자 역시 속된 말로 물려 있다. 정책금융공사(610억 원), 대우인터내셔널(330억 원), 행정공제회(210억 원), NH투자증권(50억 원) 등이 출자해 만든 ‘블루오션PEF’가 2011년 6월 말 대우로지스틱스의 지분 73.3%를 인수해 경영권을 확보했으나 해운업황 악화로 출자금 회수에 난항을 겪고 있다. HN농협증권과 카무르인베스트먼트가 펀드 운용사로 올 6월이면 펀드 만기가 종료된다. 경영권 매각이나 IPO가 어려운 상황이라 정책공사 등 펀드 출자자들은 펀드 만기 연장 외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는 상황이다.
이같은 상황에 대해 정책금융공사는 “어떤 기업에 투자할 지는 사모펀드 운용사의 재량”이라는 원론적인 답변만 내놓고 있다. 하지만 사모펀드 업계가 보는 시각은 다르다. A 사모펀드 운용사 대표는 “정책금융공사 돈을 받는 운용사들은 투자 하나를 하려면 공사 허락을 받아야 한다”며 “이로 인해 명망 있는 대형 운용사들은 정책공사 자금을 받길 꺼릴 정도”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선 정책금융공사가 사모펀드를 통해 ‘혈세’를 투자할 때 리스크 관리에 구멍이 나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유니슨만해도 산업은행이 주채권은행으로 재무상태를 속속들이 알고 있는 회사다. 이와 관련, 산업은행 관계자는 “유니슨 투자와 관련해 정책공사와 협의한 바 없다”고 말했다. 정책금융공사는 2009년 설립 이후 사모펀드에 출자한 자금(약정액 기준)은 약 5조원이다. 올해도 1조5000억원 가량을 출자할 계획이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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