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문화 확산에 개도 가족처럼…"소비 안 아껴"
"사장님, 포메라니안 10만 원만 깎아주세요."
"요즘 흰색 포메라니안은 없어서 못 팔아요. 흥정하실 거면 안 팔 테니 돌아가세요."
경기 침체가 이어지고 있으나 애완동물 가격은 떨어질 줄 모르고 있다. 숨 가쁘고 각박한 경쟁사회 속에 반려견을 찾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개(犬)값이 금(金)값'이란 얘기가 나온다.
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 퇴계로 애견거리에서 가장 많이 분양되는 견종은 말티스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 때문이다. 이곳에서 말티스 시세는 30만~40만 원 정도.
치와와나 요크셔테리어, 시추 등도 반려동물 시장에서 선호되는 견종이다. 가격은 40만 원 안팎이다.
A 애견가게 사장은 "이들이 십 수 년째 변함 없이 가장 많이 팔리는 견종" 이라며 "개들도 수요와 공급에 따라 가격이 결정되는 것은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국내에 다양한 수입 견종이 소개되고 남들과 같은 것을 꺼려하는 애완족들이 증가하면서 값비싼 희귀종들의 판매도 늘고 있다. 불황 속에서도 고가 견종들의 인기는 치솟고 있다.
요즘 가장 인기 있는 견종은 웰시코기와 비숑프리제다. 최근 TV 방송에 잇따라 등장하기도 한 이들 견종은 독특한 외모 덕에 분양을 받으려는 수요자들이 늘고 있다.
웰시코기와 비숑프리제는 기본 분양가만 120만~130만 원 대. 우수 품종의 경우 500만 원을 넘는 것도 있다.
또 다른 애견가게 사장은 "웰시코기 등 희귀종은 견주(犬主)들이 직접 프리미엄숍이나 인터넷 직거래를 통해 분양을 받는다" 며 "이 경우 무늬, 털 길이 등에 따라 가격도 천차만별"이라고 설명했다.
소형 희귀견 중에서는 60만 원대 흰색 포메라니안을 가장 많이 찾는다. 대형 희귀견 중에선 그레이트 피레니즈 등이 인기다. 이 견종은 기본 분양가만 200만~300만 원이다.
가장 높은 가격을 자랑하는 견종은 역시 진돗개다. 특정 혈통에 따라 1억 원대를 호가한다. 공급 자체가 거의 없는 편이라 대기자들이 있을 정도다.
일반 진돗개의 경우 100만 원 대에서 분양된다. 우수 품종의 경우 2000만~3000만 원대에서 거래될 정도로 가격대가 다양하다.
애견가게 사장 L씨는 "사회 전반적으로 반려문화가 확산되면서 자신이 원하는 견종과 가격대를 미리 알아보고 신중하게 접근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며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생각하고 고르기 때문에 비싸도 문제가 되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갤럽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반려동물을 기르는 가구의 비율은 18%에 달한다. 인구로는 1000만 명 수준. 이들이 가정에서 기르는 반려동물수 는 700만 마리 이상으로 추정된다.
국내 반려동물 시장규모는 2010년 1조 원에서 올해 2조2000억 원 대로 커질 것으로 업계에선 추산하고 있다. 오는 2020년 6조 원 시장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한경닷컴 노정동 기자 dong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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