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커 교수는 그러나 2000년대 들어 한국 노동시장이 효율적으로 작동하지 않은 점에 주목했고 비정규직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진다는 점도 우려했다. 정부 규제가 강화되면서 정규직 해고가 어려워지고 그 결과 기업들은 비정규직 고용을 늘리는 선택을 하고 있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기업 해고를 규제하는 정부 정책이 문제의 근원이라는 점을 정확하게 파악했던 것이다. 그는 또 노조가 독점적 지위를 갖고, 공장을 멈출 정도로 파워를 가지고 있는 것도 큰 문제라고 주장했다.
그가 노동 유연성 문제를 지적한 지 오래지만 한국 노동시장은 아직도 바뀌지 않고 있다. 제조업의 노동생산성은 2010년 기준 100에서 지난해 104.2로 거의 답보상태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도 연례보고서에서 정규직에 대한 과도한 보호가 노동생산성을 떨어뜨리는 등 한국은 생산성 정체에 갇혀버렸다고 진단했다. 인적자원 부족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우수 자원은 해외로 유출되고 해외로 나간 인적자원은 돌아오지 않는 상황이다. 이공계 해외 유출은 2008~2011년 중 총 13만3302명에 이르렀다. 해외에서 박사학위를 따고 돌아오지 않는 비율도 43.2%에 달한다. 노동시장이 경직되면 인적자원이 효율적으로 분배될 수 없다는 그의 이론이 증명되고 있는 셈이다. 한국 노동시장의 경직성을 우려하던, 자유시장의 전사 베커 교수를 다시는 볼 수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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