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한앤컴퍼니는 왜 인터넷 광고 시장에 꽂혔을까

입력 2014-05-02 14:36  

시멘트,해운 주력하다 인터넷 광고로
한수정 EA코리아 대표가 손위 형제...자문 역할한 듯



이 기사는 05월02일(13:24)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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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펀드(PEF) 운용사들이 기업을 인수할 때 가장 선호하는 ‘타입’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첫번째는 업계 1, 2위이면서 현금 창출력이 우수한 업체다. 가치를 올려 독보적인 1위로 만들 수만 있다면 몇 배의 차익을 얻어 매각할 수 있다. KKR, 어피니티 컨소시엄의 오비맥주 매각 사례가 대표적이다.

두번째는 유동성 위기 등 특수한 상황 탓에 급하게 매물로 나온 기업이다. ‘부실 자산(distressed asset)’이긴 하지만 더 이상 떨어질 나락이 없어 가격적으로 이점이 크고, 일시적으로 위기에 몰린 기업이기 때문에 적절히 자금만 투입하면 기업 가치를 올릴 여지도 많다는 점이 사모펀드 운용사들의 선호 배경이다. 이런 이유로 법정관리 매물 중에서 때로 ‘흙속의 진주’가 발견되기도 한다.

모건스탠리에서 IB로서 오랜 경험을 쌓고 한앤컴퍼니를 창업, 8000억원을 단숨에 모은 한상원 대표는 이 두가지 기업 인수 전략을 절묘하게 배합하면서 국내 사모펀드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시멘트와 해운을 아우르는 인수 전략을 택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2012년에 법정관리 매물이던 대한시멘트를 인수하고, 작년 1월엔 유진그룹의 광양 슬래그 시멘트 사업부문(현 한남시멘트)을 인수했다. 슬래그 시멘트 전문업체라는 틈새시장을 공략, 시장 점유율과 가격 경쟁력을 확보했다. 한진해운의 벌크선 부문을 인수하기로 한 것은 이같은 복합 전략의 ‘백미’로 꼽힌다. 아직 거래가 마무리되지는 않았지만 성사만 된다면 한앤컴퍼니는 시멘트 분야에선 수송까지 아우르면서 수직계열화에 따른 여러 이득을 얻게 될 전망이다.

이같은 성향 덕분에 한앤컴퍼니는 국내 사모펀드 업계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갖게 됐다. A 사모펀드 운용사 대표는 “국내에서 가장 전략적으로 움직이는 운용사로 한앤컴퍼니를 꼽을 수 있다”고 말할 정도다. 걸리는대로 사는 것이 아니라 뚜렷한 목표를 갖고 ‘바이아웃’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는 얘기다.

사실 시멘트 분야는 한상원 대표가 모건스탠리 시절부터 천착했던 분야다. 쌍용이 당시 한 대표의 주요 투자 목록 가운데 하나였다. 소니코리아 사장을 지내기도 했던 윤여을 한앤컴퍼니 회장의 조언도 한 몫했을 것이라는 게 사모펀드 업계의 분석이다. 일본은 이미 시멘트 업계 재편으로 소수의 과점 업체만이 살아남았고, 이들은 살아남은 자의 과실을 누리고 있다.

그런 한앤컴퍼니가 이달 초 네이버 계열의 인터넷 검색광고 대행업체인 NHN서치마케팅(NSM)을 인수했다. 약 1700억원의 국내 검색 광고를 취급하는 업체다. 2012년에 인수한 인터넷 광고 미디어렙(판매 대행사) ‘메이블’과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해서라는 게 한앤컴퍼니의 공식 설명이다. 그럼에도 질문은 남는다. 한앤컴퍼니가 인터넷 광고 시장에 꽂힌 이유가 무엇일까.

추정해 볼만한 단서는 한상원 대표의 인척 관계다. 한수정 EA코리아 대표가 그의 손위 누이라는 점이 해석의 단초가 될 수 있다. 두 남매 모두 하버드 MBA를 졸업한 재원으로 한수정 대표는 소니뮤직코리아 지사장을 거쳐 2002년부터 모바일 게임업체 EA코리아 대표를 맡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그가 다음커뮤니케이션 사외이사로도 활약했다는 점이다. 2012년부터 2015년까지 임기였으나 지난달에 일신상의 사유로 사임했다. 인터넷 시장에 관해선 누구보다 전문가라는 얘기다. 사모펀드 업계 관계자는 “직간접적으로 한수정 대표가 자문 역할을 담당했을 것”이라고 추론했다.

일각에선 한상원 대표가 방상훈 조선일보 회장의 사위라는 점도 한앤컴퍼니가 인터넷 광고 시장에 눈을 돌리는 배경으로 해석한다. 오프라인 광고에 한계를 느끼고 있는 기존 신문 매체들은 온라인 광고 시장에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어떤 결과를 내놓을 지 알 수 없지만 최근 언론 환경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인터넷 광고 업체들을 잇따라 사들이는 것 아니겠냐는 추론이 가능한 대목이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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