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가정, 이방인 아닌 이웃사촌] "우리도 한국인…특별대우 원치 않아요"

입력 2014-05-02 21:04  

커버 스토리

결혼이민자, 대졸 등 고학력자 많아
중개업체 통해 만난 건 20% 불과
한국어 배워야 부정적 시선 사라져



[ 강경민/박재민 기자 ]
‘가난한 나라에서 돈 벌러 온 여성’ ‘농촌 남자에게 팔려온 여성’…. 그동안 한국 사회에서 결혼이주 여성들을 바라봤던 뿌리 깊은 시선들이다. 특히 불법 국제결혼 중개업체의 잇단 횡포는 결혼이주 여성들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더 키웠다. 그러나 2000년대 초반부터 한류 열풍을 타고 연애결혼 등을 통한 결혼이주 여성이 늘어나면서 이 같은 인식에도 변화가 감지된다. 고학력 결혼이민자와 다문화가정 자녀를 글로벌 인재로 육성하는 정책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많다.

“결혼이민자도 고학력자 상당수”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2012년 기준으로 28만3224명의 결혼이민자 중 중개업체를 통해 한국인 배우자를 만난 비율은 20.1%에 불과하다. 친구·동료의 소개가 29.4%로 가장 높았다. 이어 ‘스스로 만났다’(22.3%), ‘가족·친척의 소개’(20.1%) 등의 순이었다. 1990년대엔 중개업체를 통한 결혼이 대다수였던 것과는 상당히 다르다.

베트남 하노이국립대 한국어과를 수석 졸업한 팜튀퀸화 씨는 한국어과 강사로 일하다가 2005년 펜팔을 통해 지금의 남편을 만나 한국에 정착했다. 현재 서울시 외국어다문화과 공무원으로 근무 중인 그는 “1990년대 후반부터 베트남에 한국 드라마 등 한류 열풍이 불면서 한국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밝혔다. 팜튀퀸화 씨는 서울대 국어교육과 석사과정을 마친 후 논문을 준비 중이다. 그의 꿈은 베트남 결혼이민자 출신 최초로 국내 대학 강단에 서는 것이다.

팜튀퀸화 씨와 같은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윤승주 주무관도 몽골 출신 결혼이주 여성이다. 몽골의 국립대를 졸업한 후 무역회사에 다니면서 거래처인 한국을 오가다가 2005년 한국인 남편을 만나 가정을 이뤘다. 2011년 서울시 특채에 지원해 합격한 후 계약직 주무관으로 근무 중이다. 윤씨 역시 연세대에서 사회학 석사과정을 밟고 있다.

베트남 출신 엘리트인 팜튀퀸화 씨는 “결혼이민자라고 말할 때마다 대부분의 사람이 ‘가난하고 못 배워서’ 한국에 왔다며 혀를 차고 안타까워했다”고 털어놨다. 윤씨는 “대학진학률이 낮은 몽골에서도 결혼이민자 중 대학을 졸업한 고학력자가 상당수”라며 “과거보단 나아졌지만 결혼이민자를 낮춰보는 시선이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이주여성 단체 ‘톡투미’에서 일하는 베트남 출신 소지완 씨는 “다문화가정이라고 전부 경제적으로 힘든 건 아니다”며 “다문화가정에 대한 특혜가 오히려 한국인 간 차별을 조장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차윤경 한양대 교육학과 교수는 “‘다문화’라는 이유 때문에 예산이 낭비되는 건 문제”라고 했다.

한국어 빨리 배워야 적응 가능

결혼이민자들은 사회의 부정적인 시선을 잠재우기 위해선 하루빨리 한국어를 능숙하게 구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소씨는 “2005년 한국에 처음 왔을 때 친구 남편이 내게 ‘좋은 사람’이라고 했는데, 나를 좋아한다고 말한 줄 알고 오해한 적이 있다”고 털어놨다. 베트남 출신 결혼 이민자로 서울 서대문구청에서 통·번역사로 일하는 팜티튀영 씨는 “자녀 교육을 위해선 다양한 정보를 가진 한국 부모들과 어울려야 한다”며 “결혼이민자 스스로 한국어 공부를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여행사에서 일하는 중국 출신 남성 결혼이민자인 장림 씨는 “자녀를 위해서라도 한국어 구사는 필수”라며 “한국어만 제대로 익히면 한국문화에 금방 적응할 수 있다”고 밝혔다.

서울시 외국인 명예부시장인 막사르자의 온드라흐 씨는 결혼이민자들이 취업하기 위해선 최소한 한국어능력시험(토픽) 중급 이상을 취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경민/박재민 기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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