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사다리펀드 결성 안되고 금산법에 막혀 삼양식품에 출자요청
삼양식품 향후 새 주인 될 가능성도
이 기사는 05월06일(15:59)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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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우IB캐피탈이 '토종 수제버거 프랜차이즈' 크라제버거 인수를 코 앞에 두고 속앓이를 하고 있다. 나우IB캐피탈 운영 펀드에 출자한 삼양식품이 크라제버거 새 주인이라는 오해를 사고 있어서다.
발단은 지난 달 23일 삼양식품이 나우IB12호펀드에 출자하기로 결정했다는 공시에서 비롯됐다. 삼양식품은 나우IB12호펀드 지분 99%를 148억5000만원에 취득키로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나우IB12호펀드는 크라제버거 브랜드를 운영하는 크라제인터내셔날 인수를 위해 조성된 펀드다.
150억원으로 결성되는 펀드 중 99%를 삼양식품이 출자한다고 공시를 했으니, 여기까지만 보면 삼양식품이 크라제인터내셔날을 인수하는 것으로 오해할 만하다. 실제 일부 언론에선 삼양식품이 크라제인터내셔날을 인수한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그러나 삼양식품 공시를 자세히 보면 취득방법에 '업무집행사원(GP)의 출자요청(캐피탈 콜)에 따라 분할 출자'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업무집행사원은 바로 3월19일 크라제인터내셔날 인수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나우IB캐피탈이다. 운용주체인 GP가 기업을 인수해 경영하고, 출자자(LP)는 인수자금을 대는 사모펀드(PEF) 기본 개념을 이해하고 있다면 불필요한 오해는 하지 않았을 터다.
나우IB캐피탈 관계자는 "삼양식품은 펀드의 LP 일 뿐이며 경영권 인수주체는 나우IB캐피탈"이라면서 "출자자는 식품회사 2~3곳이 더 있으며 삼양식품의 경우 전체 펀드 중 일부만 출자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양식품 역시 "우선 이사회에서 최대 투자한도를 결정해 공시한 것일뿐 99%를 출자했다는 것은 아니다"고 답변했다.
나우IB캐피탈이 삼양식품을 비롯한 식품회사들에게 출자를 요청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크라제인터내셔날을 인수할 '성장사다리 재기지원펀드'가 아직 만들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우IB캐피탈은 지난 해 말 정부로부터 성장사다리 재기지원펀드 운용사로 선정됐다. 당시 재기지원펀드 운용계획상에도 크라제버거 인수가 포함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에서 250억원을 대고 나머지 250억원은 연기금 등 기관투자자에게 출자를 받아야하는데, 오는 6월께나 총 500억원 규모의 펀드모집이 완료된다.
금융사가 비금융회사 지분을 5% 이상 보유하지 못하도록 한 '금융산업의 구조 개선에 따른 법률'(금산법)도 걸림돌이었다. 회생절차(법정관리) 중인 크라제인터내셔널의 매각일정에 맞추려면 10억원 가량의 계약금을 법원에 우선 지급해야하는데, 신기술금융사인 나우IB캐피탈이 직접 출자를 하자니 금산법에 걸리게 된다. 결국 나우IB캐피탈은 급한대로 평소 네트워크가 있던 식품회사들에게 '캐피탈 콜'을 요청키로 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자은행(IB) 업계에선 삼양식품이 크라제인터내셔널 인수에 관심이 높은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일단 LP로 출자하는 것이지만, 나우IB캐피탈이 언젠가는 투자회수에 나서게 되는 만큼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말해 여운을 남겼다.
하수정 기자 agatha7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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